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에 검찰 전·현직 인사들 다수 연루 소문 나돌아 소극수사 의혹DJ정부 인사와 금감원에 수사 집중… 일부선 "특검 도입해야"제기

김대중(DJ) 정부 시절인 2001년 초, 이른바 권력층 ‘마당발’로 통하는 인사들 간에 골드상호신용금고를 둘러싼 힘겨루기가 벌어졌다.

우선 골드상호신용금고와 인수 계약을 체결한 이는 DJ정부 임기 말 나라를 들썩인 ‘이용호 게이트’의 핵심인물인 D상호신용금고 대주주 김모 씨였다. 김 씨는 골드상호신용금고를 100억원에 인수하기로 계약하고 대표인 유모 씨에게 30억을 지불하였다. 그런데 유 씨는 D금고 김모 씨에게 경영권을 넘기는 절차를 진행하는 대신 삼주산업 김흥주 회장(전 그레이스 백화점 대표)과 또 다른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유 씨는 D금고 김 씨로부터 이중계약을 체결한 혐의(사기)로 피소돼 서울지검의 조사를 받았지만 결국 김 씨의 고소 취하로 사건을 무마시킬 수 있었다.

검찰에 따르면 수사 결과 유 씨가 이중계약을 한 것은 김흥주 씨의 부탁을 받은 금융감독원 김중회 부회장의 압력 때문으로 드러났다. DJ정부 마당발인 김모 씨가 또 다른 ‘왕마당발’ 김흥주 씨와의 파워게임에서 밀린 것이다. D금고 김 씨가 유 씨에 대한 고소를 취하한 것도 김흥주 씨의 마당발 인맥이 작용한 결과라는 후문이다,

최근 정ㆍ관계와 재계, 검찰 등을 강타하는 뇌관으로 떠오른 ‘김흥주 로비사건’의 한 단면이다. 검찰은 김흥주 씨 사건과 관련, 김 씨로부터 2억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금감원 김중회 부원장을 구속하고 김 씨에게 불법 대출을 알선한 혐의로 신상식 전 금감원 광주지원장을 구속했다. 이근영 전 금감원 원장은 김 씨를 김 부위원장에 소개한 배경에 대해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그밖에 김 씨가 2001년 경기 S금고에서 59억원을 대출받을 때 감사원 고위 간부 K(당시 국장급)씨가 개입했으며, 2001~ 2002년 금고 4곳에서 200억원대 대출을 받을 때 도와준 감사원ㆍ금감원 간부들도 수사 대상이 되고 있다.

김흥주 씨와 관련한 검찰의 수사는 최근 정치권을 겨냥하고 있다. 주로 DJ정부 시절 민주당 인사들이다. 검찰은 김 씨가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의 개인 사무실을 내고 보증금과 임대료를 대납한 것과 관련, 권 전 고문과 한광옥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조사한 데 이어 한 전 실장이 김 씨로부터 인사 청탁을 받은 단서를 포착하고 수사 강도를 높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김흥주 씨가 골드상호신용금고를 인수하는 데 정치권 인사의 특혜 여부, 각종 인사에 청탁이 있었는지 등이 주요 수사 대상”이라고 말했다. 현재 검찰의 수사망에 오른 인사는 권노갑ㆍ한광옥 전 의원 외에 PㆍK 전 의원과 현역인 수도권의 중진 의원이다. 이중 K 전 의원과 중진 의원은 김 씨의 친목 모임인 ‘사랑을 실천하는 형제모임’, 또는 ‘45인회’의 구성원으로 알려졌다.

