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브랜드 100여개… 인기 업고 너도나도 대박 꿈꿔단짝 친구 정우성·이정재도 남성정장 브랜드 '다반' 출시 계획

연예계에서 단짝 친구로 통하는 동갑내기 톱스타 정우성과 이정재가 얼마 전 함께 손을 잡고 의류사업가로 나서 화제를 모았다. 이들은 패션업체 더베이직하우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외국 남성정장 브랜드 ‘다반’을 출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우성과 이정재가 40%의 지분을 공동 출자한 것은 물론 경영에도 참여한다. 이들은 오랫동안 의류 모델로 활동해 오면서 패션사업의 수익성을 주목했고 직접 사업을 해도 승산이 있겠다는 판단에 따라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연예인들이 너도나도 의류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의류사업은 패션에 관심이 많은 몇몇 스타들의 ‘특이한 부업’ 정도로만 여겨졌지만 요즘엔 연예인들의 최우선 사업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연예인들이 의류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그들의 직업적 특성과 관련이 있다. 우선 대중의 패션을 선도하는 입장이어서 자연스레 패션에 대한 안목이나 노하우를 갖추기 쉽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대중매체를 통해 얻은 탄탄한 인지도를 바탕으로 손쉽게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동기유발 요인이다.

이와 관련, 연예인 브랜드 의류를 가끔 사 입는다는 한 20대 여성은 “솔직히 TV에 나오는 스타들처럼 멋지고 예쁘게 보이고 싶지 않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며 “그러다 보니 스타들이 직접 홍보하고 판매하는 옷에 마음이 끌려 종종 구매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연예인 의류 브랜드의 성공 요인으로 패션 아이콘인 연예 스타들을 닮고 싶어하거나 그들과 스스로를 동일시하고자 하는 대중의 잠재된 욕망을 자극하는 마케팅 방식을 첫손가락에 꼽는다.

특히 인터넷 쇼핑몰과 TV홈쇼핑이 의류 유통시장의 총아로 떠오르면서 큰 자본 없이도 패션사업에 수월하게 진입할 수 있게 된 것도 연예인 의류사업 러시의 배경이다.

연예인들의 의류사업 성공의 원조는 개그맨 주병진이다. 그는 이미 1990년대 초반 패션내의 전문업체 ‘좋은사람들’을 창립해 성공한 사업가 반열에 올랐다. ‘좋은사람들’은 지난해 창사 16년 만에 최대 실적인 1,190억원의 매출을 올릴 만큼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주병진 이후 한동안 뜸했던 연예인 의류사업가 계보는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몇몇 스타들의 대박 사례가 한몫했다. 대표적인 케이스는 2004년 홈쇼핑을 통해 출시한 ‘미싱 도로시’ 브랜드로 연 1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이혜영.

‘미싱 도로시’는 올 1학기 이화여대 디자인학부 전공 학생들의 강의 소재로 채택되는가 하면 얼마 전 유명 벤처캐피탈 업체인 KTB네트워크로부터 10억원을 투자받는 등 많은 화제를 뿌려 왔다.

이혜영은 ‘미싱 도로시’ 브랜드의 디자인에서부터 소재 선택, 제작 과정, 유통 단계까지 전 과정을 꼼꼼히 챙길 만큼 패션사업가로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수 겸 탤런트로 활동 중인 이현우도 남자 연예인으로는 흔치 않게 의류사업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한 경우다. 2002년 ‘팻독’이라는 브랜드의 캐포츠룩(캐주얼과 스포츠 의류의 특성을 혼합한 스타일)을 국내에 처음 선보인 그는 현재 전국 20개 매장을 확보했을 만큼 만만찮은 사업 수완을 과시하고 있다.

이밖에 아이돌그룹 H.O.T 출신의 토니안도 2005년부터 ‘스쿨룩스’라는 브랜드로 학생교복사업에 뛰어들어 첫 해 매출만 140억원을 기록할 만큼 히트를 쳐 사업가로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에는 매출 규모를 200억원으로 더욱 늘려 대기업 브랜드 3사가 장악 중이던 교복 시장에서 ‘빅4’로 자리매김했다. 토니안은 최근 속옷사업에도 신규 진출하는 등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시장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연예인 의류 브랜드는 이들 외에도 많다. 지난해 인터넷 쇼핑몰 ‘에바주니’를 문연 김준희는 한 달 만에 무려 10억원의 매출을 올려 큰 화제가 됐고, ‘지바고’라는 브랜드를 내세운 심은진과 ‘뉴욕스토리’의 박경림도 월 수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황신혜, 이승연, 변정수 등도 의류사업에 일찌감치 뛰어들어 안정적인 궤도에 올랐다.

이처럼 의류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부업으로 떠오르자 연예인들 사이에는 ‘패션 열병’이 급속도로 번져나가고 있다. 영화배우, 탤런트, 가수, 개그맨 등 직종을 불문하고 의류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얼굴이 조금만 알려진 경우에도 나름의 인지도를 믿고 사업을 벌일 정도다.

이러다 보니 이미 시장에 알려진 브랜드와 신규 론칭을 준비 중인 브랜드를 합쳐 연예인들이 관련된 브랜드는 줄잡아 100여 개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물론 그중에는 패션 관련 전공자나 나름의 안목을 갖춘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는 ‘묻지마 투자’에 가깝다. 실제 최근 의류사업 진출을 선언한 연예인들은 대개 “오래 전부터 패션사업을 꿈꿔왔다”는 식으로 막연하게 접근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에 대해 패션업계 관계자는 “최근 연예인들의 의류사업 진출 바람은 몇몇 성공 사례에 편승해 손쉽게 돈을 벌어보려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며 “특히 연예인들은 이미 구축해 놓은 자신의 이미지를 통해 홍보, 광고, 마케팅 등에서 ‘몇 수’ 접고 들어가는 것은 대단한 혜택”이라며 꼬집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그것이 되레 약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사업감각을 기르는 것을 등한시할 수 있다는 것. 또 연예 스타가 팬들에게서 얻은 인기를 돈벌이에 이용하는 것은 그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비판도 적잖이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연예인들의 의류사업 진출 러시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옷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스타들의 이미지를 소비하는 팬들과 다르다는 점에서 사업이 결코 녹록치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제 아무리 ‘스타 브랜드’라고 하더라도 옷의 디자인이나 품질이 따라주지 않으면 결국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연예인 의류사업 진출이 한때의 유행이라면 그 또한 거품 인기처럼 언제 꺼질지 모를 일이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