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3라운드… 양주업계 '오케이 마크' '예스 코드' 'DNA시스템' 등 확실한 방패 마련

“가짜 위스키, 이번엔 도망 갈 구멍이 없다.”

가짜 위스키 유통을 막기 위한 위스키 업체들과 가짜 양주 제조업주들 간의 대결이 격화되고 있다. 이번에는 3차 대전이다.

양 진영 간 1차 대전은 2001년 국내산 양주에 ‘키퍼 캡’이 도입되면서 시작됐다. 2차 대전은 이듬 해인 홀로그램을 이용한 ‘키퍼 마크’ 적용을 계기로 벌어졌다.

한 동안 잠잠하던 가짜 위스키 문제가 올 해 주류업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올 봄 가짜 양주 파동이 일면서부터다. 부산에서 대량으로 만들어지던 가짜 양주 제조 공장이 수사당국에 적발되면서 가짜 위스키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된 것.

가장 먼저 대응에 나선 것은 ‘윈저’를 앞세운 디아지오 코리아. 제품 라벨에 인쇄된 숫자 만으로 정품임을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인증시스템인 ‘예스 코드’(Yes Code)를 도입했다.

예스 코드는 제품을 담고 있는 병의 라벨 표면에 적힌 고유의 9자리 숫자 중 마지막 4자리를 비닐 보호 캡실의 표면에 동일하게 부여하는 방식이다. 소비자는 두 숫자를 비교, 일치하면 정품임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 위스키업계의 선두 주자인 진로발렌타인스㈜는 한 술 더 떴다. 병의 라벨에 인쇄된 숫자와 비닐 보호 캡실(캡 실러)에다 추가로 아예 병 뚜껑에도 번호를 새긴 것. 오케이 마크(Original Keeper Mark)라는 타이틀이 붙여졌다. 진로발렌타인스는 지난 6월 슈퍼 프리미엄 위스키 ‘임페리얼17’ 출시를 계기로 프리미엄급 위스키 전 종에 이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언뜻 ‘거기서 거기 같기 만한’ 가짜 위스키 방지 노력이 다시금 주목을 받는 것은 이번에 진로발렌타인스가 내놓은 방식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메가톤급 ‘방패’이기 때문이다. ‘오케이 마크’는 병 라벨에 인쇄된 10자리 숫자 중 뒷자리 4개와 병 마개(Cap), 캡실러(납세필증)에 인쇄된 숫자가 모두 일치해야 정품임을 확인할 수 있도록 돼 있다.

■ 3곳에 새겨진 번호 일치해야 정품

오케이 마크가 적용된 가짜 임페리얼 양주를 만들려면 여간 복잡한 게 아니다. 진품 위스키의 병과 병마개, 그리고 투명 비닐 커버까지 3가지 모두를 한 세트로 갖춰야만 한다. 그래야만 3곳에 새겨진 번호들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실제 유흥업소 주점에서 사용된 양주를 일일이 한 세트로 수거해 가짜 위스키를 만들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일일이 짝을 맞추기도 어려울 뿐더러 맞췄다 하더라도 가짜 제조 공장의 복잡한 공정(?) 속에서도 항상 짝을 유지해야만 한다.

병 뚜껑 등에 새로 번호를 새겨넣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오케이 마크까지 위조하려면 수 억원의 투자비가 필요합니다. 레이저 프린터를 이용해 번호를 새기는데 그만한 장비 구입을 영세한 가짜 위스키 제조업주들이 할 수 있을까요?” 진로발렌타인스 영업 담당 진인호 상무는 “때문에 엄청난 돈을 들여 가짜 제조 업주들이 오케이 마크까지 위조하기는 거의 불가능하고 또 진품을 수거해 짝을 맞춰 새로 내놓는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이제 가짜 위스키 유통이 매우 힘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진로 발렌타인스의 임페리얼은 이번 오케이 마크 적용을 계기로 국내 프리미엄급 이상 위스키 시장에서 1인자라는 자존심을 한껏 세웠다.

경쟁자인 디아지오의 윈저가 한 발 앞서 예스 코드를 내놓았지만 이보다 진일보한 방식으로 시장의 문을 두드려서다. 실제 오케이 마크 방식은 예스 코드 방식에다 병 뚜껑까지 번호를 새기는 것을 하나 더 추가만 한 방식에 가깝다.

위스키 업계에서는 예스 코드나 오케이 마크를 계기로 상당 기간 가짜 위스키가 발을 붙이지 못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번 만큼은 소비자들이 마시는 위스키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손쉬운 방법으로 구분할 수 있는 방식을 제공해준다는 판단에서다.

사실 ‘키퍼 캡’ 도입을 계기로 양 진영간의 벌어진 1차 대전은 이미 ‘가짜’ 진영의 승리로 판명됐다. 키퍼 캡은 구알라 캡이라는 장치를 병 입구에 부착, 술을 ‘따를 수는 있되 다시 붓기는 힘들도록’ 제작된 방식.

내부에 둥근 볼 같은 것이 들어 있어 술을 따르려면 병을 기울이거나 뒤집어 가느다란 주사기로 주입해 넣어야만 한다. 하지만 가짜 제조업주들은 벌써 대량으로 술을 주입해 넣을 수 있는 장치를 이미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 전잰 1라운드선 가짜 양주가 승리

2차 대전은 홀로그램 방식을 둘러 싸고 벌어진 대결.

키퍼 마크는 3차원 홀로그램을 이용한 위조방지 장치. 위스키 로고와 문자를 납세필증 용 비닐 실러에 녹여 붙임으로써 병을 따면 로고와 문자가 비닐 실러와 함께 파손돼 재사용이 어려워지도록 한 시스템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소비자들에게 널리 인식되거나 많이 사용되지 못해 그리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반해 이번에 도입된 방식은 소비자들이 쉽게 눈으로 확인하고 비교할 수 있기 때문에 전례 없이 강력한 ‘방패’가 될 것으로 전망이다.

롯데칠성음료의 스카치 블루도 ‘DNA시스템’을 내놓으며 가짜 위스키 방지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5월 선보인 이 방식은 DNA 컬러의 변화로 진품 여부를 바로 확인하는 시스템.

DNA잉크를 사용해 만든 라벨을 제품에 부착한 것으로, 고객이 라벨부분에 판별용액을 묻히면 블루컬러가 레드컬러로 변하고, 다시 물을 묻히면 블루컬러로 되돌아오는 독특한 특성을 갖고 있다. 즉석에서 진품을 판별할 수 있는 위조방지시스템인 셈.

또 라벨을 떼어내면 자동으로 파손되는 특수라벨을 사용하여 재사용을 방지하는 한편, 눈에 보이지 않는 고유번호를 라벨에 UV인쇄 (자외선 인쇄)해 UV용 전등을 통해 고유번호를 확인하고 리스트와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최종적으로는 라벨 속에 있는 스카치블루 고유DNA 정밀분석을 통해 진품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첨단 위조방지기술이다. 롯데측은 ‘스카치블루 DNA시스템’ 외에도 주석캡슐 및 홀로그램 등 기존 위조방지 장치도 같이 사용하고 있다.

진로발렌타인스 유호성 홍보팀장은 “가짜 위스키는 매출을 감소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위스키 업체와 브랜드의 신뢰도와 이미지에까지 악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에 방치할 수 없는 문제로 대응하고 있다”며 “위스키 업체들의 위조주 방지 노력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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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도입된 위조방지장치 '키퍼캡'

박원식 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