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자기 계발서… '미국서 시작된 돌풍 한국서도 태풍'"생각이 현실 만든다는 것 실제 경험" 젊은 독자들 푹 빠져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고 한다. 책의 영향력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말이다. 책의 힘은 정말 세다. 한 순간 사람을 빨아들여 정신세계를 지배하기도 하고, 나아가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좋은 책을 한 권 읽고 제 것으로 만드는 것은 인생의 나침반이 되어 주는 훌륭한 스승을 만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금 국내 독서시장에서는 한 권의 책이 조용하지만 무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 책은 단지 일부 사람에게 말을 건네지 않는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당신’에게 귀 기울여 줄 것을 나지막하게 권유하고 있다. 책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척 매력적이다. 아니 마력적이다. 당신의 인생을 당신 마음대로 만들 수 있는 ‘비밀’을 속삭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제목 자체가 ‘시크릿’(The Secretㆍ살림출판사 발행)이다. 정관사 ‘The’가 붙은 데서 짐작하겠지만 이 책은 여러 가지 비밀 중에서 한 가지 비밀을 전하는 게 아니라 세상에 감춰져 있는 ‘유일한 비밀’을 펼쳐 보인다. 생각해보라. 세상에서 가장 은밀하면서도 가장 큰 힘을 얻을 수 있는 비밀이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당장 움켜쥐지 않겠는가.

‘시크릿’의 저자는 전직 TV 프로듀서인 호주 여성 론다 번(Rhonda Byrne)이다. TV 프로그램을 만들던 어느 평범한 여성이 어떻게 세상에서 가장 큰 비밀을 발견할 수 있었을까. 아마 궁금할 것이다.

사실 그 비밀은 그녀가 처음 발견한 것이 아니다. 인류가 탄생한 이래로 이미 존재해 왔고 일부 사람들은 그 점을 알고 있었다. 단지 그 비밀의 문을 저자 번이 열심히 노크했고 그 정성에 비밀이 문을 열어준 것이다.

번은 서언에서 이렇게 말한다. “1년 전 모든 일이 힘겨웠다.(중략) 그 때 나는 ‘위대한 비밀’, ‘삶의 비밀’을 어렴풋이 보게 되었다. 내게 ‘비밀’을 어렴풋이 알려준 것은 딸아이 헤일리가 준 100년 된 책이었다. 나는 역사를 추적하며 ‘비밀’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믿어지지 않는 사실을 발견했다. 플라톤, 셰익스피어, 뉴턴, 위고, 베토벤, 링컨, 에머슨, 에디슨, 아인슈타인.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인물들이 이 ‘비밀’을 알고 있었다니.(이하 생략)”

독자들도 놀랄 것이다. 아니 어떤 비밀이기에, 서로 다른 시대, 서로 다른 나라에 살던 많은 위인들이 똑같은 비밀을 알고 있었을까. 그리고 대체 그 비밀은 무엇일까.

번이 밝혀낸 비밀은 어찌 보면 비밀이 아니다. 잔뜩 기대했는데, 맥이 빠지는가. 그럴 이유는 없다. 비밀은 아닌데 그게 진짜 비밀이다. 생각해보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에게는 수많은 교훈이 주어졌다. 그 중에는 사람들이 실천하는 교훈도 있고 그렇지 못한 교훈도 있다. 분명 뼈와 살이 되는 영양분임에도 그저 흘려 들어 섭취하지 못하는 교훈이 있는 것이다.

번은 서로 다른 현자들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말한 교훈에서 한 가지 일관된 공통점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것이 바로 ‘시크릿’이 말하는 비밀인데, 저자 번은 이를 ‘끌어당김의 법칙’이라고 정리했다. 물론 그녀에게 비밀을 말해준 당대의 선각자들도 법칙의 명명에 대해 동의한다.

‘시크릿’은 232페이지의 분량을 초지일관 이 법칙을 풀어내고 설명하고 예시하는 데 몽땅 할애하고 있다. 매우 다양한 정의와 사례가 나오지만 모두 ‘끌어당김의 법칙’으로 압축된다.

그렇다면 대체 ‘끌어당김의 법칙’은 무엇인가.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기업 컨설턴트인 존 아사라프는 이렇게 말한다. “끌어당김의 법칙을 바라보는 가장 쉬운 관점은, 나 자신을 자석이라고 가정하는 것이다. 자석은 물체를 자신에게 끌어당긴다.”

저자 번은 책의 초두에서 이 법칙을 더 쉽게 설명하고 있다. “당신의 인생에 나타나는 모든 현상은 당신이 끌어당긴 것이다. 당신이 마음에 그린 그림과 생각이 그것들을 끌어당겼다는 뜻이다. 마음에 어떤 생각이 일어나든지, 바로 그것이 당신에게 끌려오게 된다.”

낯설지 않은 말처럼 들리지 않는가. 우리가 어린 시절에 배워 거의 100% 잊지 않고 살아가는 과학적 명제를 떠올려 보라. 바로 만유인력(萬有引力ㆍUniversal Gravitation) 말이다.

