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 위조와 달라 거짓 행위 자체론 처벌 대상 안돼허위 기재로 상대방 속였거나 이득 취했으면 사기죄유명인 경우 불특정 다수가 피해자라법적용 어려워

대학 학위나 유학 학력은 속여도 처벌을 안받나?

최근 유명 인사들의 가짜 학위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이들의 거짓말(?)이 법적 처벌 대상이 되는지 여부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신정아씨를 필두로 문화계와 연예계 인사들이 학력을 속인 사실이 우후죽순처럼 터져 나오고 있고 본인들의 고백도 잇따르고 있지만 정작 법적으로 대가를 치른다는 얘기는 거의 나오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유명한 문화계 인사이기 때문에 법에 안 걸리나?’

‘인기가 많은 연예인이니까 굳이 처벌까지 할 필요가 없나 보지?’

‘자기가 직접 고백한 경우니까 그건 괜찮은 거 아니야?’

일반인 대부분이 이들의 거짓 학력 소식을 접하고 보이는 반응들이다. 하지만 최근 학력을 허위기재한 광주 구의원에게 벌금 80만원이 선고된 사례도 있다.

일반에게 학력에 대한 거짓말이나 허위 기재는 도덕적으로 지탄 받을 만한 사항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굳이 검찰, 혹은 경찰서, 법정에까지 갈 만한 사안은 아니라고 보는 측면이 없지 않다.

또 허위 학력이 드러난 이후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자리에서 물러나는 경우가 발생하는 등 당사자들이 일단은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점에서 동정론도 적잖이 작용한다.

그렇다면 결론은? 한 마디로 자신의 학력을 거짓으로 속인 행위 자체는 법적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학력을 속여 특정한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면 그 때부터는 법적으로 처벌 받을 수 있다.

허위 학력으로 논란을 빚은 인사들이 많지만 가장 단적으로 차별화 되는 것은 영화배우 장미희씨 경우다. 장씨는 허위 학력 논란을 빚은 연예인 가운데 처음으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장미희씨 이전에 가짜 학력 파문에 휩싸인 연예인들은 윤석화 주영훈 오미희 최수종씨 등이 있다. 그럼에도 뒤늦게 사실이 드러난 장미희씨가 가장 먼저 검찰의 조사 대상이 된 이유는 학력을 이용해 직접적인 이익을 취한 것이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장미희씨가 명지전문대 연극영상학과 교원으로 임용되는 과정에서 위조된 학력이 발판이 됐다면 이는 법적 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 다른 연예인들에 대해 검찰이 아직까지 수사 의지를 밝히지 않은 것은 이들이 학력을 이용해 직접적인 이익을 취한 것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자신의 학력을 문서에 허위로 기재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경우의 수가 복잡해진다. 흔히 공문서 위조나 사문서 위조에 해당하지 않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반드시 그렇지 만은 않다. 문서 위조라면 말 그대로 문서를 위조하는 것이지 허위로 기재하는 것과는 달라서다.

일례로 자신의 대학졸업증명서를 가짜로 만들었다면 그건 문서 위조에 해당한다. 학위의 경우 국립대 졸업장을 위조했다면 공문서 위조, 사립대의 경우는 사문서 위조다.

하지만 일반 이력서나 문서에 자신의 학력을 허위로 기재하는 것은 문서 위조에 해당되지 않는다. 법리상 사실을 허위로 기재한 것이지 문서를 위조한 행위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 문서를 위조하지 않고 자신의 학력을 이력서나 문서에 허위로 기재만 한 것이라면 법에서부터 자유로울까? 꼭 그렇지 만은 않다. 허위로 기재한 행위 자체가 직접적인 법적 처벌 대상이 된다기 보다는 허위 기재로 인해 상대방을 속였거나 이득을 취한 경우 또한 ‘사기죄’가 성립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것이 직접적으로 도움이 돼 교직원으로 임용 됐다거나 광고 모델로 채용됐다면 당사자가 이득을 얻은 것이기 때문에 사기죄로 처벌이 가능할 수도 있다. 학력을 허위 기재한 것이 법적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안심할 수 만은 없는 이유다.

일각에서 연예인이나 문화인들이 학력을 속여 대중들로부터 지금까지 인기를 얻고 높은 지위와 명예를 얻었는데 처벌 대상이 안되냐고 의문을 갖는 이들도 있다.

이 경우 역시 허위 학력 자체 보다는 상대를 속인 ‘기망’ 행위가 문제인데 불특정 다수인 대중이 피해자라면 피해 범위나 산정이 결코 명확하지 않다. 지금까지 거론된 인사 대부분이 대중적 스타라는 점에서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졸업장 등 문서를 위조하는 경우는 대부분 위조에 대한 처벌 자체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문서를 위조하는 목적은 특정 기관이나 조직에 제출하기 위한 경우가 많은데 그 경우 ‘위조 문서 행사죄’로 별도의 죄가 추가된다. ‘위조 + 동문서 행사’ 등 2가지 위법 행위를 저지르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처벌도 가중된다.

졸업장 등 문서를 위조한 경우와 위조까지는 하지 않았지만 학력을 허위 기재하고 거짓말만 해 사기죄가 성립된 경우 중 어느 사례가 더 나쁠까? 비슷한 기준이라면 문서 위조죄가 더 중하다. 문서라는 형식을 통해 상대방의 신뢰를 강하게 배신한 행위이기 때문에 처벌도 더 중해진다.

또 일부 연예인이 자신이 거짓으로 쓴 것이 아니고 포털 사이트에 학력이 잘못 기재돼 있다고 얘기한 경우가 있는데 이 역시 법에서 전적으로 자유롭다고만 할 수는 없다.

비록 자신이 손수 쓴 내용은 아니지만 이 내용을 활용해 이득을 취했다면 역시 처벌 대상이 된다. 단 잘못 쓰였다는 것을 인지하고 제출 행위에 고의성이 담겨 있어야만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거짓 학력을 사용한 것이 30여년이나 됐으니 ‘너무 오래된 사실’이란 점 때문에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도 쉽다. 물론 사기죄나 문서 위조 등의 죄도 공소시효가 있기 때문에 오랜 세월이 지나면 법적 처벌 대상이 되지 못한다.

그렇지만 30년 전에 처음 한 거짓 학력 기재라도 일례로 지난 해 같은 거짓 행위로 이득을 취했다면 역시 법의 심판을 받는다. 처음 한 거짓 내용이 언제냐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거짓 행위를 해 이득을 취한 시점부터 기산되기 때문이다.

학력 허위 기재든 문서 위조 든 피해자가 따지지 않는다면 무사히 빠져 나갈 수 있다는 생각 또한 금물이다. 이들 행위는 피해자가 꼭 신고해야만 처벌이 되는 친고죄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한변호사협회 윤상일(서울종합법무법인) 공보이사는 “최근 드러나는 일련의 거짓 학력 파문은 법 규정과 도덕의 경계선상에서 애매한 부분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어쨌든 이번 거짓 학력 파문은 별도의 검증이 부재한 틈을 타 거짓과 과장이 효과를 발휘하고 또 드러난 거짓에 대해서도 우리 사회가 그간 너무 관대한 태도를 취해 온 잘못된 관행이 이제서야 곪아 터져 나온 것이라는 지적이다.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원식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