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병원 개원 1년 이경원 원장 - 각 전문의료센터 독립운영 원스톱 진료서비스 새바람, '빅5 병원' 도약 목표

서울 광진구 화양동 1번지의 지도가 달라지고 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7호선의 교차점인 ‘건대역 사거리’ 일대에는 지금 첨단 의학ㆍ과학 연구센터에다가 쇼핑센터, 극장 등 문화시설, 고급 아파트 등 대규모 건축물들이 한데 어우러져 강북의 신흥 타운으로 받돋움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최근 1년 사이 새롭게 생겨난 현상이다. 이 지역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온 주역이 건국대라면 그 태풍의 ‘눈’은 건국대병원이다.

보수적 색채가 뚜렷한 의료계에 최근 ‘환골탈태’란 말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달에 신축 개원 1년을 맞은 건국대병원의 변화를 두고 하는 말이다. 건국대병원에 대한 이러한 찬사는 870병상 규모의 대규모 시설, 진료 개시 단 1년 만에 총 수술 건수 1만 건 달성, 누적 입원환자 수 2만 명 돌파 등 외형적인 성과에 대한 평가만은 아니다.

의료진 면면이나 진료 서비스 향상 등 질적인 면에서도 예전의 ‘민중병원’ 시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다. 게다가 최첨단 병원시설ㆍ의학전문대학원ㆍ의생명과학연구센터 등을 갖춰 기초연구와 임상의학이 결합할 경우 앞으로도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국내 최고 수준의 축산과와 수의학과를 거느린 국내 유일의 병원이어서 인공장기 연구 등에 시너지효과가 기대된다.

우수 진료진 확보에 전력

“환자들이 아주 편안해 합니다.”

병원 신축개원 1주년에 맞춰 인터뷰를 청한 기자를 만난 이경영 건국대병원장은 지난 1년 간의 성과에 대한 물음에 이렇게 한마디로 답했다.

이 원장은 이 병원 신축 개원 1주년을 맞아 병원장에 오른 외과 전문의. 하지만 그는 지난 2002년부터 3년간 건국대병원 병원건립본부 기획실장을 맡으면서 병원 개혁에 초석을 놓은 인물이다.

“그동안 우수 진료진을 데려오는데 전력을 기울였습니다. 전국의 병원들에서 최고의 실력을 갖춘 교수, 부교수급 인력 60여 명을 대거 초빙하는 한편 패기가 넘치는 젊은 의사 20여 명을 선발해 2년간 해외연수를 보내 실력을 다지도록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병원측이 원하는 우수한 의료진을 거의 대부분을 영입했다”는 이 병원장은 그 때문인지 병원의 앞날에 대해 열정과 자신감이 넘쳐 있다.

개원 1년을 맞아 숱한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직원들과 잦은 회의를 하면서도 매일 아침 각 진료실을 도는 일을 멈추지 않고 있다. 또 진료에 손을 놓지 않고, 위암 수술도 매주 한두 차례 직접 집도한다. 무릇 의사는 진료를 해야 진짜 의사라는 소신에서다.

그는 벌써 ‘2015년까지 ‘빅5 병원 도약ㆍ3년 내 흑자기조 정착’ 등 병원의 10년 이후 청사진까지 꽉 짜놓았다. “내 생각대로 일이 진행된다면 내년이면 흑자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일에 대한 욕심도, 목표달성에 대한 의지도 남다르다.

거기다가 진료와 각종 검사의 대기시간을 ‘제로(0)화’하는 데 승부를 걸겠다는 각오까지 내비쳤다. “지금 대학병원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가 환자들의 긴 대기시간입니다. 진료시간과 예약시스템의 정교한 운영을 통해 이 목표를 꼭 이룰 것입니다. 다른 대학병원들이 한 달 가량 걸리는 암 치료의 경우에도 3일~1주 일 정도로 단축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판단입니다.”

▲ 건국대학교 로비음악회. 환자들과 가족들을 위한 연주회다.

“아침 진료 시작 시간을 엄수하라.” 이 병원장이 매일 아침마다 각 진료실을 돌면서 의사들에게 시간 엄수를 다그치는 것도 진료 시간이 연차적으로 늦춰져 환자들의 대기시간이 늘어나는 것을 조금이라도 막기 위한 것이다. 환자들의 대기시간을 줄이려는 이 병원과 병원장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건국대병원이 애초부터 전문센터 중심으로 돌아가도록 한 것도 대기시간 축소를 위한 것이다. 소화기, 뇌신경, 심장혈관, 호흡기, 내시경센터 등이 그것이다. 마치 하나의 독립병원처럼 운영되는 이 센터들에서는 환자들이 처음 방문할 당시부터 퇴원 때까지 원스톱 진료가 가능하도록 장비와 인력을 세팅해 놓았다.

예컨대 혈액샘플 검사 컨베이어 벨트를 설치하여 진료 시간을 줄이는 한편 내시경센터가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화기센터에 내시경 관련 장비와 인력을 꾸려 놓았다.

간 이식 수술 해외서도 인정

“간 이식 수술을 1년 만에 했다는 사실은 대단한 것입니다. 간 이식이란 잘못되면 환자의 목숨이 왔다갔다할 수 있는 분야이거든요. 아무리 수준이 높은 대학병원이라도 3~5년은 족히 걸리는 일이예요.”

이 병원장은 건국대병원이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을 은근히 자랑했다. 얼마 전 일본 도쿄대의대와 국립암센터 등을 둘러보러 갔을 때 ‘건국대병원’이 어떤 곳인지 잘 모르던 현지 관계자들이 건국대병원의 홍보영상을 보여주자 최첨단 시설과 장비에 놀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는 것.

이 병원장은 바쁜 틈을 쪼개 광진구 등 일대 구청, 보건소, 개원의 등을 직접 방문해 진료 상담을 해주곤 한다. ‘빅5 병원’ 도약 등 아무리 거창하고 그럴 듯한 목표라도 주변 사람들의 믿음을 얻지 못하면 실패하고 만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 기초의학과 임상연구가 결합된 연구개발에 과감하게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의학전문대학원 지원생들의 면면을 볼 때 우리는 국내 유수의 대학들을 이미 따돌렸다고 자평합니다. 의학, 생명과학, 수의학, 축산학 등의 인프라를 두루 갖추고도 건국대병원이 의료계의 중심이 되지 못한다면 말이 안 됩니다. 다양한 산학협력 프로젝트 추진을 통해 신분자의학과 노년층에 대한 뇌질환 분야, 수의학과 축산학의 연구성과를 접목한 인공장기 이식 분야 등에서 성장동력을 찾을 것입니다.”

이 병원장의 자신감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 이경원 건국대학교병원 병원장

송강섭 차장 speci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