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안 울려도 진동 느끼는 '팬텀 바이브레이션 신드롬' 화제설문서 18%가 착각… 대폰 많이 쓸수록 학습효과 심해져

휴대폰이 울리지 않아도 진동을 느끼는 ‘팬텀 바이브레이션 신드롬 (phantom vibration syndrome)’이 화제다.

전화벨이 울리지 않아도 벨 소리가 들리는 환청을 뜻하는 ‘팬텀 링잉 신드롬 (phantom ringing syndrome)’까지 등장했다. 신조어가 소개되자 ‘사실 나도 이런 현상을 겪어 봤다’는 사람들이 많다.

회사원 정다은 씨는 일주일에 한 두 번, 전화가 울리지 않아도 진동을 느낀다. “컴퓨터 부팅 할 때 나는 진동이나 다른 사람의 휴대폰 진동 소리에도 제 휴대폰을 확인하게 되요.”

그의 입사동기 17명 중 이런 현상을 겪는 사람은 총 15명. 이중 6명은 하루에도 여러 번 이런 현상을 경험한다. 김세희 씨는 “진동이 느껴져 휴대폰을 꺼내 전화가 오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나면 ‘역시 난 인기가 없구나’ 하고 절망한다”고 털어 놓았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이 발표한 <휴대전화 중독 원인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2세 이상 40세 미만, 1646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지 않을 때에도 벨소리가 들리거나 진동이 울리는 착각을 한다”는 물음에 18%가 ‘그렇다’는 대답을 했다.

5점 척도 기준으로 평균 2.37점(점수가 높을수록 중독성이 강함)을 기록한 이 연구논문의 설문결과 데이터를 본지가 입수ㆍ분석했다.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 보면 ‘매우 그렇다’ 4.74%, ‘대체로 그렇다’ 13.19%, ‘중간정도다’ 25.9%, ‘대체로 그렇지 않다’ 26.44%, ‘매우 그렇지 않다’ 29.73%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휴대전화를 잠시도 떼어놓지 않는다’는 질문에는 20.65%가 ‘그렇다’라고 대답했으며 ‘휴대전화에 새 메시지가 와 있을 것 같은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17.61%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는 동안에도 휴대전화 버튼을 누르고 있거나 휴대전화로 통화할 생각만 한다는 사람도 각각 6.39%, 4.98%를 차지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휴대전화를 사용한다는 대답은 19.38%였다.

휴대전화 중독 현상은 나이가 어릴수록 더 높게 나타났다. 2005년 한국문화진흥원에서 실시한 <청소년의 휴대전화 사용실태> 연구 결과를 보면, 다른 사람의 벨 소리를 자신의 벨소리로 착각하는 등의 증세를 보인다는 대답이 28.32%를 차지했다. 오랫동안 휴대전화가 울리지 않으면 벨이 제대로 설정됐는지 확인한다는 대답도 29.28%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 ‘반복적 경험’과 ‘현대인의 소통 결여’ 등을 꼽았다.

서울중독심리연구원 김형근 원장은 “인간 정신흐름상 무엇이든 반복 사용하게 되면 똑 같은 것을 예상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게임을 하면서 자주 스트레스를 풀게 되면 게임을 계속 찾게 되는 현상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모든 중독에는 환청, 환시 등의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경우 주변인과의 의사소통의 결여가 휴대폰이나 게임 중독으로 이어진다. 특히 청소년 휴대폰 중독의 경우 부모와의 관계 전환 등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한편 매체 전문가들은 휴대폰이 갖고 있는 매체적 특성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김병구 정보화역기능대응단장은 “휴대전화 중독과 가장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는 것은 문자메시지 이용과 휴대전화 요금제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청소년들과 대학생 집단은 음성통화보다는 문자메시지를 주로 이용하고 있으며, 이것이 문자무제한 정액요금제나 문자무료 정액요금제와 결합하여 휴대전화 중독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또한 “휴대전화 중독을 일으키는 원인에는 휴대전화 사용자의 심리적 요인, 성격적 요인, 여가활용 요인보다도 휴대전화 자체가 갖고 있는 매체 특성적 요인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휴대전화라는 매체가 갖는 즉시성, 오락성, 사회성, 문화성 등이 휴대전화 중독을 일으키는 주된 요인이 되는 것이다.

● 팬텀 바이브레이션 신드롬(phantom vibration syndrome)

캐나다의 스티븐 개리티(Steven Garrity)가 휴대전화가 울리지 않아도 진동을 느끼는 경험담을 블로그에 올린 것에서 유래됐다. 그의 블로그를 둘러본 수십 명의 사람이 자신도 같은 현상을 겪었다는 답 글을 달았다.

최근 미국의 일간 유에스에이 투데이(USA today)는 휴대폰이 진동하지 않아도 진동을 느끼는 현상을 ‘팬텀 바이브레이션 신드롬(phantom vibration syndrome)’이라고 소개했다.

유에스에이 투데이는 클리블랜드 대학병원 행동의학 프로그램의 책임자인 Jeffrey Janata 의 말을 인용해 이 현상을 분석했는데, 그는 휴대폰 이용자가 진동에 신경을 쓰면 쓸수록 이 경험에 빠져들기 쉽다는 결론을 내 놓았다.

휴대폰을 이용하는 사람이 진동하는 감각을 일정 간격으로 규칙성 있게 경험하는 것으로 뇌가 학습해 버리기 때문이라고.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