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와인 벼룩시장 열며 새로운 트렌드 형성, 해외 브랜드들도 한국 시장 노크

와인도 더 싸게, 그리고 더 새로운 형식과 종류로.

국내에서 와인 소비와 관심이 늘어나면서 와인 시장의 트렌드도 다변화되고 있다. 유통시장에서 와인의 가격 파괴 현상이 일어나고 제3대륙 등 신규 브랜드 와인들도 줄지어 국내 시장을 노크하는 등 와인 시장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벼룩시장에 집에서 사용하던 중고 물품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6월 8일~10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리는 2007 서울 와인 벼룩시장 (Seoul Wine Flea Market)은 최근 와인 시장의 격변을 말해 주는 대표적 예다. 국내에서 와인 문화가 퍼진 이래 대규모 와인 벼룩시장이 열리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그동안 와인 수입업체나 판매숍 차원에서 소규모로 와인을 싸게 파는 세일 행사는 간간이 열려 왔다. 또 지난해 금양인터내셔날이 단 하루 동안 비교적 많은 물량을 판매할 때 구매자가 운집했던 것도 같은 맥락.

하지만 이번은 여러 업체들이 공동으로 나서 3일간 여는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 와인벼룩시장이란 점에서 주목을 끈다.

행사를 주관하는 와인 정보 포탈사이트 ‘와인21닷컴’의 최성순 대표는 “최근 수년간 국내 와인 시장이 크게 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와인 시장 내부적으로는 극심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즉 전체 외형은 성장하지만 좋은 품질과 브랜드를 갖고 있으면서도 시장에서 빛을 보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는 것.

때문에 이번 벼룩시장은 그간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와인들이 빛을 볼 기회를 마련한 격이다. 그냥 버리기엔 너무 아깝고 가지고 있기엔 비싼 창고료와 냉장시스템을 가동하면서 발생되는 경비들을 어쩔 수 없이 부담해야 하는데 이런 애로사항들을 극복하기 위해 와인업체들이 창고 정리를 하는 것이다.

벼룩시장을 통해 소비자들은 그동안 비싸서 못 마셨던 와인들을 값싸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업체들로서는 라벨 손상이라든가 오래된 와인들을 일찌감치 처분하는 덕을 보는 것은 물론이다.

국내 와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프랑스와 칠레, 이탈리아 등의 와인 트렌드에 맞서 시장을 파고 드려는 다른 국가 와인 브랜드들의 의욕적인 마케팅도 돋보인다.

특히 프랑스, 이탈리아와 가까운 스페인 와인도 최근 국내 시장 공략에 가세했다. ‘마르께스 데 까세레스’가 대표적. 미국 내 레스토랑 부문에서 지난 6년간 5차례나 ‘스페인 넘버1 와인’으로 선정된 이 와인도 최근 국내 시장에 첫선을 보였다. 약 120만 헥타르의 포도밭에서 전 세계 와인 생산량의 15.1%를 차지하는 세계 3위의 생산대국 지위를 국내에서도 차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깔고 있다.

국내 와인 시장의 최강자로 곳곳에서 위협을 받고 있는 프랑스 와인도 이름 알리기에 분주하다. 쌩떼밀리옹과 뽀므롤, 프롱싹 와인 연맹 회장단은 최근 한국을 방문, 한국 내 시장 확대 의사를 적극 표명했다.

이 지역은 보르도 중에서도 가장 여성스럽고도 부드러운 와인으로 유명한 산지. 보르도가 워낙 유명하긴 하지만 자신들의 산지 브랜드를 더 강조하겠다는 시도이다. 예전 같으면 보르도 와인이라고 하면서 그냥 넘어갔겠지만 와인의 입맛이 다변화되고 세분화되는 국내 시장의 흐름을 간파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보졸레 와인의 대명사로 군림했던 죠르쥬 뒤뵈프도 새로운 모습으로 한국 시장을 찾아왔다.

아들 프랭크 드뵈프와 함께 이례적으로 한국을 찾은 것. 예전 같으면 보졸레 누보 홍보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화사한 꽃 문양 레이블로 유명한 브랜드 파워로 한국 와인 시장에 보졸레 와인을 재발견, 열풍을 일으키겠다는 포부를 보이고 있다.

와인이 뜨니 위스키 회사들도 서둘러 와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는 것도 최근 새로운 트렌드다. 진로발렌타인스는 뉴질랜드 와인의 리더 ‘몬타나(Montana)’를 출시하면서 와인 시장 적극 공략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와인을 취향대로 직접 만들어 ‘세상에 하나뿐인 와인’ 이라는 특별함을 누릴 수 있는 DIY 와인도 등장해 인기다. 최근 오픈한 와인만들기(www.my-wine.co.kr) 인터넷 매장.

여기서는 여러 종류의 와인을 시음한 후 자신의 입맛에 맞는 원액을 구입, 첨가물 혼합 과정을 거쳐 숙성된 와인을 병입·포장하고, 기념일 특성에 맞는 문구나 사진을 넣은 라벨을 부착해 세상에 하나뿐인 와인을 만들어준다.

와인을 마시는 이들이 늘어나고 와인에 대한 입맛이 까다로워지면서 새롭게 시도되는 와인 맛보기인 셈. 또 소비자가 직접 모든 와인 제조과정을 참여하기 때문에 그 의미는 특별하다.

● [인터뷰] 프랑스 와인 홍보대사 이다도시 "와인과 한국음식은 환상궁합"

"보르도 와인과 곁들인 한국 음식 최고예요."

한국말을 유창하게 잘하는 방송인으로 유명한 이다도시가 모국인 프랑스 와인 알리기에 나섰다. '보르도, 한국 소비자 위한 100가지 프러포즈'의 홍보대사 역할을 자임한 것.

그녀는 최근 프랑스 농식품 진흥공사(SOPEXAㆍ소펙사)와 공동으로 '부담 없이 즐기는 보르도 와인 100' 시음회에 참여했다. 지난해 한국 소믈리에 대회 우승자 전현모 씨, 와인 칼럼니스트 고형욱 이상황 씨, WSET 코리아 교육부장 이인순 씨 등과 함께 와인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벌인 것.

"가격 대비 품질, 한국 음식과의 궁합 그리고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가를 중점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직접 와인을 맛보고 고르기도 한 그녀는 "세계적 품질의 보르도 와인을 합리적 가격으로 즐기세요"라고 추천한다.

그녀와 평가단이 선정한 와인들은 산도, 당도, 알콜의 균형미가 돋보이고 섬세한 블랜딩으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레드와인 83종, 과일향과 꽃향이 풍부한 화이트와인 13종, 꿀향과 함께 당도와 산도가 적당히 균형을 이룬 스위트한 맛의 화이트와인 4종으로 구성돼 있다. 가격대별로는 1만원대 24종, 2만원대와 3만원대 각 38종.

"직접 시음해보면 알 수 있겠지만 1만~4만원 사이의 가격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뛰어난 품질의 와인이 많습니다." 그녀는 "프랑스 보르도 와인도 "최근 들어 양보다는 질을 더 우선시하는 산업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소비자들은 한쪽으로 튀지 않는 균형 뛰어난 와인을 선호하는 것 같다"는 그녀는 "프랑스 와인을 더 사랑해 달라"고 당부했다. 선정된 와인리스트는 소펙사 홈페이지(www.sopexa.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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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