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설… 새 인기상품이 뜬다웰빙·친환경 상품 여전히 대세… 와인 인기 타고 치즈도 각광

한과→화과자, 양주→와인, 굴비→명품 반찬, 정육→김치 등등….

서로 고마웠던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일은 아름다운 풍속 중 하나, 한국인의 명절에서는 빠질 수 없는 일이다. 다가오는 설날에는 어떤 선물이 어울릴까?

2008년 무자년, 명절 선물에 신 상품군(群)이 뜨고 있다. 밥상 위에 가볍게 오르는 기본찬으로만 생각되던 김치가 ‘화려한 옷’을 입고 명절 선물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화과자도 한과의 맞상대로 새롭게 명함을 내밀기 시작했다. 또 명태알구이 등 고급스런 영양 반찬으로 구성된 명품 반찬세트나 치즈 인기에 힘입어 치즈+와인 세트도 더불어 각광 받고 있는 것.

매장마다 각종 선물세트 준비로 한창인 백화점, 마트 등 유통업계 또한 명절 선물을 찾는 선호도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양주의 인기가 전보다는 약간 시들해진다거나 근래 들어 웰빙, 친환경 상품들이 특히 기호도가 올라가고 있어서다. 전체적으로 명절 선물용 상품군들의 종류가 늘어나고 제품 구성이 다양해지고 있기도 하다.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음식이랄 수 있는 김치는 최근 ‘가벼운 밑반찬’이라는 기존 이미지를 뒤엎고 새롭게 ‘명절 선물’ 대열에 동참한 대표적 품목으로 꼽힌다. 김치 발명가로 이름높은 김순자 한성식품 대표가 개발해 명품김치 선물세트인 ‘황제’가 대표적. 가격도 10만 원대여서 롯데 등 백화점가에서 신규 인기 선물로 급부상하고 있다.

‘황제’는 말 그대로 옛날 ‘황제가 먹던, 황제를 위한’ 김치라는 의미를 그대로 담고 있다. 마치 보석 상자를 연상시키는 상자에 가지런히 담은 갖가지 종류의 김치들을 도자기에 담아 냈다. 김치는 깻잎양배추말이김치, 미니롤보쌈김치, 미역김치, 치자미역말이김치, 돌산갓김치, 인삼백김치 모두 6가지 종류.

일반 배추 김치가 아닌 ‘김치 명인’인 김순자 대표가 직접 개발하고 특허까지 받은 고품격의 김치들이다. 한 입에 쏙 넣을 만큼 조그맣게 썰어 정성스레 배열해 놓은 것 또한 ‘명품 선물’로서의 품격을 높여준다는 얘기를 듣는다.

굳이 품격 높은 명품 김치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반 김치 세트 또한 명절 선물로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포기김치, 갓김치, 백김치, 알타리김치, 파김치, 고들빼기, 동치미 등을 1~5kg, 많게는 10kg까지 담아 낸다. 포장도 스치로폼과 젤아이스, 보냉카바를 활용, 배달 기간 동안 맛 보존이 잘 되도록 배려했다.

황제김치, 명절 와인선물 세트.

김치 못지 않게 반찬류도 새롭게 인기 명절 선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품목에 속한다. 이름하여 명품 반찬. 이름난 조리사들이 참여, 현대백화점 식품 코너에서 시작해 유명세를 날리고 있는 명품 반찬 브랜드인 예미찬방의 경우 명절 때면 손이 부족할 정도로 주문이 폭주한다.

역시 옛날 왕실에서나 먹었을 만한 반찬들로 꾸민 궁중찬품과 고급스런 식재료들만으로 엄선한 명가찬품 등이 대표적 명절 선물들.

바다의 산삼이라 불리는 전복을 정성껏 손질해 조린 전복초와 표고버섯의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는 표고버섯장조림, 3년근 이상 더덕으로 만든 더덕 장아찌가 담긴 궁중찬품의 경우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에 충분하다는 소리를 들으며 인기 품목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역시 전복초와 더덕 장아찌를 기본으로, 쇠고기와 잣을 넣어 짠맛은 줄이고 감칠맛을 더한 쇠고기고추장, 친환경 매실과 양념으로 담근 매실장아찌, 견과류와 대추, 은행 등을 넣은 보양견과 구성된 명가찬품 또한 고급스런 선물세트 이미지를 견인하며 선물 세트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가격이 18만~29만 원대로 정육 수준인 점 또한 대체 품목으로도 유리한 요인이다.