뉴턴이 1665년 발견하고 아인슈타인이 1915년 그 원인을 일반상대성 이론에 근거해 밝혀낸 만유인력은 ‘우주의 모든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서로 끌어당기는 힘’을 말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체는 서로 끌어당기고 있다는 것이다.

‘끌어당김의 법칙’은 이 위대한 과학적 발견의 ‘정신적 적용’을 통한 ‘실체(實體)적 구현’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사람의 생각과 감정, 의지 등이 그에 해당하는 어떤 현상을 실체화한다는 뜻이다.

6년 전 한국의 여름을 용광로처럼 뜨겁게 달군 월드컵을 한 번 기억해보자. 그 때 붉은 악마의 슬로건이 ‘꿈은 이루어진다’였다. 거스 히딩크 감독과 태극전사의 ‘4강 다짐’과 온 국민의 ‘염원’이 말 그대로 꿈 같은 일을 현실로 만들어내지 않았는가. 과학적 증명은 불가능하지만 그 때 그 열망과 의지가 4강신화를 창조했던 것은 분명하다.

‘끌어당김의 법칙’의 요체는 단순하고 명쾌하다. 사람의 ‘생각’은 우주에 그 내용에 해당하는 ‘주파수’를 날리고 그 주파수를 접수한 우주는 이를 ‘현실’로 구현해준다는 것이다.

언뜻 황당한 궤변 같지만,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은 늘 부정적인 상황에 직면하게 되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은 항상 긍정적인 상황을 즐길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될 것이다.

주목할 것은 이 단순명료한 비밀에 많은 사람들이 빨려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크릿’은 2006년 말 미국에서 출간돼 최단 기간 500만 부 판매라는 신기록을 세우는가 하면 무명의 저자 론다 번은 단숨에 ‘타임’지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의 반열에 올라섰다.

한국의 독자들도 ‘시크릿’에 열광하고 있다. 별다른 홍보 없이도 한 명의 독자가 또 다른 독자에게 권하는 입소문 방식으로 퍼져나가 부지불식 중에 베스트셀러로 부상했다.

지난해 6월 출간된 후 9월 첫 주에 한국출판인회의가 집계하는 주간 베스트셀러 1위에 처음 오른 후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에 딱 2주만 1위를 내준 것을 빼고 19주째 정상을 지키고 있다. 그 여세로 교보문고, 예스24 등 주요 서점들이 선정하는 ‘2007년 올해의 책’에 수 차례 오르는 영광을 차지하기도 했다.

‘시크릿’의 주 독자층이 젊은 층이라는 점은 특히 눈여겨볼 대목이다. 예스24에 따르면 ‘시크릿’을 구매하는 독자 중 20~30대가 74%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또 자기계발서가 통상 남성들에게 많이 팔려나가는 흐름과 달리 여성들의 구매 비율이 54%로 좀 더 높게 나타난 점도 특징이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은 ‘시크릿’ 신드롬의 비결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임수정 예스24 마케팅팀 파트장은 “성공과 행복을 끊임없이 갈구하는 현대인에게 부와 성공과 행복 등이 특정인에게만 허락된 행운이 아니라 누구든지 성취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내용이 호응을 얻어낸 바탕”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최근 몇 년간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긍정’의 키워드가 2007년 ‘시크릿’을 통해 보다 폭 넓은 독자와 만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은 보다 거시적인 시각으로 ‘시크릿’ 돌풍의 원인을 분석했다.

그는 “미국인이 ‘시크릿’에 빠진 것은 9ㆍ11테러 이후 서양문명의 합리성에 대한 믿음이 많이 약해져 ‘보이지 않는 것’의 가치를 추구하기 시작한 흐름과 관련이 있으며, 국내에서 젊은이들이 ‘시크릿’에 몰입하는 이유는 ‘88만 원’ 세대로 불릴 만큼 꿈과 희망을 잃어버린 현실에 대한 탈출구를 찾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시크릿’을 읽은 독자들은 과연 삶의 비밀을 얻어냈을까. 놀라운 것은 실제 상당수 독자들이 이 책을 만난 뒤 인생이 바뀌는 경험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직장인 이준석(가명ㆍ38) 씨는 “동양사상에 심취한 친구로부터 모든 심오한 사상의 완결판이라며 선물을 받았는데 책을 읽고 난 뒤 오랜 정신적 방황을 그만두고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며 “실제 긍정적인 생각에 집중하고 또 이를 믿으니까 놀랍게도 현실이 달라졌다. 인생을 ‘선택 당하며’ 사는 게 아니라 ‘선택하며’ 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게 가장 큰 소득”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작가로 활동 중인 나성미(가명ㆍ32) 씨는 “지인의 소개로 ‘시크릿’을 접했는데 처음에는 좋은 말만 짜깁기한 허접한 책으로 판단했지만 읽을수록 그 비밀에 빨려 드는 것을 느꼈다”며 “지금은 내게 성경이나 다름없다. 뭔가 일이 풀리지 않을 때는 다시 읽으며 ‘시크릿’의 비밀을 곱씹는 게 습관이 됐다”고 말했다.

