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로하스 바람 타고 일본 의·식문화 생활 속 곳곳 침투낫토·된장·간장·라면 등 일본산 수입식품 급속 매장 점령최근 한국 상륙한 '미스터도넛' '유니클로' 등도 대박 행진

일본의류 브랜드‘유니클로’명동점 개점에 참석하려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요즘 추운 날씨 탓에 외출이 꺼려지는 직장인 김정숙(28· 여)씨는 ‘유니클로’의 후리스 티셔츠를 외출 필수 아이템으로 착용한다.

점심은 회사근처 ‘미스터도넛’에서 간단히 해결할 때가 많고, 종종 오므라이스 전문점인 ‘오므라이스 테이’를 찾기도 한다. 또 친구들과 모임이 있을 때면 깔끔하고 부담 없는 이자카야(일본 선술집)를 애용한다.

김 씨의 생활에는 일본의 문화가 그대로 담겨져 있다. 그가 특별히 일본제품을 고집하거나 그 문화를 따르는 것이 아니다. 모르는 사이에 일본문화가 김 씨의 일상생활 속으로 파고든 것이다.

이제 일본 문화는 우리 생활 일부분에 한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던 과거와는 달리, 먹고, 마시고, 입는 전반적인 생활에까지 깊숙이 침투해 새로운 일류(日流)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낫토(청국장)에서부터 된장이나 간장, 과자, 라면, 초콜릿 등 일본산 수입 식품들은 별도의 노력 없이도 동네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만큼 일본산 수입 식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는 증거다. 이 같은 인기를 반영하듯 국내시장에서 다양한 종류의 일본 제품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신세계 백화점 수입식품매장에서는 된장, 간장, 라면 등 일본제품이 전체 진열상품의 40%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제품 가짓수도 훨씬 다양해져 처음으로 수입 물꼬가 트였던 2003년 당시 100여 종에 불과했던 일본 제품들은 이제 1,200종에 이르고 있다.

이렇게 일제 식품이 인기를 끌자 국내 식품업체들은 일본식품을 국내 소비자 입맛에 맞게 한국화한 제품개발에 관심을 쏟고 있다. 풀무원 관계자는 “한국인의 취향에 맞는 낫토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강화했다”며 “건강식 바람과 함께 국내 낫토 시장은 올해 30%이상 신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원래 서양에서 개발된 도넛의 경우에도 ‘일본 브랜드’가 급속히 퍼져나가고 있다. 일본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프랜차이즈 형태의 도넛 브랜드 ‘미스터 도넛’이 국내에서도 큰 인기다.

지난해 4월 명동점을 시작으로 지금은 6개의 매장을 확보했고, 매출액 역시 국내진출 초반 1억6,000만 원에서 매달 증가추세를 보이며, 올 1월에는 7억7,000만 원 가량의 매출을 기록했다. 명동점은 매장면적이 비교적 작은 30평임에도 불구하고 하루 평균 600만 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미스터도넛을 먹기 위해 줄을 서있는 사람들.

미스터도넛 매장에서 만난 회사원 정상규(31ㆍ 남)씨는 “다른 도넛들은 너무 달고 느끼해 입맛에 맞지 않지만 미스터도넛은 수제 도넛이라 그런지 쫄깃하고 담백해 자주 먹게 된다”며 간식으로도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미스터도넛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GS리테일 측은 “미스터도넛의 국내 매출 증가와 인지도 상승에 힘입어 올해 점포 수를 6개에서 30개까지 확장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메이드 인 재팬’의 인기는 여러 분야에 걸쳐 확산되면서 국내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G마켓, 옥션 등 인터넷쇼핑몰에서는 일본 유아용품이 이미 단독 카테고리(일종의 단독 매장)로 대우를 받으면서 판매될 만큼 주부들 사이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일본 기저귀의 경우는 사재기까지 빈번해 모든 쇼핑몰에서 품절사태가 빚어질 정도다. 일본제 젖병이나 분유, 장난감 등도 품귀현상이 심하기는 마찬가지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만족하지 못한 일부 주부들은 1박 2일로 일본 유아용품 원정구매에 나서기도 한다.

서울에 사는 박모(33· 여)씨는 “올해 첫 돌이 갓 지난 딸을 위해 조만간 일본에 갈 예정”이라며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구하기도 힘들 뿐 아니라 젖병이나 장난감, 아기 옷 등 이것저것 많이 사면 일본 가는 비행기 값은 건진다”고 말했다.

주부들 사이에서 일본 유아용품이 민감한 아기 피부나 건강에 덜 해롭고, 유해물질 검출도 거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이 같은 일본제품 열풍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높은 판매율을 기록중인 일본제 기저귀‘군’과‘무니망’
인터넷 쇼핑몰에서 높은 판매율을 기록중인 일본제 기저귀'군'과'무니망'

일본 유아용품의 인기는 성인의류로까지 이어졌다. 일본의 캐주얼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는 2005년 국내에 첫 선을 보인 후 꾸준히 매장을 넓혀가며,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국내 단일 의류 매장으로는 최대인 700평 가량하는 5층 규모의 유니클로 명동점을 개점하기도 했다.

오는 3월 7일 신촌점 개점을 앞두고 있는 유니클로 측은 “앞으로 계속해서 주요상권을 중심으로 대형 매장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며 “매출이 2006년 300억 원에서 지난해에는 500억 원으로 신장했고 올해는 800억 원 가량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소비자들은 일본 의류가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서양 의류 브랜드 제품보다 체형이나 취향면에서 비슷한 부분이 많아 선호할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캐시미어나 데님 제품 같은 질 좋은 옷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일본 의류에 주목하게 되는 이유라고 설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에 유행하던 일본문화는 다 같이 못 살던 시절 선진국 일본에 대한 동경에서 비롯돼 전자제품이나 특정제품 구매 정도에 그쳤지만 요즘은 ‘잘 먹고 잘 살자’는 사회 분위기가 퍼지면서 필수적인 의식(衣食)문제와 관련한 일본제품 선호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웰빙, 로하스와 같은 트렌드가 새로운 일류(日流)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의 원화 강세로 인해 같은 돈(원화)으로 일본제품을 예전에 비해 훨씬 싸게 살 수 있게 된 것도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