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로 변호사 실무연수 떠나는 예비법조인 5인 좌담회

■ '이슬람 법과 문화'강좌 인기 타고 학회까지 설립
"호기심으로 시작했지만 미개척 분야에 관심 생겨"

■ 정교일치가 기본… 분쟁은 재판보다 관습으로 해결
"50일간의 연수는 '알라의 법' 배우는 첫 단추 될 것"

예비법조인 산실인 사법연수원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국제화와 더불어 전문성을 요구하는 시대 흐름에 맞춰 연수생들이 적극적으로 자기 개발과 새로운 영역 개척에 나서고 있는 것. 무한경쟁시대에 들어선 법조계와 한·미 FTA 타결에 따른 법률시장 개방,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출범 등 법조환경 변화가 가져온 추세다.

사법연수원 역시 지난해 처음 원어민 강사의 영미법 기초이론 강의를 도입하고 지난 2학기 때부터 정식 외국법 과목으로 ‘이슬람 법’을 개설하는 등 법조 패러다임 변화에 적극 발맞추고 있다.

올해 처음 이슬람 국가로 변호사 실무수습을 떠나는 38기 연수생들은 그러한 법조 변화를 실천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이다.

지난해 처음 개설한 ‘이슬람 법과 문화’ 과목은 수강인원 120명이 순식간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고 강좌를 수강한 40여명의 연수생들은 자발적으로 ‘이슬람법학회’를 창립하기까지 했다. 그들 중 9명의 연수생이 이슬람 국가로 변호사 실무수습을 가게 됐고, 4명의 연수생은 먼저 터키와 두바이로 떠났다.

지난 4일 카타르로 출국을 앞둔 나머지 5명의 사법연수생들을 만나 이슬람 법문화에 대한 관심과 향후 비전 등을 들어봤다.

강윤희, 이홍우, 배지영, 최유리, 이완수

- '이슬람 법과 문화' 과목을 수강하게 된 계기는.

강윤희, 최유리, 이홍우

“중국 법, EU법 등과 같은 강의는 많이 접할 수 있었지만 이슬람문화와 관련한 ‘이글람 법과 문화’과목은 개설된 적이 없어 매력적이었다. 호기심으로 시작해 수강신청을 하게 됐지만 강의를 통해 더 큰 관심이 생겼다. 또 국내 이슬람 전문 법조인이 드문 상황에서 수강을 통해 식견을 넓히고 국제화시대 흐름에 부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게 된 셈이다.”

이완수

“이슬람 문화라는 우리에겐 이색적인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계기가 됐다. 연수생 중엔 유독 기독교 신자들이 많았는데 종교와 강좌는 무관했다. 새로운 분야를 알고 전문가로 개척해간다는 것은 매력적이고 보람이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 '이슬람 법학회' 결성과 활동에 대해 말한다면.

배지영, 이완수, 최유리

“연수원 내 각 학회 회원들은 7월에 있는 전문기관연수과정을 외국기관연수로 대체할 수 있는데 미국이나 북유럽으로 가는 사례가 많다. 이슬람 법과 문화 수업을 들으면서 이슬람 국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직접 현지에서 연수를 받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갖게 됐다. 게다가 학회를 통하면 공식적으로 이슬람 국가에 나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원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 필요성이 더욱 커진 것이다. 이렇게 해서 연수생들과 함께 뜻을 모아 이슬람 법학회를 설립하게 됐다.”

강윤희

“이슬람 법학회는 작년에 생긴 신생 학회라 이슬람 사원을 다녀왔던 것 말고는 대외적인 활동이 거의 없었다. 이번에 이슬람국가로 가는 연수가 첫번째 공식 대외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이슬람 관련 책 출간은 물론 세미나를 통해 회원들간 교류를 늘리고, 관련 글 기고 등도 할 예정이다.”

- 카타르 현지의 반응은.

배지영

“현지 반응은 굉장히 호의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 카타르는 경제적인 부국이기는 하지만 규모가 작은 나라라서 종교, 문화, 경제적으로 자국을 알리는데 큰 의미를 두는 것 같다. 그래서 연수과정에 숙소는 물론 특별 강의를 따로 개설해 주는 등의 혜택을 제공하며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 같은 지역으로 수습을 떠나는 연수생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대우를 받고 있는 셈이다.”

이홍우

“카타르에서 남자 둘은 카타르 재단에서, 여자 셋은 카타르 대학의 기숙사특실을 사용하게 된다. 특히 카타르 재단은 전세계 유수 대학들의 인재들을 유치해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데 한국에서 카타르까지 와서 법 교육을 받는다는 것을 무척 환영하고 있다. 우리는 숙소만 카타르 대학과 카타르 재단으로 나눠져 있고 교육과정은 동일하다.”

- 이슬람 법률체계와 국내 법률체계의 큰 차이는.

배지영

“이슬람국가마다 서구의 법을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정도의 차이가 있고, 법학파의 종류도 다르지만 정교일치가 기본이 된다는 점에서 우리와는 큰 차이가 있다. 코란에 제시되고 마호메트가 말한 것들은 무조건 그대로 법인 셈이다. 최근 들어 개방의 압력으로 상법과 관련해서는 서구의 법을 많이 따르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종교와 관련해서는 보수적이다.”

