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중 1명이 20~30대… 고령자 보다 진행속도 빨라 치명적서구화된 라이프스타일로 발병률 급상승… 조기 발견이 최선

서울대의대 노동영 교수
몇 달 전 만성피로 때문에 병원을 찾았던 김희애(38ㆍ미혼)씨는 뜻밖의 검사결과에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줄 알았다. 유방암 3기였다. 평소 가슴에서 멍울이 만져지고 가끔 통증도 있었지만 “이 나이에 설마”하는 생각에 유방암검진은 생각조차 안 했다. 수술을 하루 앞둔 그는 “아직도 모든 게 믿어지지 않는다”며 말끝을 흐렸다.

유방암 때문에 젊은 여성들의 삶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국내 유방암 환자 4명 가운데 1명이 20~30대다. 유방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가 가능하고, 유방절제수술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젊은 여성은 방심 때문에 유방암검진을 소홀히 할뿐만 아니라 유방이 치밀해 초기에 암을 발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 젊은 유방암환자는 고령자보다 암의 진행속도가 빠르고 일반적으로 예후도 더 좋지 않아 훨씬 치명적이다. 개인의 심리적인 문제나 사회, 경제적으로도 젊은 연령층의 유방암은 그 심각성이 과중해 대책이 절실하다. 의 도움말로 젊은 층의 유방암 조기발견법에 대해 알아본다.

“수많은 환자를 대하지만 젊은 여성에게 유방암 진단을 내릴 때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 쩔쩔매게 됩니다. 젊은 환자 대부분은 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오기 때문에 양측절제를 해야 하는 경우도 왕왕 있어요. 유방암은 모든 여성에게 가혹한 병이지만, 특히 젊은 여성의 경우 당사자는 물론 가족까지 충격과 아픔이 말할 수 없이 큽니다. 제발 유방암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검진에 힘써주세요.”

전문가들은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이나 싱가포르, 대만에서 유방암 발병률이 급상승하고 있는 이유를 서구화된 라이프스타일에서 찾고 있다.

일반적으로 유전성, 빠른 초경과 늦은 폐경, 고지방 및 인스턴트식품 섭취, 음주나 흡연 그리고 출산경험이 없거나 늦은 출산, 모유를 수유하지 않는 경우 등이 유방암을 유발하는 위험인자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유방암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어, ‘내게는 그런 유방암 위험 요소가 없다’고 안심할 수만은 없다. 노 교수는 “실제 가족 중 유방암 환자도 없고, 이른 나이에 결혼해 세 자녀를 모두 모유 수유했는데도 유방암에 걸린 여성도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아직까지는 암의 조기발견이 최선의 방법으로 꼽힌다. 노 교수는 조기발견을 위해 세 가지를 강조한다.

첫째, 매달 한번 씩 유방 자가 검진을 실시해야 한다. 한국유방암사이버센터(www.kbccc.org)에 들어가면 유방검진 방법이 동영상으로 잘 소개돼 있다.

자가 검진의 중요성은 내 유방에 익숙해져 새로운 변화를 빨리 알아내 전문의의 임상검진을 빨리 받도록 하는데 있다. 정기적으로 병원에서 검진을 받는다고 해도 자가 검진은 꼭 필요하다.

암을 진단하는 방법 중 100% 정확한 검사는 없다. 검사의 정확도를 보완하고 검사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변화를 잡아내기 위해서는 자가 검진을 반드시 해야 한다.

둘째, 매년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서 유방검진을 받는다. 40대 이전에 방사선 촬영을 하면 유방암 발병률이 오히려 높아진다고 생각해 유방검진을 꺼리는 여성들이 많다. 이는 잘못된 지식이다.

최근에는 의학기술이 발달해 매우 적은 양의 방사선으로 촬영하기 때문에 40대 미만의 여성이라도 1년에 한번 정도 유방암 검진을 받는 것은 해롭지 않다. 엄마나 자매, 이모 중에 유방암 환자가 있어 유전성이 의심되는 여성이라면 그보다 더 자주 검진 받을 것을 권한다.

셋째, 젊은 여성은 유선조직이 촘촘한 치밀 유방인 경우가 많아 엑스레이로 사진을 찍어도 유방전체가 뿌옇게 보여 암을 찾아내기가 힘들다. 따라서 엑스레이 촬영 후 초음파 검사도 함께 받는 것이 좋다.

