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경원 우정사업본부 우편사업단장추석 '소포와의 전쟁' 야전사령관… 첨단 IT 기반 통한 업무 효율성 극대화

추석 명절을 앞두고 가장 바쁜 곳을 꼽는다면, 우정사업본부 우편사업단이 단연 앞자리에 선다. 그래서 우정사업본부는 9월 18일부터 추석 전날인 10월 5일까지 18일간을 ‘소포와의 전쟁’ 기간으로 선포했다.

이 전쟁을 진두지휘하는 정경원(49) 우편사업단장은 “금년 추석은 농산물 집중 출하기와 맞물려, 지역 특산물이 집중 유통되는 우체국쇼핑((http://mall.epost.go.kr)과 우체국 택배의 역할이 한층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체국쇼핑의 성장이 주목할 만하다. 정 단장은 “경기가 안 좋다 해도 명절에 선물을 주고받는 우리 풍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지난 추석 연휴 기간 우체국쇼핑의 주문 건수가 하루 평균 1만5,000건이었던 데 반해, 올해는 9월 18일 하루에만 10만 건을 뛰어넘는 등 오히려 큰 성장세”라고 밝혔다.

정 단장은 이어 “김, 사과, 한과, 민속주 등 2만~4만원 대 상품이 가장 인기”라며 “불황 여파로 백화점의 고가 상품보다 실속 있는 지역 특산품이 선호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금년 추석 기간에 유통될 것으로 예측되는 전체 우편물 물량은 약 2억 통. 소포 우편물만 해도 약 630만 통에 달한다. 지난해 추석에는 하루 최고 82만 개의 소포 우편물을 취급했지만 올해에는 최고 100만 개에 이를 것으로 본다. 지난 추석과 비교해도 20% 이상 늘어난 수치다.

따라서 정 단장은 이러한 추석 특별 우편물 소통 전쟁은 정시 배달을 위한 시간싸움이라고 규정했다. 이를 위해 정 단장이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첨단 IT 기반을 통한 업무 효율성 강화와 물류 소통 비용의 절감 등이다.

'우체국은 정보기술 회사' 이미지 구축

정보통신부의 요직을 두루 거친 정 단장은 정보통신을 이용한 경영 혁신 전문가. 그는 지난해 12월 우편사업단장 취임 당시부터 우체국의 ‘디지털 전진기지화’를 이끌었다.

정 단장은 과거 ‘바닷가 언덕의 빨간 우체통’같은 추억의 이미지 개념에서 탈피하여 ‘우정사업본부 = 정보기술(IT) 회사’라는 이미지 구축을 본격적으로 주도하고 있다. 지난 7월 개국한 소포 전문 처리 시설인 ‘동서울 물류센터’와 첨단 IT 기반의 물량 예측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고, 전국 22개 우편집중국의 자동 소포 우편물 처리 기계 시설을 갖추는 등 추석 물류의 완벽 소통을 위해 치밀하게 준비했다.

이를 위해 대규모 인력도 투입했다. 총 4만2,000명의 인력이 바삐 손발을 움직인다. 임시 인력만 1만8,000여 명. 정 단장은 “우정사업본부와 8개 지방 체신청 및 517개 배달우체국에 ‘추석우편물 특별소통 대책본부’를 설치, 정시 배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추석 ‘소포와의 전쟁’이 종료돼도 ‘IT 우체국’으로의 변모는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우선 2007년까지 유비쿼터스 우체국을 구현하겠다는 계획이다.

유비쿼터스 우체국이란 RFID(무선인식 기술)와 자동화 기술, 모바일ㆍGISㆍGPS, 무선데이터 통신 기술 등을 기반으로 언제, 어디서나 고객과 연결될 수 있는 우체국을 일컫는다. 이러한 유비쿼터스 우체국이 구현되면, 고객은 길거리에서도 핸드폰 또는 인터넷으로 우편물의 행선지를 실시간으로 조회할 수 있는 선진 서비스을 받는다.

정 단장은 “유비쿼터스 우편물류 시스템 구축을 위해 기존 바코드를 대체하는 무선인식 기술의 우편업무 실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차세대 우편물류시스템을 구축하여 세계 최고 수준의 우편물류 정보화를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도 확 바꾸었다. 국내 공공기관 최초로 팀제를 도입했다. 이전의 연공서열 중심의 직위를 탈피하여 탄력적 직급제로 전환해 공무원 조직에 긴장을 불어넣었다. 또 결재 단계를 4단계에서 3단계로 축소했다. 신속한 의사 결정 및 조직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다.

서비스 정신으로 성장 엔진 찾기에 나서

정 단장은 기존의 딱딱한 공무원상을 깨고, 서비스 정신이 투철한 기관으로 국민들에게 인정 받는 것이 목표다. 이러한 혁신 전략의 결과는, 일단 성공적이다. 우정사업본부는 2006년 정부-공공기관분야 사이버 친절도 조사에서 분야점유율 10.97%로 1위를 차지했다.

“우정사업은 ‘이익’이 없더라도 해야 하는 ‘보편적 서비스’이다. 예컨대 마라도 등대에 보낼 우편물에 220원짜리 우표를 붙이면 배달 비용이 몇 백 배가 더 들더라도 서비스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한 보편적 서비스의 기본 정신을 지키는 동시에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성장 엔진을 찾아야 하는 것이 우정사업의 과제다.”

정 단장은 이를 위해 고객 편의 증진을 위한 마케팅 강화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성장의 기본 바탕인 고객의 믿음을 얻기 위한 각종 우편 서비스 품질의 지표 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콜센터 10초 이내 응답률(87%), 우체국 택배 당일 픽업률(80%), 등기소포 익일 배달률(91%), 고객의 소리(VOC) 즉시 처리율(95%) 등을 꾸준히 높여 나간다는 계획이다. 고객들에게 약속한 서비스에 미달한 경우에는 고객서비스 불만 보상제를 통해 즉각 보상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정 단장은 이를 통해 “믿음직한 서비스 기관으로서의 이미지를 굳혀나갈 것”이라며, 입버릇처럼 되뇌는 ‘표어’로 인터뷰의 끝을 맺었다.

“한 번 우정(Post service)은 영원한 우정(Friendship)이다.”

한 번 우체국을 찾은 사람은 영원한 고객이 되도록 100% 만족 서비스를 펼치겠다는 약속이다.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