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 쌉싸름한 에너지원 히말라야의 향취를 마셔요홍차에 생강·카더멈 등 전통 향신료와 우유 혼합… 부드러운 맛과 향 "최근에 찾는 사람 많아졌어요"

‘쌉싸름(?) 달콤’한 차?

보통의 차가 달콤함에서 시작해 쌉싸름한 뒷맛으로 끝난다면, 인도식 홍차 ‘차이’(Chai)는 그 반대다.

쌉싸름한 계피향이 먼저 입맛을 자극하고 뒤이어 우유의 달콤함이 입안 전체로 퍼진다. 계피향이 우리 입맛에는 조금 강하다 싶은데도 뒷맛이 달기 때문에 전체적인 느낌은 부드럽다.

터키·네팔 등지서는 '국민차'로 음용

세계 최대 차 생산지 인도에서 ‘차이’는 한국인들이 보리차를 마시는 것처럼 일반화된 국민 음료다.

히말라야 주민들로부터 오랫동안 사랑 받아 왔던 이 차는 주로 하루 노동의 피로를 푸는 게 목적이었다. “50kg의 짐을 싣고 10km를 수레로 끌고 가야 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에너지를 주는 음료”라는 기원이 전해질 정도로, 맛도 맛이지만 풍부한 에너지를 함유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홍차에 생강, 시나몬, 카더멈(동인도 식물의 싹에서 추출한 향료) 등의 향신료에 우유를 섞어 마시는 것이 기본. 우유를 넣지 않은 채 붉게 우려내면, 고유의 이국적인 향을 보다 강하게 느낄 수 있다.

2000년대 초 커피전문점 체인들이 비(非)커피 애호가들을 위해 차이를 선보이면서 마니아가 늘고 있다.

서울 중구 소공동의 모 커피전문점. 유명한 커피전문점답게 각국의 커피들이 저마다의 향을 뽐내고 있었지만, 주 종목인 커피 대신 부드러운 차를 주문하는 고객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이런 맛도 있구나 하고 신기해서 마셨어요. 그런데 한두 번 마시다 보니 부드러우면서도 독특한 향에 점점 빠지게 되더군요.”

2년 전 커피전문점에 들렀다 우연히 종업원이 추천해주는 ‘차이’를 마시고 마니아가 됐다는 직장인 이모(32) 씨. 습관적으로 커피를 찾는 이들에게도 적극 추천한다.

자칭 ‘차이 마니아’라고 소개한 이 씨는 “영국의 ‘밀크 티’와 비슷하면서도 좀 더 진하고 향이 강한 게 차이의 매력”이라며 “커피는 너무 많이 마시면 속이 쓰릴 때가 있는데 차이는 우유가 속을 부드럽게 감싸주니 식전에 마시기에도 좋다”고 예찬한다.

“한번에 확 와 닿는 느낌은 적지만, 먹을수록 질리지 않고 끌리기 때문에 단골 손님이 많다”는 게 이 커피전문점에서 근무하는 이은정(26) 씨의 말이다. “커피전문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음료 중 하나이기도 해요.”

판매량은 전체 커피 50잔이 팔릴 때마다 차이가 1잔 꼴로 팔리는 2% 수준. 아직은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지는 않지만 한번 찾은 손님이 또 찾는 차라는 게 ‘차이’의 최대 강점이다.

이 회사 마케팅 팀 이민규 대리는 “커피 전문점이라 기타의 차에 대해 특별히 홍보를 하지 않고 있음에도 마셔본 고객들이 꾸준히 찾는 충성도가 높은 음료”라고 말했다.

아침 저녁으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에 괜스레 마음이 들뜨는 가을 초입, 쌉싸름 달콤한 인도의 향취에 젖어보는 것은 어떨는지.

'차'의 이모저모
제조 방법에 따라 차 종류 달라

차는 세계적으로 다양한 기후와 다양한 장소에서 자라는 상록수 관목인 '카멜리아 시넨시스(Camellia Sinensis)'의 말린 잎사귀. 이것은 부처님의 눈물에서 처음으로 싹틔워졌다고 전해진다.

민담 전설에 의하면 차 마시기 풍습은 수천년 전 중국의 한 황제가 마시기 위해 끓인 물에 떨어진 차 관목의 잎사귀로부터 유래됐다고 한다.

차는 각각의 관목으로부터 맨위 부분에서 부드러운 잎들과 새싹이 수확되어진다. 1년에 45일간만 지속되는 수확기간에 7일에서 10일 주기로 새싹들을 딴다. 수확된 차잎 1kg은 질 좋은 약 100잔의 차를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차는 크게 3가지로 구분되는데, 홍차, 녹차, 과일향 차다. 차 나무는 같으나,제조하는 방법에 따라 차 종류가 달라진다.

홍차는 최고의 향기를 위하여 높은 고도에서 재배하고 수확한다. 잎을 뜯었을 때는 녹색이지만 부서지고, 발효과정을 시작하면 구리빛의 잎으로 변화한다. 발효된 잎은 오븐에서 구워진 뒤 검정색의 잎사귀로 바뀌는데 친근하고 풍부한 향을 가지게 된다.

녹차는 블랙티와 똑 같은 식물에서 만들어진다. 그러나 발효를 시키지 않아 자연의 색과 맛이 유지된다. 채취 후 그린 티는 발효 정지상태에서 스팀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홍차, 녹차에 과일껍질, 베리, 과일조각 및 자연의 향을 혼합한 차가 과일향 차이다.

이외 우롱차, 허브 차 등 여러 종류의 차가 있다.

홍차와 허브차는 5분간 우려내고, 녹차와 우롱차는 3~4분간 우려낸다. 사용한 차잎은 정원 등에 뿌려주면 식물 성장에 도움이 된다.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