유방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유방을 절제하지 않고 암을 제거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진다. 최근에는 항암치료로 암의 크기를 줄인 후 부분절제를 하거나 유방에 흉터를 거의 남기지 않고 멍울을 제거하는 맘모톰 수술, 고주파치료나 냉동치료와 같은 비수술적 요법들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지난해 20~30대 유방암환자 143명 가운데 102명이 유방보존수술을 원했다. 노교수는 “젊은 여성 환자 대부분은 유방보존수술을 많이 원하는 경향이 있지만 완전절제수술을 받아야 할 만큼 치명적인 상태여서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 유방복원 수술비 1,500만~3,000만 원

최근에는 유방 절제 후 새로 유방을 만들어 주는 재건수술을 받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실제 젊은 나이에 유방암을 앓는 여성들은 대인관계나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정신적으로 더 큰 상처를 입는다는 보고도 있다.

유방 복원술은 절제수술로 가슴을 잃은 여성들의 상실감을 덜어주는데 기여할 뿐 아니라 의학적으로도 안전성이 검증된 시술이다. 문제는 비용이다. 유방복원 수술은 보험 인정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시술비용이 1,500만~3,000만원 정도로 매우 높다. 유방재건수술을 ‘치료’가 아닌 ‘성형’으로 여기는 인식 때문이다.

20대 후반의 여성 정 모 씨는 유방암으로 한쪽 유방을 완전히 도려냈다. 수술 후 복부의 근육을 떼어다 새로 유방을 만들어 주면 된다는 담당의사의 말에 조금은 위안을 얻었지만 정 씨는 결국 유방복원수술을 포기해야 했다. 수술비가 2,000만 원 정도 들 것이라는 설명 때문이다.

서울대의대 한원식 교수는 “암으로 가슴을 잃고 마음의 상처마저 끌어안은 채 살아가야 하는 많은 여성들의 아픔을 달랠 길이 없는지 국가차원의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 한국 젊은 여성 발병률 미국보다 4배 이상 높아

유방암 발명은 폐경 이후 늘기 시작해 60~70대에 최고조에 이른다. 그런데 한국을 비롯한 동양에서는 유독 40대 이하의 젊은 연령층에서 유방암 발병률이 높다. 국내에서 40대가 전체 유방암 환자의 39%로 최다를 차지하고 있고, 20~30대 유방암 빈도도 전체 유방암의 25%를 차지한다. 이는 미국 등 서구선진국에 비해 4배 이상 높은 수치다.

서구화된 생활양식의 변화만으로는 서구에 비해 월등히 높은 젊은 여성의 유방암 발생률이 설명되지 않는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근 유방암 특집기사에서 동양에서 젊은 연령대의 유방암환자가 많은 이유는 동양인의 특이한 유전인자 때문이라는 연구결과를 인용 발표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유방암에 걸리는 여성들은 대부분 생리 중 분비되는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에 과다 노출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오랜 기간 에스트로겐에 노출된 중년 이후의 여성들의 유방암 발병률이 높고, 에스트로겐 수용을 억제하는 타목시펜(tamoxifen)이나 헤르셉틴(Herceptin)과 같은 호르몬제로 치료의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동양여성들의 경우 에스트로겐의 과다노출에 의한 것이 아닌 에스트로겐 수용체 음성으로 알려진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타임지는 지적했다. 에스트로겐 수용체 음성 형태의 유방암은 일반적인 유방암 발병 연령보다 10년 정도 어린 연령대에서 발견되며, 암의 진행속도가 더 빠르다.

또 토론토 대학교 의료진들은 동양 여성 중에는 BRCA₁과 BRCA₂라 불리는 유방암 유전자를 가진 인구비율이 미국 등 서양여성에 비해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타임지는 보도했다. BRCA₁과 BRCA₂는 유방암에 걸릴 확률을 3~7배까지 높이고, 50세 이전에 발병될 확률이 높다.

타임지는 동양 여성은 서양 여성과 유방암 발병 원인이 다른 경우가 많이 때문에 인종의 특성에 맞는 치료제나 치료법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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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