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이어 미국 정가에 부는 섹스 스캔들정지영 씨 대리 번역… 황우석 교수 논문 조작… 연예인들 성형 의혹 부정은 애교로 봐줄 정도

신정아 씨의 ‘가짜 학위’ 소동으로 시작된 유명인 학력위조 커밍아웃이 몇 달 째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짝퉁학력을 밝혀내겠다는 강한 의지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최근 잇따른 학력위조 파문은 유명인의 비밀과 거짓말이 드러났을 때 사회적으로 얼마나 큰 파장을 낳는지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은 르윈스키와의 성관계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자, 이를 부인했을 뿐 아니라 르윈스키에게 거짓증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르윈스키가 성관계가 있었다고 증언함으로써 대통령의 위증문제가 정치적으로 크게 부각됐다. 대통령의 불륜이라는 비밀과 위증이라는 거짓말은 탄핵의 충분한 사유가 된다는 보고서가 의회에 제출됐고, 대통령 탄핵투표가 실시됐다.

클린턴 외에 도청사건이 발각돼 대통령 직을 사임한 닉슨 전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은 공인에게 비밀과 거짓말은 용서될 수 없다는 사실을 각인 시킨 예다.

요즘 미국 정가에 불고 있는 섹스스캔들 바람에 미국의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떨고 있다. 매춘 알선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데보라 진 팰프리가 성매매 서비스를 이용한 1만 여명의 고객 명단을 미 국무부에 넘겼다는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매춘명단과 관련해 랜들 토비아스 국무부 해외원조국장이 사임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고, 고객 명단 중 유일하게 이름이 공개된 하워드대학의 전(前) 교수 브랜디 브리튼은 자신의 매춘혐의가 폭로되자 자살했다.

지난해 아나운서 정지영 씨가 번역한 ‘마시멜로 이야기’의 실제 번역자가 따로 있다는 ‘대리번역’ 논란이 제기되자, 정 씨는 “심려를 끼쳐 죄송하지만 실망시킬 일은 안 했다”고 당당히 해명했다. 대리번역 의혹이 일자 ‘정지영 대리번역 대책’ 회원들은 정 씨와 해당 출판사를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법원은 “대리번역이라고 볼만한 뚜렷한 자료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정 씨는 이 사건으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고, 결국 방송을 하차했다.

치열한 검증공방 끝에 황우석 전 서울대 수의대 교수의 논문조작사건 진상이 밝혀졌을 때는 어땠나.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과학자이자 인간복제시대의 주역으로 추앙 받던 국민영웅의 조작과 은폐 사실을 차라리 거짓이라고 믿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만큼 황우석 신화를 깨는 진실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충격이었다.

국민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계 수장은 룸살롱 로비와 공금횡령 등의 의혹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장동익 전 의사협회회장은 정치자금법 위반, 횡령, 뇌물 공여 등으로 검찰로부터 기소됐다.

장 전 회장은 지난해 전공의협의회 관계자 2명과 요정회동을 갖고 성매매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사실무근”이라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그러나 나중에 대의원 운영위원회가 감사단으로부터 중간 결과를 보고 받은 시점에서 요정회동 및 성매매 사실을 시인해 의사 사회로부터 불신을 샀다.

그는 또 “의사협회 쪽에 유리한 방향으로 의료법이 개정될 수 있도록 해달라”며 국회에 금품로비를 펼쳤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의협회장직을 사퇴했다.

연예인들이 가장 흔하게 하는 거짓말 중 하나가 성형의혹에 대한 부정이다.

몇몇 연예인들이 최근 들어 성형수술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지만 아직도 상당수의 스타들에게 성형수술은 철저한 비밀이다.

개그우먼 이영자 씨는 다이어트만으로 살을 뺐다고 주장했다가 지난 2001년 지방흡입수술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중의 거센 비난을 샀고, 한동안 연예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이처럼 유명인들의 비밀과 거짓말에 대해 사회는 냉혹하다. 미디어는 스타에 대한 환상을 만들어 내기도 하지만 순식간에 그것을 무너뜨리는데도 선봉장이다.

미디어가 존재하는 한, 끊임없이 영웅과 우상, 신화의 이미지가 생산되고, 가차없이 그것을 무너뜨리는 폭로의 매커니즘은 계속될 것이다. 유명인이라면 이제 겉으로 보여지는 ‘포장’에만 신경 쓸게 아니라 떳떳한 ‘속’ 가꾸기에 심혈을 기울여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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