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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의 유혹 떨치니 평화가 찾아왔어요"
[특집·인터넷이 없다면…] 'No Internet' 3일 체험기… 디지털시대에 아날로그적인 삶의 여유
신문·책 읽는 시간 늘고 일기도 써… 한적한 공원서 가을 햇살 받으며 산책도

만약, 우리들의 일상에서 인터넷이 사라진다면 어떨까?

‘인터넷 없이 3일 살아보기’ 체험기사를 쓰기로 한 기자는 ‘미션’ 수행을 하기에 앞서 메신저를 통해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았다.

회사원 K씨. 그에게 인터넷은 원만한 직장생활을 위한 필수요소였다. 부서 선배들과의 점심식사나 회식 등 장소와 메뉴를 공지하는 일, 그리고 부서의 잡다한 업무처리는 그의 몫이다. “불편해서 어디 일할 수 있겠어요?” K씨는 업무에 필요한 문서전달과 자료조사 등이 모두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인터넷이 없어진다는 건 지금으로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출근하자마자 인스턴트 커피를 마시며 인터넷 접속을 할 때가 가장 ‘신성한’ 시간이라는 P씨도 K씨와 같은 입장이었다. 유명 블로거이기도 한 그는 블로그 관리에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자한다고 했다.

P씨에게 인터넷은 세상과 연결되는 소통의 창이자 인적 네트워크였다. “혼자 사는 세상도 아니고 굳이 인터넷을 끊을 필요가 있을까요.”

하지만 은근히 반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소설가인 L씨는 “인터넷이 없어지면 책이 더 잘 팔리겠다”며 좋아했고, 방송기자인 A씨는 “뉴스 시청률이 높아질 거 아니겠냐”며 반기는 눈치였다. 하지만 “지금 당장 인터넷 사용을 중단하라면?”이라는 질문에는 “하던 일이 있어서 당장은 좀 곤란하다”고 답변했다. 그렇게 시작한 인터넷 없이 3일 버티기. 과연 기자의 일상은 어땠을까?

프리랜서 라이터로 활동하는 기자에게 인터넷은 생활이요 곧 생계다. 글을 쓰고 넘기는 과정을 비롯해 자료조사 등 대부분의 업무가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기자에게 인터넷 없이 3일을 버텨야 하는 체험은 무모한 도전일 수도 있었다. 인터넷과 시나브로 ‘끈끈한 관계’가 되어버렸기에 ‘과연 인터넷 없이 살 수 있을까’란 자문에 확신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체험은 자신을 향한 의구심에서 시작된 일종의 시험과도 같은 것이었다.





#1. 첫날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컴퓨터 전원을 켜는 것이다. 즐겨 사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 주요 뉴스를 열람한 다음 새로 온 메일을 확인하면서 하루가 시작되곤 했다.

그 다음으론 메신저에 로그인해서 내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상태’임을 알려주곤 한다. 동시에 먼저 등장한 사람들의 리스트를 확인하는 것은 필수다. 그런 다음 블로그와 미니홈피를 방문해 쪽지와 방명록, 안부 게시판을 확인하는 수순.

아침의 소소한 일상이 ‘NO 인터넷 선언’을 한 첫날부터 사라지게 되었다. 막막했다. 이 작은 변화로 생활의 리듬이 깨지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다. 먼저, 컴퓨터 전원을 켜지 않았다. 파란 색의 ‘e’를 보면 클릭의 유혹을 떨치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하루 일과표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 번득 스쳤다.

다이어리를 펼쳤다. 스케줄을 적기 위해 사용하는 용도였지만 이젠 일과를 미리 계획하는 용도로 써보기로 했다.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작성해 보니 하루가 단조로웠다. 대부분이 인터넷과 함께 했었다는 걸 다시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틈새 시간을 잘 이용해 보자!’







이런 생각이 들자 슬슬 ‘정보’에 대한 궁금증과 읽고 싶은 ‘판독’의 욕구가 밀려들기 시작했다. 주식시장의 동향부터 관심 뉴스거리에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하는 것까지 평소 궁금하지 않았던 것들조차 모두 궁금해졌다.

인터넷 뉴스가 해결해주었던 목마름을 해소하고자 신문 가판대로 향했다. 진열된 신문의 헤드라인을 읽으며 주요뉴스를 체크한 뒤 신문, 시사주간지를 구입했다. 오전 시간은 신문과 잡지로 세상과 접속을 시도했다.

