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부유층 보석 투자 바람증여세 없어… 희소성으로 가격까지 상승, 일거양득

도쿄의 한 호텔에 전시된 세계 최다면 17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보석은 사치품? 아니면 투자 상품?

보석이 언제 어디서나 몸에 지니고 싶은 여성의 욕구를 대변하던 시대는 지났다. 요즘 고가의 보석은 부동산이나 고미술품 못지않은 재테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까르띠에 홍보팀 고민수 씨는 “최근 고가 보석 시장 자체가 커지면서 보석을 단순히 액세서리가 아니라 투자의 개념으로 보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 크리스티 경매소 보석부가 올린 보석 매출은 3억 6,000만 달러. 전년 대비 27% 성장을 기록했다.

국내 시장 역시 급성장세다. 근래 3~4년 전부터 국내에서도 유명 고급 브랜드를 통해 다이아몬드 등 고가 보석을 매해 10억원씩 사들이는 부호가 등장했는가 하면, 역사가 깊은 고급 보석 브랜드에는 해마다 개인별로 1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주는 VIP들의 리스트가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 VIP고객들의 고가 보석 매출 규모만 한 해 500억~600억원대에 이른다고 한다.

특히 ‘크고, 희소한’ 보석에 대한 선호도는 갈수록 치솟고 있다. 쇼메의 최신혜 씨는 “예전에는 1억원 상당의 보석 구매를 희망하는 고객이라면 3,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의 상품을 여러 개 사는 것이 보통이었지만, 지금은 같은 금액으로 좋은 상품 하나에 투자하는 것을 원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그러면 왜 부호들이 고가 보석에 눈을 돌린 것일까.

◆ 장식, 그 이상의 가치로 빛난다

지난해 6월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 출품된 스코틀랜드의 마가렛 공주(1930~2002)의 보석들은 예상가보다 100배나 비싼 가격에 팔렸다. 마가렛 공주가 결혼식에서 썼던 보석 달린 왕관이 16억 9,700만 달러에 경매된 것을 비롯하여 반지, 팔찌, 목걸이 90점이 총 192억원(한화)에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 것이다.

고가의 보석은 예로부터 왕족이나 대부호 등 선택 받은 소수에게만 허락돼왔다. 업계 관계자들이 말하는 고가 보석은 최소 수천만원부터 수백억대까지. 심지어 값을 매길 수 없는 경우도 많다. “고가 보석의 가격은 한계가 없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희소성도 소유욕을 부추기는 주요 요인. 게다가 전 세계적으로 다이아몬드 광산은 점점 고갈돼가고 있다. 다이아몬드가 집중 매몰되어 있는 남아프리카 광산도 20%가 채 안 되는 채굴량을 남겨놓아 희소가치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 김 모 씨는 “다이아몬드가 고갈돼 가면서 최근 3~4년 사이에만 최고 60%까지 가격이 상승했다”고 전했다.

세금 면에서도 유리하다. 부호들이 상속의 수단으로 가장 애호하고 있는 것이 바로 초고가 다이아몬드. 증여세가 없고, 국세청에 신고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세무조사도 안 받고, 어마어마한 재산을 자식에게 증여할 수 있으니 자연히 부호들의 눈길이 쏠리는 것이다.

보석 시장의 ‘글로벌’화도 빼놓을 수 없는 이점이다. 보석은 국가를 막론하고 세계 공통으로 고르게 형성되어 있다. 예컨대 뉴욕에서 구입한 다이아몬드를 도쿄에서 팔려고 할 때 동서양의 취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제값을 받지 못하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는다.

고가 보석 회사들의 마케팅 정책도 한몫한다. 다이아몬드 등 고가 보석 시장의 공급이 철저하게 조절되기 때문에 ‘귀하신 몸’은 언제나 대접받는다. 고가 보석 업계 관계자 이 모 씨는 “주식 투자와 같이 단시간에 큰 이득을 낼 수는 없지만 장기적으론 결코 손해를 입지 않는 품목이 고가 보석”이라고 말했다.

◆ '레드 다이아몬드' 를 잡아라

고가 보석 시장에서 인기 품목은 단연 다이아몬드다. 최상급 D컬러 다이아몬드는 경매시장의 불패 품목으로 통한다.

레드와 블루 다이아몬드에 대한 선호도도 최근 크게 높아지고 있다. 이들 컬러 다이아몬드 시장은 이미 고갈 상태. 따라서 이들 보석을 보기도 어렵고, 사기도 어렵다.

한 고가 보석 업체의 홍보부장은 “유명 보석 업체에서 일하면서도 이러한 유색 다이아몬드는 딱 한 번 봤다”며 “이러한 보석은 희소성이 워낙 높기 때문에 일단 잡으면 사야 한다”고 했다.

