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호화 상류층 '제트족' 겨냥… 패션 디자인서 의식주 상품으로 영역 확대

명품 업체들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와 베르사체, 불가리 등 세계적인 명품 업체들이 이제는 입고 걸치는 패션 디자인에서 벗어나, 명품 브랜드의 범위를 의ㆍ식ㆍ주 전반의‘라이프 스타일(life style)’영역으로 확대해 나가고있다.

해외의 경우, 최근 자가용 제트 여객기로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초호화 상류계층인 ‘제트족’들의 등장과 함께 그들의 활동영역이 점차 글로벌화하면서 이들을 만족시킬 명품 주거 공간 시장 또한 급팽창하고 있다.

이에 따라 명품의 개념이 의ㆍ식ㆍ주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명품 브랜드의 영역도 의류를 넘어 호텔과 레스토랑, 리조트, 카페 등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패션의 거장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최근 우리나라 건설업체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중동 아랍에미레이트(UAE)의 두바이 신도시 중심부에 내년 완공 예정인 지상 160층 규모의 세계 최고층 빌딩 버즈두바이 호텔사업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르마니는 이 빌딩의 1~39층에 마련될‘아르마니 호텔’ 전체의 설계와 인테리어 작업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과거 패션디자이너가 최고급 콘도미니엄 등의 실내장식을 맡은 적은 있지만, 이 같이 대단위 프로젝트의 아트 디렉터로 직접 설계에서부터 인테리어, 시공에까지 참여하는 것은 아르마니가 처음이다.

아르마니는 이미 패션과 식음료의 조화라는 테마를 통해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밀라노, 미국 보스톤 등지에서 카페와 레스토랑 사업을 운영하며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불가리가 매리어트 호텔과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발리섬의 호텔.

아르마니는 특히 홍콩에 한 빌딩을 통째로 구입, 자신의 취향과 브랜드 컨셉트에 맞춘 패션숍과 가구점, 생활용품점, 초콜릿 매장, 서점, 꽃집 등을 입점시켜‘아르마니 차터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두바이의 세계 최고층 빌딩에 의ㆍ식ㆍ주를 총괄하는‘종합선물세트’격인 호텔을 오픈, 자신의 명품 브랜드 이미지를 확실히 구축하겠다는 야심이다.

다른 명품 업체들도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호텔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패션업체인 미소니는 내년 쿠웨이트(룸 200개)와 영국 에딘버러(룸 130개)에 동시에 패션하우스 미소니 호텔을 오픈 할 계획이다. 미소니 측은 메인 카페와 라운지 바, 스파 등을 미소니 특유의 텍스처로 디자인할 예정이다.

내년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에 완공될 세계 최고층 빌딩 '버즈 두바이'내의 아르마니 호텔.

베르사체 역시 내년 두바이에 호화스러운 215개의 스위트룸과 레스토랑, 스파 시설 등을 갖춘 베르사체 두바이 호텔을 열 예정이다. 베르사체 홈 컬렉션에서 객실 디자인과 가구 세팅 등을 총괄하고 있다. 객실료는 미화 410달러부터 시작된다.

불가리는 이미 매리어트 호텔과 공동으로 이탈리아 밀라노(2004년)와 인도네시아 발리섬(2006년)에 호텔과 리조트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패션의 도시 밀라노 도심 한 복판에 위치한 불가리 호텔은 식물원과 조화를 이루며 도심 속 휴양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객실가격은 560~750유로, 스위트룸은 1,500~3,500유로다.

또 발리 섬 남서쪽에 위치한 불가리 발리 리조트는 59개의 빌라로 구성돼 내부 엘리베이터를 통해 프라이빗 해변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인도양이 내려다 보이는 빌라와 스파는 현대식 이탈리안 디자인과 전통적인 발리 스타일이 접목돼 그들만의 특별함을 추구하는 명품 고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내년 쿠웨이트와 영국 에딘버러에 오픈할 미소니 호텔의 인테리어.

지방시는 프랑스 칸 해변가 마르티네즈 호텔 내 초호화 스파를 운영하고 있다. 이 스파는 실내외 휴식공간과 지방시 화장품만을 이용한 부티크, 개인정원이 딸린 트리트먼트 룸 등으로 구성돼 있다.

샤넬은 일본 도쿄 긴자 샤넬 빌딩에‘베이지 도쿄’라는 레스토랑을 운영중이다. 도쿄 최고의 음식점으로 꼽히는 이곳은 빌딩 정문에서 샤넬의 트위드 정장을 입은 리셉셔니스트의 안내를 받아 샤넹의 ‘더블 C’로고가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층 레스토랑으로 올라가면 샤넬 운동화를 신은 웨이터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밖에 돌체앤가바나는 이탈리아 밀라노에 ‘골드’라는 레스토랑을, 구찌는 긴자와 밀라노에서 구찌의 G로고가 들어간 타라미슈 등을 판매하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골드’ 레스토랑의 음식은 항상 ‘오늘의 메뉴’로만 선보일 정도로 수시로 바뀌는 등 독창성을 앞세운다. 캐주얼하면서도 쉬크한 유니폼을 착용한 웨이터들은 10개국 언어를 구사해 세계 각지로부터 찾아온 명품 족들이 편안하게 레스토랑을 이용할 수 있게 도와준다.

구찌 카페는 밀라노에서 가장 명성이 높은 제빵 업체와 공동으로 운영되며, 이 카페는 음식도 핸드백이나 옷처럼 최고의 상품을 제공하려는 노력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일본 명품 브랜드도 발 빠르게 이 같은 추세에 동참하고 있다.

일본 도쿄 컬렉션에서 화제가 된 트모리 치사트는 최근 도쿄 신주쿠 이세탄 백화점에 ‘트모리 카페’를 열어 브랜드 마니아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돌체앤가바나 레스토랑 '골드'

최근 국내에도 선을 보인 트모리는 젊은 여성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 최고의 브랜드다. 가방과 신발 등 트모리 상품을 함께 팔고 있는 이 카페 입구부터 이세탄 백화점내의 트모리 매장까지 브랜드 심볼인 펭귄 발자국을 바닥에 쭉 연결해 눈길을 끌고 있다.

국내 최초의 트렌드 컨설팅 회사인 아이에프 네트워크의 김해련 대표는 “최근 경기 여주 첼시 아웃렛과 프라다 폰의 성공 등에서 보듯 명품의 대중화는 가속화 될 것 ”이라며 “따라서 명품들의 라인확장은 일상 생활의 의ㆍ식ㆍ주 전반 모든 소비재 상품 구매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특히“제대로 된 명품 브랜드를 보유하지 못한 우리나라의 상황에선 앞으로 갈수록 명품 업체들에게 브랜드 로열티를 지급해야 하는 사례가 급증할 것 ”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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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만 기자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