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국내총생산)를 계상할 때 주부 가사노동의 기회비용을 어찌 환산해야 할 것인가는 경제학의 숙제로 남아 있다. 가사 도우미를 쓸 경우는 GDP에 포함되지만 주부의 가사노동은GDP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이 밝힌 2006년 사교육비는 33조 5,000억 원이었다. 엄마들의 학습매니저 노동가치가 포함되지 않은 비용이다. 이를 비용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영어유치원에서부터 조기유학, 사설학원, 과외, 인터넷 강의 등 사교육을 선택하기 위해서, 다양해지고 복잡해진 특목고와 대학입시 정보를 얻기 위해 엄마들이 쏟아 붓는 정성과 노력은 어마어마하다.

■ 특목고 정보는 엄마들의 몫

자녀를 특목고에 진학시키는데 있어서 엄마의 역할은 대학 진학 때보다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특목고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조기 선행이 필수’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자녀의 적성이 문과냐 이과냐를 판단해 외고나 과고를 일찌감치 선택해야 하는 등의 모든 것이 사실상 엄마의 몫이기 때문이다. (외고에서도 이과반을 편법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그걸 믿었다가 낭패 본 학생들이 많다.)

엄마는 자녀의 초등학교시절부터 입시설명회, 입시사이트, 선배들(?)로부터의 귀동냥을 통해 특목고나 자립형 사립고, 대학입시 제도와 국내외 영어연수 코스 등에 관한 정보에 통달해야 한다. 엄마들끼리 그룹을 지어 정보도 교환하는데, 직장에 다니는 엄마는 절대 끼워주지 않는다. 왜냐하면 발로 뛰어 알아낸 정보를 맨입으로 얻으려 하기 때문이다. 자녀 교육을 위해서 직장을 포기하는 엄마들도 나타난다.

지난해 경우 조기 유학생이 초등학생 1만 3,814명을 포함하여 모두 2만 9,511명이었다. 미국 캐나다 영국 등 영어권이냐, 영어와 중국어를 겸비할 수 있는 싱가포르나 중국의 국제학교냐부터 고민해야 한다.

유학 경비를 고려해 필리핀과 태국 등으로 가는 것이 주어진 여건에서 정말의 최선의 길인지 갈등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초중생 조기 유학을 막기 위해 유학생을 ‘무단 장기 결석’으로 처리하기로 함에 따라 이제는 귀국 후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서 취해야 할 조치들도 미리 챙겨야 한다.

과고와 민사고 진학을 위해서는 늦어도 초등4~중1학년, 외고는 초등6~중2학년에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특목고 전문학원의 주장이다. 현행 특목고 입시 문제 수준을 고려하면 맞는 말이다. 엄마들은 짧게는 2년에서 길게는 6년의 자녀학습커리큘럼을 직접 짜는 셈이다.

다양한 특목고 전형을 숙지해야 한다. 장기 외국체류 학생을 위한 특례 입학를 비롯하여 외국어 우수자, 학교장 추천, 성적 우수 등 특별 전형에 걸맞은 준비를 해야 한다. 과고 지망생은 올림피아드 수상 경력을, 외고 지망생(국제반)은 TOEFL 점수를 따놓는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매년 바뀌는 입시 전형도 세세히 챙겨 자녀의 상황에 맞는 전형을 선택해야 합격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특목고 정보를 찾아 다니는 엄마는 자녀와 함께 입시 준비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목고 합격 이후의 상황에도 미리 대비해야 한다. 특목고 진학 후 상위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외고의 경우 국어와 수학 과정을 미리 선행학습해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일반고에서도 마찬가지다. 고교 내신 등급제 이후 내신이 예년보다 훨씬 어려워졌다.

■ 아빠들은 대부분 '모르쇠'

요즘 아빠들은 경제권만 잃어버린 게 아니다. 자녀교육선택권도 없어졌다. “요즘 특목고 가려면 어찌해야 하는지 당신이 알기나 알아?” 아내의 면박에 고개를 숙인다.

확 달라진 교육정보에 뒤쳐진 아빠는 할 말이 없다. 아빠는 새벽 강의 마칠 때 자녀를 집으로 모셔오는(?) 기사 노릇에 군말없이 충실해야 한다.

내년 5월부터 교육정보공개법이 시행되면 베일에 쌓여 있는 듯한 특목고 교육 정보도 보다 폭넓게 공개될 것이다. 아빠들도 교육 정보에 귀 기울이며 자녀의 중요한 진로 결정에 깊이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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