그동안 ‘선물 1순위’에 속해 있던 한과만을 고집하다 보면 물리기도 십상. 입맛이 까다로운 이들 덕분인지 화과자도 최근 인기 선물 품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화과자는 앙금에 찹쌀반죽, 한천을 입힌 귀엽고 예쁜 형태의 먹거리.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에서도 최근 한과나 다른 식품들 대신 화과자를 주문하는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 일본 화과자 박람회에 한국대표로 초대되어 한국화과자의 우수성을 입증하고, 서울국제 제과제빵박람회(SIBA)에서 화과자부문 최우수상을 수상, 국내 화과자의 명가로 꼽히는 수예당(www.suyedang.com)은 팥, 호박, 콩 앙금을 비롯, 인삼 가루나 백년초 앙금 등을 넣어 만든 한국형 화과자들로 화과자 붐을 견인하고 있다.

이들 한국형 화과자는 전통화과자에 못지 않게 색다른 맛과 향을 내서인지 더더욱 인기가 높다. 녹차맛 양갱, 대추맛 양갱 등 고급 양갱, 케이크와 쿠키를 화과자처럼 앙증맞게 만든 ‘에또네’도 먹음직스러워서인지 차츰 인지도를 넓히고 있는 형국. 특히 화과자는 선물세트 당 3만~10만원의 중저가 가격대여서 실속있는 선물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예미찬방(위), 화과자(아래).

와인의 붐과 함께 치즈 또한 몸값을 높이고 있는 선물 품목이다. 치즈가 아직도 낯설다고 하지만 치즈 마니아를 비롯, 와인을 마시는 이들까지 덩달아 치즈를 찾게 되면서 차츰 수요를 넓혀 가고 있는 상태. 특히 최근에는 백화점이나 마트보다 싸게 판다는 치즈 전문 상점도 주요 선물 구입처로 부상하고 있다.

치즈 문화를 선도한다는 신개념의 치즈 전문숍인 서울 여의도의 치코비노(Chiko Vino)는 지난 해 추석 시즌 백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2위의 네덜란드 유명 치즈 프리코제품 수십 여종으로 선물 세트를 구성해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수입사인 ㈜치코비노인터내셔날과 ㈜코호인터내셔날이 직접 운영, 유통 마진을 최소화해 시중보다 20~50% 할인된 가격으로 치즈와 와인을 판매한다는 것이 매력. 칠레와인 50여종과 스모크, 미스터 치즈 등을 함께 묶어 낸 와인+치즈 세트가 특히 주가를 높이고 있다.

특히 최근 수년간 명절 선물 중에서 최고의 히트 상품을 꼽으라면 단연 와인이 1순위를 차지한다. 여타 제품군들이 줄어들거나 정체되는 와중에서도 독보적인 상승세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추석의 경우 각 백화점들은 와인 선물 매출량이 평균 50~100% 이상 늘어났다고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였다.

국내 최대 와입수입업체 금양인터내셔날(www.keumyang.com) 경우 지난해 명절 와인 보틀에 남녀 미니 한복을 입혀 특별한 패키지로 구성한 ‘샤토 세갱 패키지’(6만5,000원)을 내놓아 큰 인기를 끌었다.

또 샤토 안젤루스’, ‘샤토 브랑 깡뜨냑’, ‘샤토 그뤼오 라로즈’, ‘샤토 샤스 스플린’, ‘알타이르’, ‘이스까이’ 등을 포함해 22종의 프리미엄 와인 구입 시, 고급 와인 액세서리 4종(드랍스탑 링, 와인 푸어러, 와인 스토퍼, 스크류)이 들어있는 고급 원목 케이스를 제공해 선물에 품격을 더한 것도 와인 선물 수요 급증에 한 몫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양인터내셔날 마케팅팀 조상덕 차장은 “지난 해 와인 선물 시장은 어느 해보다 성장세가 두드러졌고, 정통 와인 맛을 즐기려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모든 와인 품목에서 고른 판매가 이루어졌다”며 “와인 생산국 별로는 프랑스, 칠레 와인이 국내 시장에서 꾸준히 사랑 받고 있고 이 외에도 올해에는 이탈리아와 스페인 와인의 성장폭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 백화점·할인매장의 명절 상품들, 소비심리 위축으로 선물세트도 양극화
한우·웰빙·상품 등 꾸준한 인기… 와인·과일도 매출 증가

백화점이나 마트 등 유통가에서 지난 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끈 선물세트 트렌드를 분석해 보면 한우 선물 세트, 웰빙/친환경 상품, 와인, 희귀 선물세트로 요약된다. 물론 이는 명절 선물세트 매출을 기준으로 한 것.

