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떡 살리기 나선 경기도경기미로 만들어 커피 전문점서 판매… 실적 좋으면 매장 확대

김문수 지사의 경기도가 세계 무대에 우리 떡을 알리기 위한 대장정에 본격 나선다.

우리 떡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첫 서험대는 다국적 커피 브랜드인 ‘스타벅스’ 매장. 베이스캠프는 전통 ‘떡의 대모’ 윤숙자 소장이 이끄는 한국전통음식연구소가 맡는다.

김 지사와 윤 소장, 장성규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대표, 윤종일 농협 경기지역본부장은 지난 10일 서울 무교동 스타벅스 매장에서 ‘우리 쌀 소비를 위한 퓨전 떡 육성 협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이날부터 경기미로 만든 우리 떡이 스타벅스 매장을 통해 판매되기 시작했다. 이날 행사에는 박찬숙 한나라당 의원이 참석해 큰 관심을 표시였고 조윤종 한국 쌀전업농연합회 경기도회장도 협약에 동참했다.

스타벅스에 처음 진출한 우리 떡은 양질의 경기미로 만든 ‘딸기편’, ‘쑥편’, ‘호박떡 케익’ 등 모두 세 가지. 커피와 어울리고 젊은이 취향에도 맞는 떡으로 떡 전문가인 윤 소장이 직접 골랐다.

우선 우리 떡을 판매하는 스타벅스 매장은 무교점과 소공동점 등 두 곳이다. 경기도와 스타벅스는 3종의 떡을 3개월간 시판한 다음 떡 판매실적을 봐 가면서 판매 매장을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다.

겨우 단 두 곳, 그리고 세 종류의 떡 판매를 시작한다고 ‘웬 호들갑이냐’ 하겠지만 이번 시도는 경기도가 우리 떡의 세계화를 위해 내디딘 첫걸음이란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우리 떡의 무한한 가능성을 내다 보고 세운 경기도 차원의 원대한 전략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번 3자 간의 제휴는 우리 떡이 해외 커피 브랜드인 스타벅스 매장을 통해 판매된다는 점에서 무척 눈길을 끈다. 또 우리 떡을 알리기 위해 김 지사와 떡 전문가, 그리고 스타벅스 등 3자가 공동으로 나섰다는 것도 종전에 찾아보기 힘들었던 새로운 시도로 평가받는다.

도대체 어떤 연유로 우리 전통 떡이 스타벅스 매장 한켠을 파고 들게 됐을까? 좀체 어울릴 것 같지 않던 양자 간의 결합은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첫 아이디어의 발상은 다름 아닌 김 지사가 냈다. 지난해 7월 부임한 김 지사는 곧바로 우리 쌀, 특히 경기미의 활성화 방안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목적은 ‘우리 전통 떡 산업 육성’을 통한 쌀 소비 활성화. 사람들이 전통 음식인 떡을 많이 찾게 되면 우리 쌀 소비도 늘어나고 나아가 쌀 농가의 시름도 덜게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왜 일본은 공항에서 떡을 잘 팔고 있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할까?’ 같은 떡 문화권인데도 마케팅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점에 의아심을 품은 김 지사는 먼저 농정 담당 공무원들을 일본에 연수를 보냈다. ‘떡 문화와 떡 산업을 보고 배워오라’는 지시였다. 9월에는 경기도 연수단이 일본을 방문해 일본 떡과 한국 떡에 대한 장단점 분석을 벌였다.

보고를 받은 김 지사가 내린 다음 지시는 ‘우리 떡 문화를 일으킬 만한 구체적인 방안을 다각도로 구상해 보라’는 것. 그리고 떡도 쌀도 농업이지만 공산품이나 서비스업 같은 2차, 3차 산업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발상의 전환을 강조했다.

심각한 고민을 시작한 담당 부서인 농산유통과 직원들은 먼저 전문가를 찾았다. 여기저기 자료를 뒤적이고 수소문을 해 얻은 해답이 바로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윤숙자 소장. 김 지사는 ‘소비자 기호에 맞는 떡 개발 및 보급과 심포지엄’을 개최하면서 윤 소장을 초대하는 등 수차례 자문을 구했다.

윤 소장이 가장 강조한 부분은 ‘우리 떡을 이제는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야 한다’는 것. 아파트 지하상가 구석이나 재래시장 골목 깊숙한 곳에 박혀 있는 떡집들이 앞으로는 자신있게 대로변으로 나올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경기도는 떡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제조와 가공, 유통 및 마케팅 교육을 벌이는 한편 지원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다음으로 떡 산업 육성에서 커다란 문제는 떡의 유통과 마케팅. 떡이 어떤 과정을 통해 소비자와 만날 수 있느냐가 문제였다. 비록 지금은 이미지가 처져 있지만 잠재적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떡이 향후 성장세를 타기 위해서는 거대 브랜드와의 매칭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내려졌다.

