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 분 부자학 열풍, 직업·업종 초월해 전방위로 확산

‘잠을 줄이고 새벽4시에 일어나기, 맞벌이 하기, 주5일 근무 포기하고 토요일도 일하기, 밥 먹는 시간외엔 항상 창의적으로 살기, 주식은 간접투자하기, 미분양 중대형 아파트 사기…’

부자학 연구학회의 한동철(49) 서울여대 교수가 꼽은 부자가 되는 방법이다.

너나 할 것 없이 ‘부자’가 되고 싶어하는 요즘. 30~40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부자 되기’ 열풍이 확산되며 이제는 나이와 직업을 막론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한 인터넷 재테크 카페에서 ‘picant0’라는 아이디로 활동하는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은 주식과 경제, 국제 상황과 정치와 관련해서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주로 경제신문을 보면서 많은 정보를 얻어요. 주식 같은 경우는 환율하락이나 금리상승, 북한 핵개발 등 국내외 정세에 따라 많이 변하는 것 같아요. 방학 때는 수능 전 모의고사를 보는 것 같은 기분으로 증권사에서 제공하는 모의투자를 하기도 해요.” 그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자금 환경이지만 노력해서 ‘10대 부자’ 되기를 꿈꾸고 있다.

또 다른 고등학생 이모(17. 여) 양은 메신저나 휴대폰으로 전송되는 증권정보를 주로 이용한다. “증권사나 투자 고수들이 전해주는 정보라 신뢰가 가요. 직접 찾아 다니면서 확인하기에는 시간도 부족하고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라 ‘주식 투자 정보 메일링 서비스’를 애용하고 있어요.” 이 양 역시 경영학과나 경제학과로 진학하고 싶다고 밝혔다.

대학가에서는 이미 ‘부자 열풍’이 분지 오래다. 대학생 3명만 모여도 재테크와 관련한 화제는 단골 소재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적금은 물론 소액 자금으로 펀드나 주식을 하는 방법, 이자는 높이고 수수료는 줄이는 방법 등 다양하다.

이렇게 부자가 되고자 하는 대학생들이 모여 ‘부자 동아리’를 만든다. 언뜻 보면 부자 대학생들의 모임 같다. 그러나 이들은 부자가 되기 위해서 경제동향을 분석하고 효율적인 자금관리 방법을 고민하며 끊임 없이 노력한다.

‘부자학 연합 동아리’ 역시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부자 동아리’ 중 하나다. 재테크와 관련해 특강과 세미나 등을 주로 진행한다. 지난 9월 12일에는 하나대투 김영익 부사장의 특강과 실제 20대 부자와의 대화를 갖는 자리가 마련됐다.

오는 11월22일에는 학술제를 열어 국내외 부자 분석, 재테크, 주식투자와 관련한 토론을 한 뒤 발표를 할 예정이다.

동아리 회장 변아린(21. 여)씨는 “부자학 개론을 가르치시는 교수님 밑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다가 많은 대학생들이 존경 받는 바람직한 부자가 되기를 원하는 것을 보고 교수님 지도 아래 동아리를 만들게 됐다”며 “동아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대학생들이 사회에 나가 모범이 되는 부자가 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대학 내에서도 학생, 교수를 막론하고 ‘실사구시학문’으로 ‘부자학’ 강의가 각광 받고 있다.

단국대는 올해 초 ‘부자학’ 강좌를 신설해 부자들의 행동요령이나 덕목 등을 가르치고 있다. 수강 신청이 폭주해 당초 60명이었던 정원을 200명으로 늘리기도 했다.

서울여대는 이미 2004년부터 ‘부자학개론’ 강의를 개설했고 현재 수강생이 가장 많이 몰리는 인기강좌로 꼽힌다. 한국사이버대학에서도 ‘부자학 개론’ 강의는 1,100명 이상이 수강신청을 할 정도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부자되기 열풍이 이처럼 남녀노소와 활동분야에 관계 없이 확산되는 세태를 반영하듯 최근 ‘부자학 연구학회’가 출범해 화제가 됐다.

학계를 비롯해 재계, 부동산업계, 금융업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소위 ‘부자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모인 이 학회는 ‘부자가 되는 비법’과 ‘부자의 사회적 역할’ 등을 연구하며, 한국 사회에 만연한 ‘반(反)부자 정서’를 없애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부자학 연구학회 회장인 한동철 교수(서울여대 경영학과)는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적.도덕적으로 존경 받을 수 있는 부자의 모델 혹은 기준을 설정하고 부자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해야 한다. 수많은 부자들을 발굴, 인터뷰하고 분석해 ‘부자 모델’을 정립하고 5년 이내 ‘세계 부자학 연구학회’를 만들 예정이다”고 밝혔다.

그는 “올바른 부자라면 돈을 버는 과정이 투명하고 소득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며, 남을 실제로 도울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며 이런 부자들이 늘어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역사가 짧은 한국 자본주의 역사에서 한동안 반(反)부자 정서가 만연했지만 인터넷, 방송 등 미디어 환경이 좋아지면서 다각도로 부자를 다루게 됐고, 점차 긍정적인 시각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젊은 층의 부자 욕구가 과도해질 경우 사회적으로 여러 부작용이 빚어질 것을 우려, 젊은이들이 돈과 삶의 가치에 대한 균형 있는 시각을 갖도록 하는 사회적인 조절장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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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