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가가치로 연간 1조원대 시장 급성장90년 3월 이후 설립된 경기도 시설은 모두 비인가 학원교육청, 재심사 입법화 나서… 섣불리 판벌리면 큰손해

‘기숙형 학원’에 대한 투자 주의보가 울리고 있다.

스파르트식 합숙 교육을 하는 기숙형 입시 학원이 일반 투자자나 학원사업자들 사이에 ‘황금알을 낳은 거위’처럼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자칫 무분별한 투자로 인한 피해 양산이 우려되고 있다.

기숙형 학원은 교육산업시장에서 수년 전부터 고부가가치 투자대상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국내 기숙형 학원의 연간 총 매출 규모가 1조 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기숙형 학원은 대개 월 300만 원 가량의 수강료를 받으며 400~600여 명에 이르는 학생들을 모집한다. 고가의 수강료에도 불구하고 빈 자리가 없어 수강을 못하는 학생이 생길 정도로 인기가 높다.

특히 올해 처음으로 실시된 수능등급제의 파행으로 피해를 입은 학생들이 대거 재수를 결심하면서 “철저한 관리를 보장한다”는 기숙형 학원으로 몰리고 있다.

기숙형 학원으로 몰리는 사람들은 비단 학생 뿐만이 아니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거품’이 우려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기숙학원 사업을 해봐야겠다”고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의 연수원과 수련원, 공장 등이 기숙형 학원 용도로 인기를 끌면서 매매 거래도 상당히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부동산업체들이 내놓고 있는 물건은 30억~40억 원대를 호가하는 연수원, 수련원 시설들이다. 양평, 용인, 강화 등 경기도 자연녹지, 청정지역을 비롯해 충남 공주, 충북 진천군 등에 집중적으로 몰려있다.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한 부동산업체 관계자는 “연수원, 수련원 시설이나 임야가 대부분 자연녹지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그 동안 시설용도를 바꾸기가 어려웠는데 기숙형 학원 시장이 부상함으로써 새롭게 활기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고수익 투자모델로 기숙형 학원용 부동산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대개 수십억 원의 자본력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부동산 업계는 기존의 연구원, 수련시설에 강의실과 침실, 샤워시설, 식당 등 각종 편의시설을 깔끔하고 호화롭게 꾸며 기숙형 학원으로 바꾸면 연간 100억~200억 원대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을 투자의 매력포인트로 부각시키고 있다.

물론 “기숙형 학원으로 용도를 전환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이 덧붙여 진다. 그러나 여기에 ‘함정’이 있다.

관련 법규를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무턱대고 연수원과 수련원 시설을 기숙형 학원 용도로 매입하거나 시설투자를 할 경우 크게 낭패를 볼 수 있다.

전국 100여 개에 달하는 기숙형 학원들은 대부분 법적 근거 없이 운영되고 있다. 특히 서울과 가까워 투자자들의 인기가 집중되고 있는 경기도 지역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경기도 교육청 측은 “경기도 내 40여 곳의 기숙형 학원 가운데 지난 90년 3월 16일 이전에 설립된 인문합숙학원(당시 인가를 받은 기숙형 학원) 14군데를 제외하고는 후발 기숙형 학원 대부분이 교육청의 허가 없이 운영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교육부에서 2001년 기숙형 학원 화재 사건을 계기로 신규 기숙형 학원의 신설을 전면 금지했지만 관련 법령의 부재로 단속이 어려워 기숙형 학원이 우후죽순처럼 난립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가를 받지 않고 운영되는 기숙형 학원들은 법망을 피해 교실 건물만을 ‘일반학원’으로 등록해 교육청의 허가를 받은 후 식당이나 숙박시설의 경우는 급식시설이나 고시원시설로 바꿔 교육청의 허가 없이 편법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처럼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당국이 결국 나섰다. 교육부는 지난해 9월 ‘학원의 설립, 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기숙형 학원의 등록에 관한 사항을 교육 여건과 수강생의 안전 등을 고려해 시도교육청의 조례에서 정할 수 있게 하고, 법규를 지키지 않은 기숙형 학원에 대해서는 등록말소 등 행정제재를 가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 교육청은 최근 기숙형 학원(1992년 이후 설립된 경우)에 대해 등록 여부를 재심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경기도 학원 설립, 운영에 대한 조례’ 개정안을 입법화하겠다고 나섰다. 조례 개정안에 따라 앞으로는 교육감이 관할 지역 내 숙박시설의 필요성 등을 고려해 기숙형 학원의 등록을 제한할 수 있고, 부교육감은 기숙형 학원 등록심의위원회를 구성해 학원 수와 규모, 정원 등을 정할 수 있게 됐다.

결국 후발 기숙형 학원들은 폐원 위기에 놓였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기존의 비인가 기숙형 학원 사업자 사이에서는 학원을 매각하려는 움직임이 물밑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기숙형 학원이 투자자들에게 황금 투자종목처럼 비쳐지고 있으나 실은 그에 따른 위험부담도 크게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업체 관계자는 “무허가, 비인가 기숙형 학원들은 이미 부동산을 무단 전용한 상태가 많다”며 “이들은 평소에도 위태위태한 상황이었던 데다 최근 당국이 기준과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나서 인수하겠다는 사람만 나타나면 신속히 매도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 전문가들은 “기숙형 학원사업의 부가가치가 높다고 해서 섣불리 투자를 했다가는 큰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며 “투자자들은 학원법규나 기숙형 학원 인가와 관련한 추이를 계속해서 눈여겨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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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