유전개발 사업가 변신 전대월 씨, 오일게이트 연루 사법처리 뒤 러시아 유전회사 인수로 재기 노려

지난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러시아 유전개발 투자의혹(이른바 오일게이트)의 당사자로 알려진 전대월 씨가 러시아 유전사업가로 또 한번 변신했다.

전 씨는 지난 8월 초 사할린주 우글레고르스 지역의 유전개발회사인 ㈜톰가즈네프티를 매입, 16일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러시아 신문들은 전 씨가 74%의‘톰가스네프티”의 주식을 갖고 있으며 사할린에서 석유와 가스 생산뿐만 아니라 가공할 개발계획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1960년대 초부터 이 지역에 대한 정밀지질조사와 구조시추 및 탐사시추를 한 결과 석유매장량은 총 1억9,000만 톤(육상 5,000만 톤, 해상 1억4,000만 톤)으로 20년 동안 생산할 경우 70조원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한다.

전 씨는 24일 기자와 만나 주간한국(2093호, 2005년 10월 18일자) 기사를 언급하면서 러시아 유전사업에 뛰어들게 된 배경과 현재 진행상황 등을 설명했다. 간간이 오일게이트와 관련된 사항을 얘기할 때는 자주 “억울하다”고 했다.

전 씨는 지난 10월 21일 출감한 후 러시아와 국내를 오가며 유전사업에 몰입했다고 한다. 그가 러시아 유전에 눈을 뜬 것은 오일게이트에 등장하는 권광진 전 쿡에너지 대표가 제시한 페트로사 유전사업이 계기가 됐지만 2004년 8월 중순 극동지역 전문가 J씨와 사할린을 방문한 게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전 씨는 그곳에서 러시아 동포 C씨를 만났고 세계적 석유탐사 전문가인 초르네(작년 12월 사망)를 소개받았다. 초르네를 통해 페트로사 유전사업의 경제성을 확인한 그는 곧바로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을 통해 알게 된 허문석씨에게 연락했다.

그리고 귀국 다음날인 2004년 8월 17일 유전사업을 추진할 코리아크루드오일(KCO)을 설립했다. 허문석 씨가 대표를 맡았고(지분 5%) 지분 비율은 전 씨가 42%로 가장 많았으며 권광진 씨 18%, 철도교통진흥재단(철도재단)이 35%였다.

그해 9월3일 전 씨와 권광진 씨, 왕영용 당시 철도공사 사업본부장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원유생산업체 알파에코사와 페트로사 인수계약(인수액 6,200만달러)을 체결했다. 철도재단은 9월 16일 전 씨의 42% 지분과 권 씨의 18% 지분을 120억원에 인수해 러시아 유전사업의 완전한 주체가 됐다.

전 씨는 페트로사 유전사업에서 손을 뗀 뒤 9월 중순 사할린을 재차 방문했다. 그리고 러시아 동포 C씨와 페트로사 유전보다 경제성이 10배 이상 되는 홈스크 광구를 방문했다. 전씨는 10월 8일 이광재 의원을 찾아가 홈스크 유전 현황을 전했고 이 의원은 “검토해보겠다”는 반응을 나타냈다고 한다.

전씨가 사할린의 새로운 유전사업에 몰두하는 동안 철도공사가 추진한 페트로사 유전사업은 파국을 향하고 있었다. 철도공사와 은행의 지원까지 받아가며 순항하던 페트로사 유전사업은 11월 15일 철도공사 진흥재단이 갑자기 러시아 알파에코사측에 계약해지를 통보하면서 막을 내렸다.

바로 직전인 11월 8일 신광순 전 철도공사 사장이 이광재 의원을 찾아가 협조를 부탁한 것과는 배치되고 국제관례인 10일 간의 비즈니스 데이(유예기간)를 무시한 점, 그리고 KCO 허문석 대표도 모른 채 서둘러 계약해지를 한 것은 오일게이트의 최대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전 씨는 페트로사 유전계약이 해지된 것을 뒤늦게 알고 투자자를 모집하는 등 인수작업에 나섰으나 시간이 부족했다. 영국의 세계적 석유 메이저인 BP(British Petroleum)가 한국이 계약을 파기하자마자 1억2,000만 달러를 주고 낚아챈 것이다.

