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달아 부도 나자 돈 빌려 돌려막기… 로비 등 무리수 동원

‘김흥주게이트’와 관련, 정ㆍ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김흥주(58) 삼주산업 회장이 IT반도체, 전자, 부동산, 유통업, 해외유전개발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김 회장은 17일, 자신에 대한 ‘사기 및 배임 사건’에 관한 첫 공판에서 그 같은 사실을 진술했다.

김 씨는 1998년 10월 그레이스백화점 매각 대금 150억원으로 부동산 임대업을 목적으로 하는 삼주산업을 설립한 뒤 2000년 경기도 용인시 삼가동 임야 6만9천여㎡를 200억원에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본격적인 사업에 뛰어들었다.

2000년 초에는 컴퓨터 부품을 하이닉스에 납품하는 ㈜스페이스테크놀로지 인수 및 공장 이전에 100억원을 썼고 일본과 합작으로 IT반도체 기술을 위한 KNY를 설립하는 데 20억원을 투자했다.

같은 해 9월부터는 인도네시아 유전개발을 위해 아치 사방섬에 2001년 말까지 약 1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하고 대통령, 보좌관 등을 상대로 로비를 하거나 한국에 초빙했다. 자카르타에는 삼주산업 지사를 설립해 20명의 직원을 상주시켜 개발을 시도했다. 2000년 12월에는 자본금 50억원으로 삼주창업투자회사를 설립했다.

김 씨는 국내외에서 다양한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 성공하지 못했다. 스페이스테크놀로지는 LCD, 백라이트 등을 하이닉스에 납품했지만 적자가 누적됐고 하이닉스가 부도나자 판로를 찾지 못해 부채만 늘었다. KNY도 제대로 기술 투자가 안돼 사업을 중단했다. 삼주창투는 제대로 운영이 안돼 5개월 만에 5억원을 받고 팔아 큰 손해를 보았다.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 일대에 6,000여 평의 호텔을 지어 토목공사, 조경공사까지 마쳤으나 자금부족으로 중단했다.

인도네시아 해외개발사업은 대통령 측근의 부패로 대통령이 물러나고 내전이 발발하면서 중단돼 투자금을 모두 날렸다.

김 씨는 자금난에 처하자 그레이스백화점 임원 시절부터 교분을 쌓아온 정ㆍ관ㆍ재계, 검찰,경찰 등의 인맥을 동원 2001년 골드상호신용금고 인수에 나섰지만 결국 노조의 반대로 실패했다.

김 씨는 벌려 놓은 사업에 필요한 돈을 용인시 삼가동 토지를 비롯해 본인 소유의 경기도 파주 4만평, 서울 소재 건물, 경기도 구리시 대나무밭 등을 담보로 제2금융권 등에서 차용했다.

그러나 사업 투자금은 회수하지 못한 채 원리금 상환 부담만 늘어났고 돌아오는 당좌수표ㆍ어음을 막기 위해 돈을 빌리는 악순환이 반복돼 2002년 12월에는 제2 금융권 이자만 매월 8억원에 달했다.

김 씨는 용인시 삼가동 토지를 제외한 부동산을 처분해 채무와 이자를 막아보았지만 연체 이자가 400억원을 넘어가자 2003년 2월 미국으로 도피했다.

김 씨는 그에 앞서 2002년 10월 용인 삼가동 임야를 이중매도해 중도금 등 30억원을 가로챘고 같은 해 12월부터 2003년 2월까지 삼주산업 및 스페이스테크놀로지 대표이사 명의로 152억2,000만원 상당의 당좌수표를 발행한 뒤 부도를 냈다.

김 씨는 도피생활 중 이미 팔아치운 땅이 1,500억원대로 치솟자 소송으로 되찾기 위해 3년9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귀국했다가 사기 및 배임 혐의로 구속됐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