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항철도 '범국민 현상 공모' 대상 강성희 씨기발한 철도사업 제안 '서브 브랜드로 개별 여행객을 잡아라' 최고상 영예

“저희는 4명이 한 팀을 이루고 공모전 준비를 했어요. 사실 제가 팀장이라서 대표로 주목 받고 있지만 팀원들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결코 해낼 수 없었을 거예요. 현이씨, 유진씨 그리고 주희야 고마워! 앞으로도 열정적으로 꿈을 향해 도전할 수 있는 우리가 되자! ”

아직은 어린듯한 26살 성희씨의 목소리는 넘치는 자신감과 생기로 가득했다.

공항철도가 최근 한달 동안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아이디어 공모전에 공군 제30방공 관제단 소속의 강성희(26. 여) 하사가 대상의 영광을 누리게 됐다.

공항철도는 인천국제공항을 동북아 허브로 만들기 위해 건설된 국내 최초 민간철도다.

건설 당시만해도 하루 20만 명 정도의 이용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2005년 완공 예정이던 영종 지구가 2009년 말 이후에나 분양이 되고, 공항철도와 환승되는 지하철 9~12호선도 2009년 말에나 9호선만 부분적으로 개통될 예정이어서 공항철도는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여러모로 어려운 시기에 공항철도는 이용객 수를 늘리고 침체된 분위기를 개선하기 위해 ‘범국민 현상 공모’를 실시하게 된 것이다.

“전부 59건의 아이디어가 접수됐다고 들었어요. 그 중에 저희 팀이 제안한 ‘서브 브랜드를 통한 FIT(Free Independent Travelerㆍ 개별 여행객)를 잡아라’가 좋은 평을 얻고 대상까지 받게 됐어요.”

강 하사 팀의 아이디어는 공항철도의 명칭이자 브랜드인 ‘AREX’만의 고유한 장점은 그대로 살리면서 서브 브랜드로서 ‘개별 여행객(FIT)’에게 주목하자는 것이 주요 골자다.

“AREX는 편리하고 안전한 서비스를 신념으로 하고 있어요. 이 것이 빠르고 안전하게 정확한 시간에 도착하기를 바라는 고객들의 생각과 맞물려서 AREX 최대 장점으로 자리잡게 된 거예요. 저희는 AREX의 이 같은 이념은 그대로 유지하고 서브 브랜드를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일단 공항철도의 주요 브랜드를 AREX라고 보고, 그 안에 또 다른 서브 브랜드의 타깃을 가이드 없이 여행을 즐기는 국내외 ‘개별 여행객’으로 설정한 거죠.”

AREX는 물론 다른 철도의 포지셔닝과 장ㆍ 단점을 파악해 가장 적합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방안을 고안하고자 했다는 것이 강 하사의 설명이다.

여행을 좋아해 자주 다녔다는 강 하사는 이번 공모전에서 자신의 경험을 적극 활용했다.

“평소에 여행을 많이 다녀서 ‘AREX’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어요. 개통 소식을 듣자마자 타러 가기도 했고요. 그 때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탔었는데 환경도 쾌적하고 탑승 반응도 다들 좋았죠. 저는 그 이후로도 자주 이용을 했고 그때마다 대여섯 명이 채 안 되는 탑승객 수를 보면서 안타깝다는 생각에 홍보를 더욱 늘렸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 거예요.”

강 하사는 공항철도 이용률이 저조한 것을 안타까워 하던 중 공모전 소식을 들었고, 군대 동료 2명, 대학 친구 1명과 함께 한 팀을 이뤄 공모전에 참여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사실 제가 공모전에 참여를 하게 된 진짜 이유는 어쩌면 다른데 있을지도 몰라요”라며 강 하사는 뒤이어 자신의 특별한 사연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강성희 하사는 현역 군인이기는 하지만 입대 전에는 경영학을 전공하던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경영학에 관심이 많아 계속 이 분야를 공부하며 꿈을 키워나가고 싶었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워지고 아버지가 간암에 걸리면서부터는 대학 생활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께서 건설업 쪽 사업을 하셨어요. 외환위기 시절 사업이 어려워지기 시작하더니 제가 고교 3학년이 되면서부터는 많이 힘들어졌어요. 그런 와중에 대학에 들어갔고 경영학을 전공으로 선택했어요. 게다가 집과도 떨어져서 대학을 다녀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로 모든 생활비를 해결해야 하는 어려운 생활을 했죠. 어느 순간 학교 생활이 마치 제 욕심인 것처럼 느껴졌고 집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생각으로 취업을 결심했어요. 때마침 공군 부사관생도를 모집한다는 얘기를 듣고 지원을 하게 된 거예요.”

예전의 어려웠던 시절을 이야기하면서 밝고 씩씩했던 강 하사의 목소리에는 얇은 떨림이 느껴졌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접어야 했던 꿈을 이번 공모전을 통해 다시 펼쳐 보이게 된 것이다.

“공모전을 준비하면서는 하루에 한 두시간씩 밖에 자지 못했습니다. 주제를 정하고 나서는 국내외 철도 성공 사례를 분석하고, 홍콩이나 일본, 유럽 라인까지 체크 해 정보를 수집했습니다. 저희 팀원들 모두 수 차례 답사를 거쳐 충분히 고민하고 어렵게 만들어낸 방안입니다. 분명히 공항철도발전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에게 공항철도를 이용해볼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며 강 하사는 승객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성희 하사는 쑥스러워 하면서도 부모님께 전하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아버지는 결국 돌아가셨지만 부모님 두 분 모두 제가 대학을 다니면서 학비 문제로 고생하고 입대를 한 것에 대해 참 많이 가슴 아파 하셨어요. 부모님께서는 자신들이 못 해서 딸을 고생시켰다고 아파하신 거죠. 더 이상 부모님께서 미안해 하시거나 아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많이 힘들었지만 그 시기가 없었다면 전 나태하고 나약한 사람이 됐을 거예요. 아버지 어머니 너무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강 하사는 눈물을 글썽이면서도 “이제는 괜찮다”며 해맑게 웃음을 보였다.

2001년 12월에 입대를 한 그는 2008년 3월 31일 전역을 앞두고 경영학 관련 분야에서 꿈을 키워나가겠다고 다짐한다.

11월 19일 공항철도 본사에서 열린 공모전 시상식에서 강성희 하사는 표창과 함께 상금 500만원을 받았다.

최우수상에는 외국인 여행자를 위한 한국문화체험열차인 ‘포트렉스(FORTREX)’를 제안한 김민선(25. 여)씨가 우수상에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직원으로 평소 경험을 ‘셔틀버스 운행개선과 환승투어’ 제안으로 연결시킨 이규진씨(43)와 ‘여행과 추억에 대한 서비스 공간 브랜드화’를 제안한 박용하씨(24)가 각각 선정돼 300만원과 2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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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