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 보고 드라마 세트장서 사진 찍고 얼음궁전서 북극 체험병원·구직 카페까지 등장… 복합문화공간으로 놀라운 진화

드라마 카페
마술사의 현란한 손놀림이 돋보인다. 손에 들린 지팡이는 어느새 화려한 꽃 깃털이 돼 있고, 모자 속 스카프는 순식간에 비둘기로 변해 날아오른다. 테이블에 앉아있는 손님들은 신기한 듯 마술사의 손동작 하나하나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공연장에서 마술쇼를 관람하는 모습 같지만 대형 무대가 아닌 매직카페의 테이블 풍경이다.

음료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는 장소인 카페. 그 카페가 단순한 대화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문화를 함께 즐기고, 또 새로운 문화까지 창조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카페들은 그 종류와 모습도 천차만별이다.

신세대 마술사 김정우씨가 직접 운영하는 서울 서교동의 매직카페 ‘알렉산더’는 좀 더 생생하게 마술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다. 마술 공연은 물론이고 음료를 제공할 때도 불쑥불쑥 마술이 튀어나와 손님들에게 재미를 더하고 있다. 이 곳에서 손님들은 마술도구를 직접 구입해 그 비법을 전수 받기도 한다.

알렉산더를 자주 찾는다는 김모(28ㆍ남)씨는 “올 때마다 색다른 마술로 재미를 준다”며 “이번에는 직접 마술을 배워 여자친구에게 이벤트를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운영자 김정우씨는 대한민국 최초 프로마술사이자 현역 최고령 마술사인 이흥선(84) 씨의 외손자이기도 하다.

그는 “마술을 자연스럽게 대중화시키기 위해 무대 위에서 대형도구를 이용하는 ‘스테이지 매직’이 아닌 맨투맨 식의 ‘테이블 매직’을 선보이게 됐다”며 “일반인들이 마술을 좀 더 쉽고 친근하게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씨는 “알렉산더 카페가 다양한 문화를 추구할 수 있는 곳으로 활용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한치한(以寒治寒)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또 다른 이색카페 ‘서브제로’는 얼음카페다. 홍익대 입구에 있는 이 카페에 들어서면 두꺼운 파카로 무장한 종업원들이 손님에게 방한복과 어그부츠를 건네는데 착용이 확인된 후에야 입장할 수 있다.

사방이 얼음벽돌로 둘러 쌓여 있고, 얼음 의자와 테이블, 얼음 잔까지 서브제로에선 모든 도구가 얼음으로 돼 있기 때문에 든든한 복장은 필수다. 얼음궁전의 느낌을 물씬 풍기며 일년 내내 영하 5도를 유지하는 서브제로는 계절에 관계없이 특별한 추억을 남기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리조트 개발이 본업인 서브제로 대표 이승종씨는 “색다르고 흥미로운 경험을 주는 문화공간을 제공하고 싶어 얼음카페를 만들게 됐다”며 앞으로 서브제로 체인점도 염두에 두면서 운영을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대표는 스웨덴의 아이스호텔을 보고 얼음카페의 가능성을 확신했다고 한다.

매직 카페

내부 공간이 마치 드라마 세트장인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카페도 있다. 이화여대 근처에 있는 ‘카페 드라마’는 TV 드라마 세트장의 소품을 그대로 재현한 공간에 조명까지 더해져 사진을 찍기에 안성맞춤이다.

또 사극의상이나 드레스, 파티복 등 다양한 의상과 소품들이 비치돼 있어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으로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가 있다. 특히 요즘에는 한국 드라마가 해외 곳곳으로 진출해 보다 다양한 팬들을 확보하면서 카페 드라마는 문화체험장 역할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카페 드라마 정희정 팀장은 “최근 들어 한류문화를 체험하려고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부쩍 늘어 손님들끼리 문화교류도 활발하다”며 “자신만의 매력을 마음껏 발산하고 싶어하는 젊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가족들과 함께 온 중ㆍ장년층이나 기념사진 촬영을 위해 찾아오는 노부부들도 눈에 띈다”고 말했다.

건강과 휴식을 위한 웰빙 카페도 생겨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닥터피쉬 스파와 아로마테라피 족욕을 즐길 수 있는 서울 신촌의 ‘앤드’가 대표적인 웰빙카페다.

나무 평상에 앉아 음료를 마시며 아토피나 건선 치료에 좋다고 알려진 물고기(닥터피쉬)가 노니는 욕조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여유는 물론 건강까지도 챙길 수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곳이다. 족욕을 즐기며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다양한 종류의 서적과 잡지가 마련돼 있다.

직장인 박소연(29ㆍ여)씨는 “닥터피쉬 스파를 이용하면 쌓인 피로가 풀리는 것 같고, 조용히 앉아서 책을 읽기도 편해 회사 일이 끝나고 닥터피쉬카페를 자주 찾는 편이다”며 시간을 좀 더 아끼기 위해 예약서비스를 활용한다고 이야기했다.

서울 동교동에 가면 카페이면서 동시에 내과병원인 곳도 있다. 차갑고 딱딱한 분위기의 병원이 카페로 변신한 것. 널찍한 테이블과 주방, 기분 좋게 흘러나오는 음악, 곳곳에 예술작품까지 놓여있는 ‘제너럴닥터’는 환자와 일반인을 위한 카페다.

카페 안쪽에 들어서면 병원이 나오는데, 여기 진료실마저도 소파와 나무로 만든 간편한 침대가 놓여있어 병원이라고 하기엔 믿기 어려울 정도다. 게다가 여느 카페처럼 자정까지 문을 열기 때문에 환자들은 물론 아프지 않아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얼음 카페(위), 닥터피쉬 카페(아래)

제너럴 닥터 김승범 원장은 “상담과 진료는 물론 직접 커피를 만들기도 한다”며 함께 얘기를 나누다 보면 진료 시간이 1시간을 훌쩍 넘기는 경우도 많아 환자들은 그냥 놀러 오는 기분으로 이 곳을 찾는다”고 전했다. 김 원장은 커피제조자격증을 가진 ‘바리스타’이다.

서울 노량진에 있는 ‘잡(Job)카페’에서는 차를 마시며 취업정보를 얻고 적성검사나 직업훈련 상담 등 다양한 취업준비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다. 노동부가 취업 준비생을 위해 만든 이 카페는 현재 서울, 부산, 대구, 광주 4곳에 있다.

이밖에 현장에서 바로 곰인형 테디베어를 만들거나 고가의 인형을 구경할 수 있는 ‘인형카페’(서울 역삼동), 도서관이나 미술관처럼 꾸민 서울 삼청동 인사동 일대의 ‘북카페’ ‘갤러리카페’ 역시 복합문화공간 역할을 톡톡히 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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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