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경의선 축 경제적 효과서 앞서… 동해선 동시 활용 방안도 모색할 듯 가장 시급한 과제는 북한경제 재건

“남과 북은 개성공업지구 1단계 건설을 빠른 시일 안에 완공하고 2단계 개발에 착수하며 문산~봉동 철도화물수송을 시작하고, 통행ㆍ통신ㆍ통관 문제를 비롯한 제반 제도적 보장조치들을 조속히 완비해 나가기로 했다.

남과 북은 개성~신의주 철도와 개성~평양 고속도로를 공동으로 이용하기 위해 개보수 문제를 협의ㆍ추진해 가기로 했다.”

지난 10월 4일 사흘간의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마치고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공동 서명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 번영을 위한 선언’(2007 남북정상선언) 중 경제분야 협력사업을 열거한 제5항의 일부 내용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성과 가운데 남북간 철도 협력사업은 가장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결실을 얻은 분야로 꼽힌다.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북한을 다녀온 이철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사장이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흡족한 표정을 애써 감추려고 했을 정도다.

이 사장은 특히 내년 베이징올림픽 기간에 경의선 남북공동 응원열차를 운행하기로 한 합의를 ‘가장 큰 대어’로 표현했다. 그에 따르면 베이징올림픽 응원열차는 남북관계를 더욱 발전시킬 뿐만 아니라 향후 대륙철도 연결에 앞선 시험운행의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다.

지난 5월 17일 경의선 열차가 역사적인 개성 방문을 마치고 남측 통문을 지나가고 있다.

지난 5월 17일 남북 당국은 경의선과 동해선의 남북철도 연결구간에서 열차 시험운행을 동시 실시했다. 물론 ‘시험’이라는 단서가 붙기는 했지만 남과 북의 철길이 끊긴 지 반세기가 훨씬 지나 마침내 재개통되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이로부터 불과 다섯 달 만에 개최된 남북정상회담의 합의에 따라 남북철도 연결사업은 앞으로 더욱 급가속 페달을 밟게 됐다. 아울러 대륙철도와의 연결을 전제로 하는 한반도종단철도(TKR) 구축 논의도 보다 구체화할 전망이다.

현재 남북을 관통하는 종축 철도는 크게 부산~서울~신의주를 잇는 경부ㆍ경의선 축과 동해안 지역을 따라 뻗어 있는 동해선 축의 두 갈래다. 경부ㆍ경의선 철도는 종착역인 신의주에서 중국 단둥을 거쳐 중국횡단철도(TCR)와 연결될 수 있고, 동해선 철도는 두만강 인근 나진역에서 러시아 핫산을 경유해 시베리아횡단철도(TSR)로 이어질 수 있다.

유엔 아ㆍ태경제사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한반도와 유럽간 물류 운송비는 철도가 해운보다 훨씬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운송거리와 운송시간에서도 각각 약 1만km, 14~15일 가량 단축될 만큼 대륙철도는 매우 효율적인 운송 수단이다.

TKR과 TSR, TCR 등 대륙철도가 연결되면 경제적 파급효과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한반도가 동북아지역의 물류 중심지로 발전할 수 있는 데다 중국, 중앙아시아, 러시아 및 유럽과의 교역량도 비약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마디로 한민족 경제권이 대도약할 수 있는 ‘꿈의 실크로드’가 열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반도와 대륙간 철도 연결은 언제쯤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까. 현재 남과 북, 그리고 러시아의 철도 운영자들은 TKR과 TSR 연결을 위한 물밑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 일환으로 코레일은 이미 지난해 북쪽 나진과 러시아 핫산을 잇는 프로젝트의 양해각서를 러시아측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지난 10월 9일 노 대통령이 러시아 푸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TKR-TSR 연결사업 등 남ㆍ북ㆍ러 3자간 협력사업에 새로운 모멘텀이 만들어졌다”고 말한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TKR과 TSR 연결사업이 앞으로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TKR과 첫 번째로 연결될 대륙철도는 TSR이 될 공산이 더욱 커졌다.

남북철도연결 시험운행을 위해 동해선 제진역에 도착한 북한 열차의 기관사들이 열차에 축하장식을 붙이고 있다.

하지만 TSR과의 연결 이전에 국내적으로는 TKR을 어떤 노선으로 택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먼저 정리돼야 한다. 경부ㆍ경의선 축과 동해선 축의 양자간에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장기적으로는 두 철도 모두 대륙철도와 연계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남북철도 연결사업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 문제 때문에 동시 추진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먼저 철도 부설지역을 기준으로 보면 동해선이 TSR과 연결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기존 동해선 축의 종착점인 나진과 TSR의 출발점인 핫산이 인접해 있는 까닭이다.

동해선을 TKR로 삼게 되면 경제적으로 내륙지역에 비해 낙후돼 있는 강원, 경북 해안 지역을 부흥시킬 수 있는 토대가 된다는 장점도 있다. 강원, 경북 지방자치단체가 동해선을 적극적으로 미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특히 강원도의 열망이 강하다.

그러나 동해선은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게 가장 문제라는 지적이다. 기본적으로 남북의 산업기반이 주로 경부ㆍ경의선 축을 끼고 형성돼 있어 대부분 물동량도 이를 통해 움직이고 있는 현실이다.

2005년 국토연구원이 경의선과 동해선의 현대화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비교해본 결과도 경의선의 우세로 나타났다. 결국 경제적 관점에서 TKR은 경부ㆍ경의선 축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경부ㆍ경의선 축을 TKR로 선택한 뒤에도 TSR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신의주와 핫산은 한반도 최북단의 정반대쪽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경의선과 동해선을 함께 활용하는 방안도 정부와 전문가 그룹 내에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즉, 서울에서 경의선을 타고 올라가다가 황해도 평산에서 분기해 나와 동해선으로 연결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당장 중요한 것은 TKR과 대륙철도의 연결이 아니라 남북철도 연결로 북한 경제를 재건하고 남북 경제협력을 확대 발전시키는 것이라는 지적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륙철도 연결은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준비를 해나가고 단기적으로는 남북협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국토연구원 이상준 연구위원은 “TKR 건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적 효과를 염두에 두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라며 “한반도 전체 발전전략 측면에서 북한경제 재건의 뼈대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이 연구위원은 북한 내 경제특구와 TKR을 연계 개발하는 정책 방안을 제시해 주목된다. 그에 따르면 산업(경제특구)과 인프라(TKR)를 통합적으로 개발함으로써 북한경제 재건에 따르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결국 대륙으로 가는 ‘철의 실크로드’는 탄탄한 북한 경제가 바탕이 될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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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