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와 생산 경계 허문 1인 미디어 소비자들

뉴욕타임스에 한국의 아마추어 기타 연주자 임정현(23)의 기사가 실렸다. 그는 전자기타로 파헬벨의 '캐논 변주곡'을 연주했고, 이 장면을 자작동영상(UCC)으로 찍어 국내 사이트에 올렸다.

곧바로 영상이 미국의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투브(Youtube)에 소개되면서 전세계를 뜨겁게 달궜다. 평범한 연주가로 남을 수도 있었던 그가 UCC 하나로 세계적인 스타가 된 것이다. 국내에서는 고3학생들의 입시 부담감을 춤으로 표현한 '고3의 발악' 이라는 UCC 역시 네티즌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기도 했다.

개방된 인터넷 공간에서 이용자들이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통하며, 공유하는 '웹2.0 시대'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UCC(User Created Content:사용자 제작 콘텐츠)'로 대표되는 웹 2.0시대에는 누구나 쉽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고, 적극적인 참여가 가능해 소비자 주도의 커뮤니케이션 성장이 탄력을 받고 있다.

이제 소비자들은 기업이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정보나 콘텐츠를 수용하는 데서 벗어나 1인 미디어를 통해 마이크로 미디어 소비의 주체이자 적극적인 정보 생산자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미디어연구소는 이와 관련해 웹2.0 환경이 마이크로 미디어 소비 증가와 가속화를 가져왔다고 밝힌바 있다.

'마이크로 미디어 소비'는 TV, 신문, 라디오 등의 시청 및 구독을 일컫는 '매스 미디어 소비'와 상반된 개념으로 온라인 상에서 '1인 미디어' 즉, UCC나 블로그, 미니홈피 등을 제작하고 공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이미 우리나라 보다 앞서 마이크로 미디어 소비의 정착이 이루어졌다.

미국 내 점유율 45%를 차지하는 동영상 무료 제공 사이트 '유투브(youtube.com)'와 사용자가 직접 만드는 백과사전으로 현재 200여 개의 언어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위키피디아(wikipedia.com)', 인맥구축서비스시장의 80%를 주도하고 미국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10개국에 진출한 '미국판 싸이월드' '마이스페이스(myspace.com)' 등이 그 대표적인 예로 전 세계 '마이크로 미디어 소비'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추세는 국내 마이크로 미디어 소비의 성장에도 영향을 끼쳤다. 최근 한국인터넷진흥원 조사 결과 네티즌 10명 중 5명은 UCC 생산 경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정보통신부와 함께 지난 4월 만12~49세 인터넷 이용자 2,163명을 대상으로 UCC 이용 실태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터넷 이용자의 74%가 월1회 이상 UCC를 보거나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 중 과반수(51.1%)는 UCC를 생산해 본 경험이 있고, 월1회 이상 UCC를 제작하거나 게시하고 있는 사람들도 35.2%를 차지해 마이크로 미디어 소비가 보편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처럼 국내 UCC 사용자 수가 증가함에 따라 관련 사이트의 성장 또한 눈부신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2006년 3월에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국내 UCC 사이트 '아프리카 TV'는 4개월 만에 하루평균 동시 접속자 수가 7만 명, 실시간 채널 3만2,000개를 기록했다. 현재 누적된 채널 수는 480만개로 하루 평균 28만 명이 방문하며, 8만 명이 동시 시청하는 등 케이블TV 방송국과 맞먹을 정도로 성장했다. '판도라TV' 역시 2004년 사내 동영상 커뮤니티로 시작해 하루 평균 방문객 20만 명 이상을 기록하는 동영상 공유 사이트로 성장했다.

영국의 소비자 트렌드 전문 기관인 '트렌드 와칭(Trendwatching)'은 UCC와 블로그 등 '마이크로 미디어 소비'와 관련해 "소비자들은 기업들의 제품 홍보, TV나 신문, 잡지 등에서 전달하는 상품 메시지에만 의존하기 보다 '지인들간의 정보 공유'와 '자발적으로 습득된 정보'에 더 믿음을 갖는다"며 "이는 소비자들이 '가장 좋은 제품' '가장 값싼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기업들의 일방적인 광고메시지에만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다년간에 축적된 소비생활 노하우와 적절한 정보원천 등을 활용해 '다차원적인 소비(Hyper-Consumption)'를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결국 마이크로 미디어 소비 환경으로 변화가 계속되는 가운데 소비자들은 웹 2.0시대의 1인 미디어를 통해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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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