이 중 갈비 등 정육이나 굴비 세트는 가히 명절의 '영원한 베스트셀러'라고 할 정도로 부침 없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정육이 수십 만원대의 비교적 '성의 있는' 고가품이라고 한다면 굴비는 가히 '초고가품'이라고 할 만하다. 품질에 따라 가격대가 다르기도 하지만 특히 굴비는 수십만 원~수백만 원까지 상품에 따라 가격대가 천차만별이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정육의 경우도 최근에는 고급+브랜드 선물세트가 각광을 받는 추세. 갤러리아 독점 브랜드인 강진맥우는 평균 매해 11% 매출이 느는 등 지속적인 수요증가를 보이고 있다. 올 설에도 약 10% 증가한 세트매출을 예상하고 있는 수준이다.

명절선물 중 매출비중이 가장 큰 정육은 냉장육 세트의 선호도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냉장육은 냉동육에 비해 육질이 부드럽고 씹는 맛이 우수하다. 현대백화점은 차별화된 상품으로 끓여 만든 재래식 여물을 6개월간 먹여 키운 '서산농장 화식한우'를 주력 상품으로 선보인다.

주류 선물세트도 양주에서 와인으로 많이 이동하고 있다. 2007년 와인 수입량이 전년과 비교해 60% 가량 증가했는데 올해 설 선물세트 매출도 역시 호조일 것으로 예상된다. 2000년대 이후 웰빙 트렌드로 꾸준히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 와인은 지난해 추석의 경우 2배 가량 매출이 증가했다.

주로 4만∼5만 원대 칠레나 호주산 등 신대륙 와인이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고 7만∼8만 원 안팎 프랑스 와인 세트도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다소 나이가 드신 분이나 와인을 즐기는 이에게 선물을 할 경우 프랑스 와인을 선호하고, 직원 선물이나 이웃을 위한 선물로는 신대륙 와인을 고르는 경우가 많다.

지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웰빙의 영향으로 건강식품의 수요 증대도 두드러진 특징이다. 견과/건과/곶감류 실속세트(5만~10만 원 대)의 구색 확대와 실속형 화과자 세트도 꾸준히 고객의 사랑을 받을 전망이다.

청과의 경우 과학적인 검사(비파괴검사)를 통해 높은 당도의 과실만을 선별해 놓은 명품세트가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 명품과일세트는 고객에게 우수한 품질에 대한 신뢰를 얻으면서 매년 20∼30% 가량씩 매출이 증가 추세이다.

홍삼 등 건강식품도 변함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건강식품은 3만∼4만 안팎의 저렴한 품목부터 20만∼30만 원의 고가품까지 가격대가 다양하고, 나이드신 분들에게 무난한 선물로 각광을 받기 때문에 매년 꾸준히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

이 밖에 갤러리아 브랜드로 특화한 독자 세트(멸치, 건버섯, 명품곶감), 유기농 쌀겨 추출물을 사용하여 만든 비누/바디 비식품 세트, 현미/율무/검은콩 등 통곡식을 그대로 가공한 웰빙컨셉의 곡식세트, 화학조미료를 일체 첨가하지 않고 국내산 원재료만 사용하여 전통방식으로 조리한 명품찬 선물세트인 '산채찬품세트', 자연에서 채취한 강원도 양양의 자연송이를 국내산 토종꿀에 재워 숙성시킨 '명품 자연송이 꿀' 선물세트 등도 인기 명절 선물세트에서 빠지지 않는다.

갤러리아백화점 식품팀 송환기 부장은 "전반적인 소비심리 위축으로 올 설 선물세트도 양극화 현상을 보일 것이며 웰빙/친환경 트렌드로 인해 작년에 이어 웰빙/친환경 선물세트, 백화점 특화 상품인 고급 한우세트, 주류에서는 와인, 희귀 선물세트 등이 인기일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백화점은 설날선물로 와인, 냉장육, 건강식품 등 웰빙형 상품이 인기를 모을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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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