같은 등급의 다이아몬드라면, 캐럿이 클수록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예컨대 고가 보석 브랜드의 경우 보통 1캐럿 다이아몬드는 등급에 따라 3,000만원에서 최고 6,000만원까지 하는데, 이것이 2캐럿이 되면 1억 2,000만원~1억 8,000만원으로 가격이 훌쩍 뛰고, 3캐럿 정도가 되면 3억~4억을 호가하는 수준으로 급상승하는 것. 고가 보석 애호가들은 자연히 항상 더 크고, 더 좋은 등급의 보석을 보기를 희망한다.

자주색에 가까운 핏빛을 내는 ‘버마산 루비’, 색깔이 아주 곱고 내포물이 없는 사파이어와 에머랄드 등도 투자 품목 O순위에 올라 있는 귀한 몸이다.

어느 브랜드인가 하는 것도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부호들이 선호하는 고급 보석 회사로는 까르띠에, 티파니, 반클리프 앤 아펠, 쇼메 등 5~6곳. 이들 업체에 원석을 공급하던 드비어스도 최근 국내에 런칭하며 고가 보석을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드비어스가 지난달 런칭 쇼에서 선보인 D-IF등급의 16.04캐럿의 솔리테어 링은 무려 59억원이었다.

◆ 고객 관리는 철저히 은밀하게

고가 보석업체들은 귀한 제품이 들어오면 우선적으로 단골 VIP 고객들을 초청해 한정 품목을 먼저 접할 수 있는 특권을 준다. 5~6캐럿이 넘는 다이아몬드나 희귀한 보석들을 만날 수 있는 특별전도 업체마다 매해 1~2회 가량 열고 있다.

쇼메의 경우 2000년대 들어 전 세계 왕족이나 석유 재벌, 할리우드 스타 등 특급 VIP들의 보석 디자인을 맡아온 고가 보석 디자이너가 매년 1~2회 내한해 국내 부호들의 보석을 직접 디자인해준다. 초기에는 특급 VIP 5~6명만을 초대해 호텔에서 비밀리에 만남을 가져왔지만, 최근에는 국내 백화점 명품관에 위치한 매장으로 초청하는 이벤트를 열고 있다.

다이아몬드 고르는 4가지 기준(4C)

다이아몬드는 흔히 4C라 불리는 4가지 기준, 즉 컷(Cut) 색상(Color) 투명도(Clarity) 캐럿(Carat)으로 판단한다. 특히 컷은 다이아몬드의 가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ㆍCut -컷(Cut)은 다이아몬드의 반짝임을 만들어낸다. 컷팅되지 않은 다이아몬드의 원석은 불투명하고 전혀 반짝이지 않는다. 다이아몬드는 이상적인 각도와 비율에 따라 컷팅되었을 때만 찬란하게 빛난다. 완벽한 컷에 가까울수록 그만큼 더 많은 다이아몬드 원석이 깎여 나갔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컷이 좋을수록 다이아몬드는 그만큼 더 값지다.

ㆍColor -색상(Color)은 다이아몬드의 가치 기준이 되는 4개의 특성 중 하나이다. 다이아몬드의 색상이 흴수록 더 값지고 귀하다. 색상 등급은 무색 보석을 뜻하는 ‘D’에서 시작하여 알파벳 순으로 점점 내려가는데, 알파벳 단계가 떨어질수록 황색 또는 갈색이 점점 더 짙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ㆍClarity -투명도(Clarity)는 다이아몬드가 함유하고 있는 내포물의 크기와 수를 말해주는 것이다. 10배 현미경을 통해서 보았을 때 내포물이 발견되지 않으면 최상의 투명도를 가졌다고 볼 수 있다. 국제 투명도 등급은 최상급인 IF에서 13까지로 분류한다.

ㆍCarat - 다이아몬드의 중량은 캐럿(Carat)으로 측정된다. 1캐럿은 약 0.20그램이다. 중량은 다이아몬드의 가치를 결정하는 객관화된 기준이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이러한 기준으로 다이아몬드를 감정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공인된 감정서가 첨부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단 국내 감정서의 경우 해외에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국제적인 기관에서 발행한 감정서를 첨부한 제품을 선택하는 게 더 믿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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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동 롯데백화점 명품관에서 한 모델이 다이아몬드 118캐럿으로 장식한 19억원 상당의 목걸이를 선보이고 있다. 고영권 기자
5월 8일 스위스 제네바 소더비 경매소에서 한 모델이 희귀한 노란색 다이아몬드를 들어보이고 있다.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