도청에서 무작정 스타벅스로 전화를 걸어 얻은 예상치 못한 소득은 스타벅스 측의 ‘흔쾌한 수락’. 세계적인 명성을 갖춘 커피전문점에서도 우리 떡이 판매될 수 있도록 협력 체계가 이뤄진 것이다.

이번 협약식을 통해 앞으로 3자는 우리 떡 산업의 진흥을 위해 각자의 노력을 펼쳐나갈 예정이다. 경기도는 ‘떡 산업 육성에 필요한 제반여건 조성 및 지원’을 맡고, 농협경기지역본부는 떡 가공업체에 경기미를 공급하는 등 떡 산업 활성화 지원을 거들기로 했다.

스타벅스는 ‘경기미 소비촉진을 위해 떡 판매 및 판매점포 확대’를 벌여나가며 또 한국전통음식연구소는 떡 신기술을 개발하고 제조업자들에게 기술 보급 및 가공업체 컨설팅 등을 담당하게 된다. 이들 기관 및 업체는 지속적으로 경기미 소비 촉진과 떡 산업 육성을 위한 상호 협력체제를 갖춰나가기로 약속했다.

그동안 경기도는 전통 떡 산업 육성을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지난해 11월에는 수원 야외음악당 공원에서 ‘경기 떡 한마당 잔치’를 열어 쌀 소비 촉진을 위한 떡 대중화 붐을 조성하고 전통 떡에 대한 우수성을 알렸다. 12월에는 육해공군 등 4개 군부대와 수원영동초등학교 등 여러 학교들을 방문해 떡 시식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번 스타벅스 매장 진출을 계기로 경기도는 서울과 수도권 전체 스타벅스 매장에 떡을 확대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국내에서 얻은 호응을 발판으로 나아가 해외 스타벅스 매장들에까지 우리 떡을 선보이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그에 앞서 국내에서는 학교와 군부대 등에 급식용으로 제공하고 빵 가게에서도 떡이 판매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경기미 떡이 스타벅스에서 팔리게 된 것을 계기로 우리 민족이 즐겨 먹어 왔던 전통 떡이 이제 전 세계인들이 즐겨 마시는 커피와 만나 ‘김치’와 같은 세계적인 음식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주목된다.


"우리 농업 세계 진출의 초석될 것"
김문수 경기도 지사

"떡 자체에 대한 관심에서라기보다는 우리 농업이 위기라는 데서 생각이 출발한 것입니다."

"원래 떡을 즐겼냐"라는 질문에 김문수 도지사는 우리 농업과 농민 얘기부터 꺼냈다. "처음 경기도 지사로 와보니 생각보다 농업 비중이 높고 농민들도 많은 거예요." 김 지사는 "때마침 한·미 FTA가 추진되면서 더더욱 우리 농업이 위기에 빠지는 것 같아 지방 행정 수장으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나온 방안이 '떡'이다"고 말했다.

1990년 국내 1인당 쌀 소비량은 118kg이었지만 지난해는 78.9kg으로 뚝 떨어졌다. 10여 년 새 3분의1 가량이 감소한 셈이다. 경기미로 유명한 경기도도 쌀 소비 감소로 인해 경제난의 고통은 더 심했다.

"밥만 가지고는 해답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젊은이들이 우리 전통 떡을 먹게 되면 자연히 쌀 수요가 늘어나게 되고 그러면 농가에도 보탬이 되겠지요." 때문에 김 지사는 그간 빵에 익숙한 젊은이들에게 맛있는 우리 떡을 손쉽게 접하게 하면 이들도 떡을 좋아하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일본이 떡을 알리는 데 적극적이란 점도 자극제가 됐다. "일본에 가보니 수백, 수천 가지 떡들이 소개되고 있는 거예요. 왜 우리라고 못할 게 있습니까?" 현재 경기도 내에는 떡 방앗간 겸 떡집은 200여 군데로 집계되고 있다. 김 지사가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은 이들 떡집의 업그레이드다.

"떡이나 쌀이나 농업 기반이지만 그것이 1차 산업으로만 머물러서는 안됩니다. 부가가치를 좀 더 높이는 2차 산업이 돼야 하고 마케팅으로 세련되게 판매하는 3차 서비스산업도 될 수 있도록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김 지사는 떡만이 아닌 우리 농업이 이젠 1, 2, 3차 산업을 합친 6차 산업이 돼야 생존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물론 이번 우리 떡 판매는 이런 국내 농업 발전 방안의 조그만 시도이다. 여기에다 그는 "떡은 수백, 수천년 내려오던 것이다"며 "똑같은 떡만 만들어낼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신제품, 트렌드에 맞는 떡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례로 떡이나 농업이 더 업그레이드돼 소비자들에게 다가가야 하고 이 분야에 젊고 유능한 인력이 들어와야 선순환 구조가 된다는 것.

"서울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끼고 있는 경기도 농업이 못해내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김 지사는 "떡을 비롯한 우리 농업이 태평양의 파도를 넘어 전 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성장산업으로 일보 전진시키기 위해 '못하면 죽는다'는 각오로 끌고갈 것이다"고 힘줘 말했다.


