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 높게 나오면 방송사와 조사기관 '누이 좋고 매부 좋고'SBS 시청률 조사 의혹 제기로 양자 관계 주목

시청률 조작 의혹을 보도하는 SBS뉴스 화면
시청률이 높고, 혹은 낮다면 도대체 무엇이 달라질까? ‘조작’ 논란은 왜 벌어졌을까?

최근 터져 나온 ‘TV 시청률 조작 의혹 보도’ 파문을 계기로 새삼 시청률에 대한 궁금증이 고조되고 있다. 관심의 초점은 시청률 조사 방법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시청률의 메커니즘에 대한 것. 궁금증은 주로 시청률을 둘러싼 방송사와 시청률 조사기관의 역학 관계, 그리고 시청률이 과연 어떤 차이를 만들어 내느냐는 데서부터 비롯된다.

시청률 조작 공방은 지난 11월 16일 SBS가 8시 뉴스에서 TNS미디어코리아의 시청률 조작 의혹을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SBS의 연이은 속보 방송과 TNS사측의 반박과 기자회견으로 열기를 띠던 이 사건은 양측의 공방 속에 지금은 논란이 잠잠해진 상태. 사실 TV 시청자나 일반인들에게 어느 쪽 주장이 옳으냐는 것은 커다란 관심사가 아닐 수도 있다.

굳이 논란의 사실 여부를 따지거나 논할 것도 없이 시청률 문제는 ‘높낮이’에서 출발한다. 한마디로 시청률이 높게 나오면 좋고, 낮으면 좋지 못한 것. 이는 상식적으로 짐작할 수 있다. 시청률은 학교 성적표처럼 TV 프로그램의 성적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시청률은 방송국과 광고 대행사, 광고주 사이에서는 평가의 잣대로 작용한다. 시청률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방송국 내에서는 프로그램을 폐지하거나 혹은 연장시킬 수 있다. 또 시청률이 얼마나 높고 낮게 나오느냐에 따라 즐겨 보던 프로그램의 시간대가 바뀌거나 진행자 혹은 주인공이 교체되기도 한다.

시청률은 또한 광고 차원으로까지 이어진다. 광고주나 광고대행사는 광고를 집행하는 프로그램의 인기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한 해 TV광고 시장 규모는 2조9,000억원 수준. 한 방송 관계자는 “어떤 의미에서 TV시청률이 광고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측면도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TV시청률은 방송 및 광고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일반인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매우 민감하다. 평가의 보조 수단이기는 하지만 프로그램 하나하나의 존폐, 운명까지도 좌우할 수 있고 또 광고 즉 ‘돈’ 문제로까지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 또한 피부로 느끼지 못하지만 실제 TV를 보는 국민 개개인의 채널선택권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의미 또한 적지 않다.

그런데 문제는 TV시청률을 둘러싼 방송사와 광고대행사, 광고주, 그리고 시청률 조사기관들과의 미묘한 3각 관계다. 즉 방송사나 광고주는 TV시청률로 내부 프로그램을 평가한다. 그런데 TV시청률 조사기관에게 방송사는 직접적인 고객이다. 방송사가 시청률 조사기관에 비용을 지급하고 조사기관은 이 자금을 운용해 시청률을 조사하는 구조인 것이다.

광고주 역시 시청률 조사기관의 직접적인 고객은 아니지만 시청률을 토대로 여러 정책 결정사항을 판단한다는 점에서 방송사와 입장이 비슷하다. 다시 말해 시청률 조사기관에게 방송사는 커다란 고객이며 방송사가 ‘갑’, 조사기관은 ‘을’이 되는 셈이다.

“방송가에서는 TV시청률 때문에 담당PD나 제작자가 시청률 조사기관에 불만을 표시하거나 항의, 이의제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한 방송 관계자는 “방송사를 고객으로 둔 시청률 조사기관의 입장에서 이런 항의나 불만을 무시할 수만은 없을 수 있다”고 평한다. 그렇다고 조사기관이 이들 프로그램 제작자의 요구를 부당하게 들어준다거나 그런 항의가 시청률 조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주장은 결코 아니다.

그런데 시청률은 공교롭게도 높게 나오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여러 가지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시청률이 높게 나오면 방송사나 광고주 모두 좋아한다는 것. 방송국은 프로그램에 대한 평이 좋으니, 또 광고주는 비싼 광고비를 들인 프로그램을 통해 광고 효과를 거둘 수 있으니 만족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시청률이 높으면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누이좋고 매부좋은’ 경우가 될 수도 있다.

이번 SBS의 시청률 조작 보도 경우는 사실 여부를 떠나 당장 실제 프로그램이나 광고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SBS는 시청률이 원 수치와 2~4%포인트 정도의 차이를 보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국내 TV시청자가 1,700만명이라고 계산 할 때 이 수치는 광고 집행에까지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범위에 포함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이번 시청률 관련 취재를 담당한 SBS 보도국의 이주상 차장은 “어쨌든 시청률은 평가와 광고집행의 토대, 척도가 된다는 점에서 최대한 정확해야 한다는 원칙에서 보도를 하게 됐다”고 말한다. 방송가에서도 이번 해프닝을 두고 “시청률을 둘러싼 일반의 인식과 관심을 확대시키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평하고 있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