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유전 사업자 '지구지질정보' 이상구 대표원유매장 확신… 부장검사 통해 주수도 회장 소개받아

한동안 잊혀졌던 ‘서해유전 탐사’가 최근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엉뚱하게 사회적 파장을 낳고 있는 제이유(JU)그룹 사건 때문이다. 제이유그룹이 서해유전 사업을 활용해 주가조작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유전사업은 제이유그룹 사건의 유탄을 맞아 주가조작의 주범으로 여겨졌고 석유탐사는 여론의 눈총을 받던 중 정부의 중단조치로 서해유전 사업은 표류하고 있다.

서해유전 사업에 나섰던 이상구 지구지질정보주식회사 대표는 아직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20년 가까이 미국에서 성공한 기업가로 지내던 이 대표는 1990년대 중반 영구 귀국해 그동안 쌓아놓은 인맥을 통해 석유탐사 사업에 뛰어들었다. 러시아 지질조사소의 원격지구탐사가 서해 2-2광구의 유징 가능성을 제공한 게 실마리였다. 그러나 의욕을 갖고 석유탐사에 나섰지만 유징은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거의 근처에 왔다고 판단한 순간 시추가 멈췄다. 정부가 “석유 매장이 없다”고 결론을 내린 때문. 그런 와중에 사회적 파장을 낳고 있는 제이유그룹의 자금까지 석유탐사에 투자되면서 홍역을 치렀다. 이 대표는 서해 2-2 광구에 석유가 매장돼 있다고 여전히 확신한다. 지난 6일 이 대표를 강남 사무실에서 만나 서해유전사업의 실체를 들춰봤다.

-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제이유(JU)그룹 자금은 어떻게 투자됐나.

“2005년 7월 지인을 통해 이영세 부장검사를 알게 됐고 그가 제이유그룹 주수도 회장을 소개해줘 투자를 받게 됐다. 주 회장은 ‘국가를 위해 뜻 있는 일에 참가하게 돼 기쁘다’면서 선뜻 6억원을 투자했다. 1주일 후 잔금 54억원 중 주 회장이 30억원, 제이유그룹에서 24억원이 입금돼 총 60억원을 투자받았다. 그후 우리쪽 지분 20%를 넘겨주었다. 그렇게 문제 있는 기업의 자금이었다면 처음부터 투자를 받지 않았을 것이다. 부장검사가 소개해 주 회장을 믿은 것이다.”

- 주가조작은 알고 있었나.

이상구 대표
“주가조작은 우리 회사와 무관하다. 제이유그룹과 자회사인 세신 간에 주식거래를 하면서 우리 석유개발 사업을 이용한 것이다. 직원들 모두 24시간 현장에서 밤잠을 설치며 지냈는데 주가조작을 어떻게 알겠는가. 제이유 사건으로 한참 시끄러워진 뒤에 연락을 받고서야 우리 회사가 관련됐다는 것을 알았다. 주주들만의 자금으로 탐사를 하였으며 주자조작 및 사기혐의와 관련해 검찰 및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받았으나 전혀 혐의 없음이 밝혀졌다. 처음부터 산자부가 투자에 유의하라는 보도자료를 계속 언론에 배포해 주가조작 의혹을 증폭시킨 부분이 있다.”

- 주수도 회장에게 항의는 했나.

“주 회장이 제이유 회원들에게 화상방송을 통해 석유를 개발했다고 선전한다는 얘기를 듣고 그런 말을 그만두라고 했다.”

- 서해유전 사업은 완전히 중단된 것인가.

“지난 3월 석유탐사 연장이 허가되지 않았고 4월 탐사권 설정도 허가가 나지 않아 사실상 석유탐사는 중단됐다. 6월부터 정부 조처의 부당함을 다투기 위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 산자부와의 소송에서 가장 큰 쟁점은 무엇인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정부가 탐사 연장을 불허한 재량행위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시추 자료에 대한 정확성 문제이다. 탐사권 허가는 특허에 해당하므로 산자부의 재량권에 속하지만 그렇더라도 적절하게 사용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너무 광밤위하게 재량권을 행사해 석유탐사에 지장을 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시추 자료의 정확성에 대한 부분은 엄밀한 검

서해유전 탐사보고서
증이 필요하다.”

- 서해유전을 어떻게 시추하게 됐나.

“러시아 지인을 총해 자원개발에 관한 세계적인 러시아 지질연구소 관계자들을 만나게 됐고 탐사권이 주어진 4년 1개월 동안 러시아 기술에 의한 정확한 지점을 선택했고 시추선 등을 계약했다. 그러나 애초에 법이 10년까지 탐사권을 허가하도록 돼 있으나 정부가 2년이라는 단기로 허가했고 2차 연장 허가 때는 단 1개월의 탐사권만을 허가했다.”

- 추정 매장량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나.

“전체 4억7,000만 배럴로 한국이 원유를 수입하지 않고 6개월 정도 소비할 수 있는 양이다.”

- 산자부에서 석유매장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는데.

“산자부가 우리가 제출한 자료를 충분히 검토하고 현장에 직접 가서 확인하는 등 적극성을 보였더라면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확신하다. 산자부가 판단 근거로 삼은 자료는 초기 내지 중간 자료로 불충분한 내용들이다. 산자부가 탐사권 연장을 불허한 3월 이후 나온 자료들은 석유 매장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 산자부는 그런 자료들을 접수조차 하지 않으려고 했다.”

- 석유가 매장돼 있다는 확실한 증거는 무엇인가.

“세계적으로 공신력 있는 핼리버튼사의 검토 보고서다. 3월 13일 물리검층에 의해 측정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유징이 확인됐다. 지난 10월 DST(생산능력시험) 자료에 따르면 지층에 유동 특성을 시사하는 단서들을 확인했다. 또 석유공사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하고 인도네시아, 베트남 유전개발에도 참여한 국내 전문가도 1,650m 지점에 석유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 산자부와 지질정보주식회사 간에 시각차가 너무 큰데.

“판단 자료에 차이가 있으니 결과도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보다 산자부가 민간기업이 석유탐사에 나서는 것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본다. 시추 중에 고위 인사가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면 담당 공무원들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겠나. 국가 에너지 자원을 위한 일이라면 적극 도와주어야 한다고 본다.”

- 그래도 국가 전문기관의 판단이 민간기업보다 더 정확하지 않겠나.

“우리가 데이터 분석을 의뢰한 기관은 분석력에서 세계 3위 안에 드는 곳이다. 세계 곳곳에서의 경험도 풍부하다. 국내 전문기관의 분석력도 뛰어나겠지만 그렇다면 판단한 결과를 놓고 토론을 해보는 것은 어떻겠나. 현재 정부와 소송 중인데 자료를 제대로 내놓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의 판단 자료에 확신을 갖고 있다면 내놓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 앞으로 계획은.

“당장 시추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소송을 통해서라도 다시 시추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일단 소송에 충실할 계획이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