오후가 되자 전화 통화할 일이 많아졌다. 평소 메일이나 메신저를 통해 대화하던 사람들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중요한 메일을 놓쳤을 것을 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보통 하루 일과는 저녁 시간 무렵 마쳤지만 놀랍게도 평소보다 두 시간 정도의 여유가 남았다. 처리해야 할 일은 모두 전화로 해결했고, 필요한 것들만 골라서 계획대로 한 결과였다. 집에 돌아와서 저녁 TV뉴스를 기다렸다. 뉴스 시청을 하고 나서 하루 일과를 되돌아보며 잠시 사색에 잠겼다. 다이어리를 폈다. 오랜 만에 일기를 쓰고 싶어졌다. 긴 하루가 조용하고 평온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2. 둘째 날

점심 식사 후엔 인터넷 서핑을 하며 시간을 즐기곤 했지만 그런 낙이 없어졌다. 그 대신 공원을 산책하기로 했다. 가을 바람과 햇살이 좋았다. 오랜 만에 여유롭게 오후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았다.

하지만 한편으론 하루 반 동안의 메일과 미니홈피 방명록 내용이 궁금하기도 했다. 핸드폰으로 메일이 몇 통 왔는지, 미니홈피에 몇 개의 방명록과 안부 글이 남았는지를 알리는 문자가 왔기 때문이다. 메일함의 용량이 다 차지 않길 바라는 수 밖에.

그런데, ‘메일 자료 확인 바람, 긴급’이라는 문자가 왔다. 문자를 보내온 사람에게 자료를 팩스로 전해줄 것을 부탁하자 번거롭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할 수 없이 대강의 이야기를 해야만 했다. “아니,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적인 체험을 하시네. 인터넷 없이 어떻게 일해요?’라며 놀랍다는 답변이 왔다.

팩스를 받으며 자료를 살피는 사이 사적인 업무가 떠올랐다. 관리비와 카드대금 입금 마감날이 다가온 것이다. 은행은 곧 문을 닫을 시간이었지만 인터넷 뱅킹은 이용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내일 은행 방문’이라고 다이어리에 크게 적어 두었다.

#3. 셋째 날

핸드폰 무선인터넷이 자꾸 유혹했다. 쉽게 메일을 확인할 수도 있었고 뉴스 소식도 접할 수 있었다. 하루만 더 참자며 스스로를 다독일 수밖에 없었다.

오후 인터뷰에 약속시간보다 한 시간 먼저 도착했다. 인터뷰 대상자의 프로필과 기본자료를 받기 위해서다. 메일로 보냈다고 했지만 사정을 이야기하며 다시 한 부를 더 받았다. 이런 미션 수행에 그 쪽도 좀 놀라는 눈치였다.

인터뷰가 끝나고 은행에 들렀다. 월말이라서 은행을 찾은 사람들이 많았다. 미리 텔레뱅킹이라도 신청해 놓을 걸 하며 후회했다. 30분이 지나서야 은행업무를 끝낼 수 있었다.

이어 서점에 들렀다. 인터넷으로 인물 검색을 하면 쉽게 자료를 구할 수 있지만 서둘러 마감해야 하는 글이어서 하루를 더 기다릴 시간이 없었다. 인터뷰 대상자가 쓴 책을 찾고 나서 신간들의 제목을 살폈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 한 권을 골랐다. 인터넷 없이 사는 사흘 동안 읽을 거리에 대한 집착이 유독 높아진 듯했다.



#체험을 마친 후

‘NO 인터넷 선언’을 한 지 사흘이 지났다. 그 결과 하나의 작은 변화가 생겼다. 인터넷 서핑하는 시간이 줄었다는 것. 필요한 것만 열람하게 되는 버릇이 생겨 평소보다 일 처리가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메일이나 메신저를 통해 안부만 남기던 지인들에게 전화를 거는 횟수도 늘어났고 동시에 사색하거나 신문, 잡지, 책을 읽는 시간이 늘어났다. 사흘 동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만약, 인터넷이 사라진다 해도 생활에 적응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혼자서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소통의 부재로 불편함을 넘어서 직장생활에 위기가 다가올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주일을 체험하라고 했다면 중간에 포기했을 가망이 크다.

기자는 이 체험을 하면서 한 가지 제안을 해보고 싶었다. 인터넷과 핸드폰 없이 3일 살아보기! 3일 동안 핸드폰은 많은 부분에서 인터넷의 대안이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상당수 직장인들은 ‘디지털-노마드(Digital-Nomad)족’(휴대폰, 노트북, PDA를 가지고 어디에도 정착하지 않고 옮겨 다니며 생활하는 도시의 20, 30대)이거나 ‘유비-노마드(Ubi-Nomad)족’(컴퓨터 접속으로 모든 일을 언제 어디서나, 즉 유비쿼터스(ubiquitous)하게 해결하는 부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인터넷과 핸드폰 없이 3일 버티기 체험을 한다면 직장생활을 하는 그 누가 이 시험을 버텨낼 수 있을까 궁금하다. 솔직히 그런 체험은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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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7/10/23 11:54




유혜성 자유기고가 cometyo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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