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학교 성교육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데는 ‘성은 드러내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미덕’이라는 유교적 전통의 영향이 크다. 이 때문에 성교육 방식도 실제 성생활에 필요한 구체적인 정보보다는 생리학적 지식을 일방통행식으로 주입하는 데 치중한다.

반면 선진국들은 집단 토론과 역할극을 통해 실생활에 필요한 성 정보를 습득하고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가도록 도와주고 있다. 단순히 난자와 정자의 수정이 아니라 성병 예방법, 콘돔 사용법, 임신주기 계산, 성적 피해자의 고통 등 실제 성생활에 유용한 내용으로 꾸며진다.

교육 방식도 단편적인 지식 주입 대신 학생과 교사가 주제를 정해 토론하면서 성의 가치를 깨달아 가는 데 중점을 둔다. 물론 이 같은 성교육을 위해선 정규 교과 편성과 전문가 양성이 필수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우리와 비슷한 보건의료 체계를 갖고 있는 미국은 1910년 ‘보건’이 독립교과로 분리됐으며, 현재 43개 주에서 ‘보건’ 교과를 통해 체계적인 성교육을 하고 있다. 미 정부는 1980년대 들어 10대 임신과 에이즈 감염자가 급증하자 유치원부터 성교육을 의무화했다. 미국의 성교육은 성병이나 에이즈 예방 같은 실질적인 프로그램 위주로 구성돼 있다.

일본도 1960년대 이후 초등학생 대상의 보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중ㆍ고교의 경우 성교육을 포함, 연간 70시간 이상의 보건교육을 실시한다. 성교육 내용도 월경과 사정, 신체 발육, 마음의 발달, 임신과 출산, 에이즈 예방 등 실용적이고 구체적이다. 덴마크, 네덜란드, 스웨덴, 핀란드 등 성문화가 개방된 북유럽 국가들도 대부분 성교육을 의무 교과로 채택하고 있다.

‘푸른아우성’ 김애숙 사무국장은 “너무 앞서 나간 성교육이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는 기우”라며 “청소년들의 높아진 성 인식에 맞춰 학교 성교육도 보다 솔직하고 유용한 프로그램으로 변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영웅기자 new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