전씨는 이후에도 러시아 인맥을 활용, 홈스크 광구를 네 차례 방문하는 등 극동지역 유전사업에 관심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듬해 4월 오일게이트 특검이 시작되면서 전 씨는 정치자금법 위반, 특가법상 배임 공범, 가장납입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그리고 10월 21일 유전관련 혐의는 무죄, 정치자금법 위반과 가장납입한 혐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고 풀려났다.

▲ 러시아 신문에 보도된 전대월 씨의 (주)톰가스네프티 인수 기사

전 씨는 출감하자마자 러시아로 달려갔다고 한다. 그리고 C씨 등 과거 러시아 인맥과 함께 유전사업에 뛰어들어 7개월여 만에 월척을 낚았다. 지난 8월 초 사할린주 유전개발회사인 ㈜톰가즈네프티를 매입한 것이다. 전 씨는 톰가즈네프티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미국, 영국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외국 증권시장에도 상장할 계획임을 밝혔다.

전 씨는 오일게이트와 관련, 2004년 9월 16일 지분을 모두 철도공사에 넘겨준 뒤로는 자신과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내가 경제성이 없는 러시아 유전사업을 갖고 일을 꾸몄다고 하는데 페트로사 유전이 경제성이 있다는 것은 세계적인 유전평가기관으로부터 확인됐고 영국 BP사가 한국이 계약을 파기한 뒤 바로 매입한 것은 그것을 증명하지 않는가”

전 씨가 억울하다고 하는 ‘오명’의 해소는 새로운 러시아 유전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끄느냐에 적잖이 달려 있다. 그의 ‘변신’이 비상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그 반대로 오명의 늪에 머물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인터뷰
"경제성 충분, 투자자 확보 낙관"

- 러시아 유전사업은 뜻밖이다.

"지난해 9월 16일 코리아크루드오일(KCO) 지분을 철도공사에 넘긴 뒤부터 러시아 유전에 관심을 기울였다. 러시아 전문가들을 만나 많은 것을 알게 됐고 사업을 한 경험을 살려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다."

- 러시아 유전회사를 인수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러시아 지인들의 도움이 컸다. 지난 6월, 6개 회사가 유전 입찰에 뛰어들었는데 ㈜톰가즈네프티사가 경제성이 매우 큰 유전을 따냈고 8월 그 회사를 매입했다."

- 회사 매입과 유전 시추에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지 않나.

"회사를 매입하는 데는 큰 돈이 들지 않았다. 앞으로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게 과제인데 확보한 유전이 경제성이 큰 만큼 투자자를 확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본다. 이미 4개국과 협상 중에 있다."

- 오일게이트와 관련해 무엇이 억울하다는 것인가.

"오일게이트를 잘 알고 있지 않나. 2004년 9월 16일 철도공사에 지분을 넘긴 뒤부터 나와 오일게이트는 무관하다. 그런데 오일게이트의 주역처럼 언론에 보도된 뒤부터 아직까지 불이익을 받고 있다."

- 일부 자료엔 이광재 의원 이름을 팔고 다녔다고 하는데 사실인가.

"그런 자료가 있으면 내놔 보라. 2004년 6월 권광진 씨가 페트로사 유전사업 얘기를 해 이 의원이 중학교 후배이고 국회 산자위에 있기에 자료를 건넸을 뿐이다. 이 의원을 통해 허문석 박사를 소개받았고 허 박사가 더 열성적이었다. 2004년 9월 페트로사 유전사업에서 손을 땐 뒤 허 박사와 철도공사가 사업을 주도한 것으로 알고 있다. 특검 자료에도 나왔지만 이 의원 이름을 자주 거론한 것은 허 박사와 철도공사다."

- 철도공사가 관련성이 없는 유전사업에 뛰든 것에 말이 많았는데.

"유전사업은 허 박사가 열의를 갖고 달려들었다. 당장 자금 마련이 어렵자 철도공사를 끌어들였고 '당분간'이라고 했다."

- 페트로사 유전사업이 왜 중단됐다고 보나.

"나도 그 내막을 알 수 없다. 허 박사와 철도공사가 잘 알지 않겠나."

- 오일게이트에 이광재 의원 개입설이 나왔는데

"앞서도 얘기했지만 2004년 9월 이후는 잘 모르기 때문에 '개입설'에 대해서도 얘기할 게 없다."

- 앞으로의 계획은.

"국내 업체와 파트너로 공동개발하면 좋겠지만 러시아 유전사업에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외국 메이저 회사들과 협상 중에 있는 만큼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 러시아 유전사업을 제대로 해 볼 계획이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