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사랑방같은 병원 "아픈사람에게는 편안함이 최고 치료법이죠"

“여기가 정말 병원 맞아요?”신촌 홍대 앞에 자리잡고 있는 개인 병원인 ‘제너럴 닥터’. 구식 TV와 오르간, 나무 의자 등이 아기자기하게 놓여져 있다.

한 쪽 벽면엔 음료수의 가격이 적힌 메뉴판도 눈에 띈다. 병원이라고 하지만 의사도 간호사도 모두 가운을 벗은 채 손님들의 주문을 받고 음료를 만드느라 분주하다.

그러니 처음 이곳을 방문한 환자들은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게다가 위치마저 이색 카페들로 유명한 홍대 근처다 보니‘병원 콘셉트의 카페’인지 ‘진짜 병원’인지를 물어오는 경우가 많은 것. 그럴 때마다 김승범(31) 원장은 큰 소리로 대답한다. “네, 여기 병원 맞아요.”

김 원장은 2004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3년 동안 경기도 양주에서 보건의를 지낸 뒤 지난 5월 1일 개원했다. 김 원장에게 병원 내부가 특이하다고 말하자 “누구나 편하게 쉬어 가는 컨셉트의 ‘동네 병원’이다”며 웃어 보인다.

“동네 병원이란 게 일반적이며 다양한 진료가 행해지는 곳이잖아요. 그러므로 환자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하죠. 그런 만큼 의사와 환자가 오랜 시간 많은 얘기를 나누고 아픈 곳을 함께 걱정하며 치료해 나갈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굳이 아플 때만 찾는 장소가 아니라 누구나 편하게 머물 수 있고, 그러다 아픈 곳이 있으면 진료도 받을 수 있는 장소를 찾다 보니 카페가 떠올랐죠.”

김 원장은 “카페를 선택한 데는 병원 수익 문제도 있었다”고 조심스레 털어놓는다. 그가 꿈꾸는 ‘인간적인 진료’, ‘느림의 진료’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병원 진료비 외에 또 다른 수익창구가 필요했던 것.

“우스갯 소리로 ‘요즘 병원은 30분 대기 5분 진료’라고 하잖아요. 현재 우리나라 병원의 수익구조에서는 환자 한 사람당 오랜 시간을 투자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에요.

그래서 이곳에서 시작할 때 병원의 새로운 수익모델을 보여주자는 포부도 있었어요. 진료비 외에 카페를 운영해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면 재정적인 면이나 시간적인 면에서 좀 더 여유를 갖고 환자들을 진료할 수 있기 때문이죠.”

다시 말해 병원은 김 원장이 꿈꾸는 의료 환경을 위한 ‘거대한 실험실’인 셈이다. 병원과 카페를 한데 모은 공간 자체만으로도 실험적이지만, 이 공간에서 그가 원하는 대로 환자들을 진료할 수 있을지, 그 진료가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 끊임없이 연구하고 실험하는 중이라고 한다.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김 원장은 환자와 보다 인간적으로 얘기를 나누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적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환자 노트.

김 원장에게 진료를 받은 환자들은 모두 딱딱한 차트 대신 각자의 이름이 쓰여진 노트 한 권을 얻게 된다. 사소한 일상의 얘기부터 의학 상담 내용까지, 이 모든 것이 의사와 환자의 역사로 노트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것이다.

김 원장은 시간이 흐른 뒤 이 노트들을 자료 삼아‘의사와 환자의 커뮤니케이션’을 보다 심층적으로 연구할 계획을 갖고 있다.

다행히 그의 실험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대부분 긍정적이다. 개업한 지 이제 겨우 한 달 남짓이지만 벌써부터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환자들이 부쩍 늘고 있다. 카페로 이곳을 찾는 단골만도 꽤 여럿이다.

“개업 전만 해도 사람들이 이 병원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는 김 원장은 “어린아이부터 60이 넘는 노인까지 다양한 환자들이 이곳을 거쳐갔지만, 모두들 생각보다 이곳을 편안하게 받아들여서 오히려 놀랐다”고 귀띔한다.

“실패할지 성공할지도 모르는 실험을 감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가 이상주의자로 비쳐질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지금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꿈을 좇아가고 있다는 확신이 있습니다.

물론, 저의 도전이 제 기대처럼 좋은 결과를 불러오고 ‘새로운 의료 문화 운동’으로 확산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죠. 앞으로도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나름의 실험을 계속할 겁니다. 더 좋은 의료 환경을 위해 고민하면서 모자란 점은 채워 나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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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흔 객원기자 lunallena99@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