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환자들 서울서 치료받을 때 숙박·휴식 편의 제공연 3억원 운영비 마련이 숙제… "사회서 적극 관심을"

“환~우~들이 마아~땅히 운~동 치료를 바??을 고옷~이 어없~어서 많~이 히힘~들었어요. 케~어센터를 통해 이이런 어어~려움이 해소됐~으면 하~는 바아람~이에요.”

온몸의 기능이 퇴행하여 다리가 마비되고 손을 쓰지 못하며, 언어와 사고 능력도 점점 잃게 되는 희귀질환인 소뇌위축증(ataxia)을 앓는 이상규(33) 씨는 “희귀·난치성 질환자의 쉼터가 생겨 기쁘다”며 환한 웃음을 보였다.

사소한 외상이나 충격에도 수포(물집)가 생기거나 쉽게 피부가 벗겨지는 피부 질환인 ‘수포성 표피박리증’을 앓고 있는 유림(7)이도 “너무 좋다”며 두 손 모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11월 6일 서울 봉래1동 82번지. 서울역 인근에 위치한 한 빌딩에는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 차가운 바람이 몰아치는 변덕스러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희귀·난치성 질환자와 가족들이 밝은 얼굴로 속속 몰려들었다.

(사)한국희귀ㆍ난치성질환연합회(회장 신현민ㆍwww.kord.or.kr)가 국내에서 유일한 희귀·난치성 질환자 쉼터의 문을 연 날이기 때문이다.

이 쉼터는 지방에 사는 환자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치료 받을 때 무료로 숙박하거나 쉬어갈 수 있는 곳이다. 또한 희귀ㆍ난치성 질환자와 가족을 위한 주간보호센터도 마련된다. 일반 사회에서 적합한 교육을 받기 어려운 희귀ㆍ난치성 질환자들을 위한 놀이 치료나 음악 재활, 운동 재활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외 간병으로 지쳐 있는 가족들을 위한 안락한 휴식 공간과 정보 교류ㆍ교육을 위한 세미나실도 갖췄다.

이날 행사에는 현판식과 기념 행사뿐 아니라 케어 센터 견학 및 환자들의 가족사진 전시 행사도 함께 열려 참석한 사람들이 희귀ㆍ난치성 질환과 쉼터의 기능에 대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150평 남짓한 쉼터를 둘러본 한국작은키모임의 김현수 회장은 “서울의 병원에서 수술 받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오는 환자들은 연고지도 없이 몇 달을 버티기가 무척 힘이 들었는데 이제는 쉼터를 이용할 수 있어 부담을 많이 덜게 됐다”고 쉼터 개소를 반겼다. 김 회장이 앓고 있는 연골무형성증은 성장과 관련된 연골이 아예 없거나 저형성되어 성장 장애를 초래하는 질환으로 합병증으로 인해 수술을 받는 경우가 많다. 김 회장은 “우리 아이들은 허리에 혹이 생기는 후만증이나 척수압박증 등으로

이를 교정하는 수술을 많이 받는데 한 번 수술하면 보통 물리치료까지 3~4개월이 걸린다”며 “쉼터 이용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포만감을 느끼지 못해 식욕을 억제하지 못하는 프레드윌리증후군을 앓고 있는 성희(9) 양의 어머니는 “집이 멀어 여기 와서 운동은 못하더라도 이따금 열리는 부모들 모임을 편안하게 가질 수 있는 공간이 생겨 기쁘다”고 말했다.

이들 희귀ㆍ난치성 질환자와 가족들은 저마다 병명과 증상은 달라도 쉼터에 관해서는 한목소리로 바람을 전했다. “서울역뿐 아니라 지방 도시 곳곳에 제2, 제3의 쉼터가 생겨났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러한 호응에 연합회는 “서울의 쉼터를 모범적으로 운영해 전국적으로 쉼터가 확대되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연합회 신현민 회장은 “쉼터가 개소되기까지 지난 2년여 동안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며 “향후 유지비가 연간 3억원에 달해 운영에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이를 극복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10억원을 지원해 설립했고, 로또 공익재단이 8,000만원의 운영비를 보태 문을 연 이 쉼터는 앞으로도 원활한 운영을 위해 범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날 연합회의 이사장 자격으로 참석한 안명옥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2001년 책상 하나 달랑 놓고 시작한 연합회가 2003년에는 사단법인이 됐고, 2006년에는 아시아 최초로 희귀ㆍ난치성 질환자들을 위한 쉼터까지 개소하게 된 것을 매우 뜻 깊게 생각한다”며 “보리떡 다섯 개와 두 마리의 물고기로 5,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배불리 먹고 남았다는 성경(오병이어의 기적)의 말씀처럼, 환자들의 희망과 슬픔을 모두 함께 나눌 수 있다는 마음이 있으면 희망을 낳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