"고객 반응 좋아 성공 자신감 얻어"
장성규 스타벅스 코리아 대표

파리 바게뜨와 뚜레주르, 크라운 베이커리 등은 우리 떡 유통 제안을 거부했다. 신라명과도 장차 떡사업을 해야겠다는 동의만을 내비쳤다. 하지만 뜻 밖에도 해외 브랜드인 스타벅스가 당장 우리 떡 유통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경기미로 만든 우리 떡 판매 유통 방안을 고심하던 경기도청의 이진찬 농산유통과장. 여기저기서 거절만 당하느라 지친 그는 큰 기대 않고 스타벅스에 전화를 했다. 응답자는 양재선 마케팅 팀장.

경기도의 제안을 들은 양 팀장은 환영의 뜻을 전했고 이를 보고 받은 장성규 스타벅스 대표는 즉시 수락 의사를 표시했다. "글로벌기업이지만 본사에서도 세계 각 지역의 다양성을 포괄한다는 것을 기본철학으로 삼고 있습니다. 로컬 차원에서 우리 떡 판매는 우리가 자율적으로 얼마든지 도전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스타벅스 코리아가 우리 떡을 판매하는 것은 특별히 본사의 허가가 필요한 사항은 아니다. 장 대표는 "이번 떡 판매 추진 과정에서 여러 분야에서 박자들이 잘 맞아 떨어졌다"며 "무엇보다 떡 시식회를 열어봤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 자신감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우선 국내 매장에서 우리 떡 판매를 시작한다. 하지만 반응이 좋으면 국내 전체 매장으로 확대하고 나아가 전 세계 1만3,000여 개 스타벅스로까지 보급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때는 스타벅스코리아의 역할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출시한 그린티 라떼의 해외수출 과정과 같은 맥락이다.

무엇보다 우리 떡 판매를 계기로 스타벅스는 부정적인 이미지의 여론에서도 한켠 비켜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종전 '해외 브랜드 커피 음료를 앞장서 팔고 있다', '커피값이 너무 비싸다'는 등의 비난에 시달렸지만 이제는 우리 떡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명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스타벅스가 케이크나 과자와 함께 커피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곳이라는 점도 이번 결정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국내 제과점들은 대부분 '브랜드 이미지상 곤란하다', '떡이 베이커리 한켠을 차지하면 주력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 '떡이 많이 팔리겠냐'는 등의 이유를 대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떡·커피 만남을 동·서양 문화 새 조합"
윤숙자 한국전통음식연구소장

"우리 떡과 커피의 만남은 한국 음식과 서양 음료와의 조화, 한국 문화와 서양 문화와의 새로운 조우 등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우리 떡의 스타벅스 매장 판매를 시작한 지난 10일, 윤숙자 한국전통음식연구소장은 "설레는 마음에 전날 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빵 등에 비해 포만감이 오래 가고 영양이 풍부한 떡은 상대적으로 칼로리가 적어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효과적입니다."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세 가지 떡을 골라낸 윤 소장은 "떡은 단 음료와는 어울리지 않는 편이라 상큼하고 시원한 동치미 국물이나 설탕을 넣지 않은 담백한 커피와 궁합이 잘 맞는다"고 소개한다. 이미 윤 소장은 1999년부터 종로3가에 떡카페 '질시루'를 오픈, 우리 떡의 생활화와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스타벅스에 공급되는 떡의 재료는 농협경기지역본부가 공급하는 명품 '경기미'를 사용한다. 옛 왕들이 먹던 양질의 쌀로 만들어 떡 맛이 남다를 것으로 윤 소장은 기대한다. 윤 소장은 떡 신기술의 개발과 보급 및 가공업체 컨설팅을 담당하며 고급의 떡을 지속적으로 보급하게 된다.

윤 소장이 이끄는 이 연구소는 2004년 '간식용 떡 케익 및 그 제조방법(3개월이상 저장기술)'과 '떡을 이용하여 만든 떡 샌드위치 및 그 제조방법' 등에 관한 2건의 특허를 출원한 바 있다.

6명의 전문교수가 한국 떡의 연구개발과 보급 및 기술전수 교육을 담당하고 있으며 2002년에는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학점은행제 교육기관 인가를 받아 '떡 평생교육원 학사과정 운영'을 통해 7년간 6,907명의 수료생을 배출한 떡 전문기관이다.

"많은 도지사님이 계신데 떡에 이처럼 관심이 많은 분은 처음 봤습니다." 윤 교수는 "김 지사가 '왜 일본은 하는데 우리는 못하냐'며 직원들을 달달 볶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번에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고급 커피전문점에서 떡을 판매하는 것을 계기로 우리 전통 떡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윤 소장은 "떡 판매가 늘어나 농가소득도 높일 수 있다면 금상첨화"라며 "찐득거리지 않고 먹기도 좋으면서 커피와 어울릴 수 있는 떡을 이번에 처음 공급하게 되었으므로 우리 국민은 물론 외국인들도 즐겨 먹을 수 있을 것이다"고 자신했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