론다 번은 “인생을 창조할 모든 힘을, 당신은 다름아닌 ‘지금’ 사용할 수 있다”고 충심어린 조언을 한다. 그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원하는 것을 ‘찾고’, 그 소원이 이미 이뤄졌다고 ‘믿고’, 마지막으로는 소원이 이뤄진 것처럼 ‘느끼기’다. 이 3가지가 비밀의 문을 여는 열쇠다.

■ "독자들 입소문이 베스트셀러 만든 일등공신이죠"
인터뷰 살림출판사 강훈 기획주간

2007년 초가을 독서시장에 혜성처럼 나타나 지금껏 베스트셀러 1위로 롱런하고 있는 '시크릿' 신드롬의 애초 진원지는 미국이다. 이 책을 번역 출간한 살림출판사 측은 은근히 기대를 하기는 했지만 '대박'까지는 예견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만큼 '시크릿' 돌풍은 다소 뜻밖이며 또한 강력하다. 강훈 기획주간으로부터 '시크릿' 출간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봤다.

-시크릿을 국내 번역 출간하기로 기획한 동기는.

"미국 인터넷서점 아마존에서 장기간 베스트셀러이다 보니 한국의 여러 출판사에서도 관심을 가졌다. 원서를 받아보기 전에는 그저 그런 자기계발서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책을 읽고는 완전히 매료됐다. '이거다' 싶더라.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적인 문장들과 독특한 디자인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내용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결국 판권을 따낼 수 있었다."

-미국 출판시장에서 대단한 선풍을 일으켰다고 하던데.

"미국에서 2006년 11월말에 출간됐는데 그 즉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지난해 2월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소개된 후에는 판매가 더욱 증가했다. 방송 후 네티즌들의 접속이 폭주해 홈페이지가 마비될 지경에 이르자 '오프라 윈프리 쇼'는 이례적으로 바로 다음 주에 '시크릿, 그 거대한 반응'이란 제목으로 2차 특집방송을 내보냈을 정도다. 당시 출판계의 최대 관심사였던 '해리포터' 마지막 편보다 독자들의 관심을 더 끌면서 시크릿은 '가장 짧은 기간에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불리며 경이적인 판매기록 행진을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로 큰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했는지.

"솔직히 베스트셀러가 되리라 기대는 했어도 이만큼 반응이 폭발적일 줄은 짐작하지 못했다. 30만부를 1차 판매목표로 설정하고도 예상이 어긋나면 어쩌나 하며 마음을 졸였던 것도 사실이다. 다만 우리의 마음을 흔들었던 것처럼 독자들에게도 어필할 것이라는 확신만큼은 있었다. 독자들의 성원에 깊이 감사를 드린다."

-시크릿이 베스트셀러가 된 비결과 이 책의 가장 큰 덕목은.

"시크릿은 광고나 홍보에 의해 만들어진 베스트셀러가 아니다. 독자들의 간절한 소망을 정확히 읽어내고, 그 소망을 이루고 싶은 욕구를 스스로 찾아 나서도록 해주는 책 내용이 원동력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꿈과 희망을 안고 살아가고 있으며 성공하고 싶다는 나름의 절박함도 갖고 있다. 시크릿의 성공 비결이라면 실패를 경험했지만 다시 삶의 원동력을 찾으려는 사람들, 그리고 책에서 느낀 감동과 용기를 주위의 소중한 사람들과 나누고자 했던 독자들의 정성이 아닐까 한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독자들의 입소문이 일등 공신인 셈이다."

-책의 디자인, 편집 방식도 독특하다는 평가가 많다.

"한국어판은 원서의 분위기를 최대한 살렸다. 제목에서도 비밀스러움이 느껴지지만 표지와 본문 디자인에서도 이런 특징을 최대한 부각시킨 것이 유효했던 것 같다. '수 세기 동안 단 1%만이 알았던 부와 성공의 비밀'이라는 신비로운 느낌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한 붉은색 시크릿 인장, 고풍스러운 색채와 손글씨, 다양한 문양들이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줬을 것이다."

-시크릿의 내용 중 가장 핵심적인 '비밀'과 그 메시지는 무엇인가.

"시크릿에는 인생의 많은 비밀이 곳곳에 숨어 있다. 그래서 읽는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다른 부분에 강조점을 두게 된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항상 감사하라', '소원을 마음에 그려라' 등등. 개인적으로는 그것들을 하나로 관통하는 메시지가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가 아닐까 한다. 마음을 닫고 들으면 "늘 하는 피상적인 소리 아니야" 하고 무시할 수도 있겠지만, 진심으로 무언가를 갈망해봤던 사람들, 그리고 그것을 이루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경험해봤던 사람들은 그 안에 감춰진 진실의 의미를 느낀다고 생각한다. '내 인생은 어디서부터 꼬였을까'라는 고민에 사로잡혀 있는 이들에게,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힘은 바로 '당신' 안에 있다는 것을 알려줌으로써 '그래, 다시 한번 해봐야지'라는 용기를 심어주는 게 바로 시크릿이다. 전 세계의 수많은 독자들이 공감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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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