그밖에 열린우리당 중진 L의원, 한나라당 K의원 등이 연루됐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검찰의 김흥주 씨에 대한 수사가 DJ정부 시절 권력 핵심인 동교동계 인사들에 집중되면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계개편을 겨냥한 정치적 노림수’를 바탕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의 정계개편이 민주-열린우리당 통합론자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데 대해 ‘통합신당 반대’ 입장을 천명한 노 대통령 측이 제동을 걸고자 ‘개헌’이라는 거대 화두를 던지고, 다른 한편에서는 김흥주 씨 사건을 통해 동교동을 억누르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배기운 사무총장은 김흥주 씨 사건과 관련, 검찰의 조사에 대해 “민주당을 옥죄기 위한 노 대통령의 노림수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에 정통한 소식통은 검찰이 김흥주 씨 사건을 정치권으로 확대하는 ‘진짜’이유는 김 씨 사건에 검찰 인사들이 다수 연루된 것을 희석시키기 위한 ‘물타기용’ 수사 측면이 강하다고 비판했다. 실제 김 씨 사건에는 검찰 전·현직 고위 인사들이 다수 등장한다. 우선 검사 생활을 한 뒤 변호사 개업을 했다가 재임용된 H부장검사가 꼽힌다. 그는 검사 재임용 당시 로비를 했다는 의혹 외에도 골드상호신용금고 인수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한 부분이 있고 김 씨와 17억원의 돈거래를 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이에 대해 H부장검사는 “김흥주 씨는 20년 가까이 알고 지냈지만 검사 인사가 돈으로 청탁하면 통하는 그런 자리가 아니지 않느냐. 10억원에 대한 의혹도 경쟁관계에 있던 사람의 모함”이라고 반박했다.

2001년 김 씨에 대한 비리를 내사하려는 P수사관을 방해한 K검사장도 문제다. K검사장은 김 씨 사건을 무마시키려다 P수사관이 반발해 외부에 알려지면서 2004년 인사에서 좌천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김 씨가 뇌물 공여 혐의로 미국으로 도피했다가 국내 입국하는데 도움을 주고, 김 씨의 경기도 용인땅 이중매도(사기)에 관련한 검찰 간부 출신 B변호사에 대한 조사가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일부에서는 제기되고 있다.

강금실 법무장관 시절 인사 논란이 있었던 L검사장, 청와대 모 수석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M 고위 검사, 수도권의 PㆍL 검사장도 김 씨와 직간접으로 관련됐다는 소문이 나돈다. DJ정부 및 참여정부에서 검찰 최고위직을 지낸 3명의 K 변호사와 검찰 출신 C 변호사의 이름도 거론된다.

그래서 검찰 주변에서는 “김 씨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려면 검찰이 아닌 ‘특검’에서 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검찰이 최근 김 씨 관련 수사를 정치권 일부 인사와 금감원ㆍ감사원 인사를 처벌하는 수준에서 마무리하려는 것도 검찰 자체의 ‘부담’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2001년 김 씨와 감사원 간부의 비리 정황을 진술했던 감사원 감사관 출신 K모 씨가 2002년 자살한 것과 관련 ‘타살’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K씨가 자살한 곳을 미뤄 자살보다는 타살에 무게가 실린다는 주장이다. 특히 김 씨 사건에 폭력조직이 개입됐다는 의혹이 일면서 K씨의 타살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래서 검찰 주변에서는 김 씨 사건이 ‘마무리’가 아닌 이제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견해와 함께 ‘특검’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흥주 게이트' 형제모임 45인은 누구
DJ정부 시절 정·관·재계·법조계 인사 등 포진

김흥주 삼주실업 회장이 김대중 정부 시절 ‘왕마당발’로 활동할 수 있었던 데는 정ㆍ재계, 관료, 법조계 등 전방위에 포진한 ‘사랑을 실천하는 형제모임’, 이른바 ‘45인회’가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형제모임은 원래 DJ정부의 주요 고위관료들의 부부동반 사회봉사활동 목적으로 조직된 모임이었으나 김 회장이 정·관계 고위인사와 친분을 다지는 목적으로 참여해 모임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면서 사조직화시켜 버렸다.

‘45인회’에는 DJ정부 실세인 PㆍK 전 의원을 비롯해 한광옥 전 비서실장이 준회원이고 검찰에서는 김 씨의 내사를 방해한 K검사장을 비롯해 10억원대의 돈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H부장검사, 김 씨의 용인땅 사기사건에 연루된 검찰 고위간부 출신 B변호사, 현직인 PㆍLㆍM 검사장, 검찰 최고위직 출신의 KㆍP 변호사, 금감원 김중회 부위원장, 신상식 전 광주지원장, 국정원 간부 K씨, L 전 국방장관, 톱스타 C씨, 연극인 S씨 등 광범위하다.

김흥주 씨는 45인 중 핵심 인물들을 '8인회'로 별도 관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 김중회 부위원장, 신상식 전 대전지원장, K 감사위원, KㆍH검사장, 검찰출신 B변호사, 보건복지부 H 국장 등이 8인회 회원으로 알려졌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