이완수

“이슬람국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분쟁사례가 별로 알려져 있지 않은 이유도 이슬람 법체계의 특징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슬람 국가들은 재판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지 않고 인맥이나 그들만의 방식으로 조용히 처리하는 것이 관행처럼 돼있다. 아직 법체계가 제대로 확립되지 못한 것도 이런 현상을 부추기고 있고 결과적으로 분쟁이 일어나도 언론에 노출되거나 공개되는 경우가 드물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카타르에서의 구체적인 활동계획, 연수일정은.

이완수

“우선 이슬람 파이낸싱 재단에서 하는 강의일정이 있다. 풍부한 오일머니를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이슬람 국민들은 공업이나 재조업보다도 금융업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국민소득 20만 달러로 교육을 받지 않고도 넉넉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카타르는 금융전문가나 고등교육을 받은 전문가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결국 외국인들을 전문가로 양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질 좋은 교육을 받은 외국인들을 현지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도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연수일정도 이런 카타르의 교육정책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아랍 랭귀지 스쿨과 이슬람 법에 관한 일반적인 법교육 등도 수강할 예정이며, 이미 우리를 위한 교수진까지 확보한 상태라고 들었다. 현재 우리는 변호사 실무 수습 기간인데 카타르를 다녀옴으로써 대체 수습을 하게 됐다.”

- 현지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완수

“실제로 국내 법인 한 곳은 실제로 두바이에 지사가 있고, 국내 변호사 두 명이 현재 파견돼 있다. 동남아시아나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등지에도 이미 국내 로펌의 지사가 설립돼 있다. 이슬람 국가에도 국내 로펌 지사들이 많이 설립된다면 충분히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일해보고 싶다.”

배지영, 최유리, 강윤희, 이홍우

“기업이 나가있고, 상사 주재원들도 나가는데 시스템만 제대로 갖춰져 있다면 현지에 남아서 일을 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결심의 문제지 달리 문제될 건 없다고 본다.”

- 각자의 포부를 이야기한다면.

이홍우

“시작은 문화적인 호기심이었고 특별한 것들을 찾는 모험심이었지만 50일 간의 연수가 끝난 뒤에는 많은 것을 느끼고 좀 더 실용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양한 경험과 실제적인 지식을 통해 전문성을 확보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강윤희

“어느 순간 이슬람 문화가 내 인생 속으로 들어왔다. 아직 구체적인 방향설정이 안 돼 있는 상황에서 경험을 쌓으러 향하는 이슬람이지만 혹시 모든 인생이 이슬람과 연관돼 돌아가면 어쩌나 두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비록 2달 남짓 짧은 일정이지만 많이 배우고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배지영

“계속 이슬람 법과 문화를 공부해서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 그러나 단기간에 이런 성과를 얻기는 힘들 것이고 이번 이슬람 연수를 통해 좀 더 정확한 미래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유리

“지금은 시작단계라고 생각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방향을 잡기 위해 이슬람으로 향하는 것이다. 분명한 건 이번 연수가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완수

“이슬람국가에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굉장히 좋다. 이런 상황에 힘입어 이슬람 국가에 갈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하고 그만큼 많은 것들을 배우고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더 나아가 이번 기회가 이슬람 법문화의 전문성을 갖추게 되는 첫 발걸음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인터뷰- 이슬람법학회 윤병철 주임교수
"오일머니 영향력 커져 법률 컨설팅 수요 확대"

"사법연수생들이 이슬람 국가에 대한 관심을 갖는 이유는 세계경제에 이슬람의 영향력이 해마다 커지고 있기 때문이죠. 몇 년째 이어온 고유가 정책으로 이슬람 국가 내 오일머니가 크게 불어난 데다 두바이, 카타르 등지에선 항만과 도로, 신도시 건설이 줄을 잇고 있어요. 연수생들은 이슬람 권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들이 더욱 많아질 것을 예상하고, 이들을 위한 전문적인 법률컨설팅 수요를 예측한 거죠."

사법연수원 이슬람법학회의 윤병철 주임교수는 이슬람을 주목한 이유에 대해 국제사회에서 이슬람의 영향력 확대를 들었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글로벌컨설팅기업인 맥킨지는 이슬람 금융 자산규모가 4,500억 달러 이상이며, 2010년에는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발표한바 있다.

사법연수원은 지난해 12월 조근호 부원장이 연수생들의 수습기관을 확보하기 위해 직접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 터키 등 3개국을 찾아가 수습가능성을 타진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인 끝에 그 빛을 발했다.

"LG전자 두바이법인과 법무법인 아주 두바이사무소 등 중동에 진출한 국내기업은 물론이고 카타르 법과대학과 카타르 재단, 터키의 PEKIN&PEKIN 로펌 등이 적극적으로 연수생을 받아 들이겠다는 의사를 표시해 왔어요. 카타르 왕실이 설립한 카타르재단의 경우 비이슬람권 학생들을 위한 이슬람강좌에 한국 사법연수생만을 위한 특별한 커리큘럼을 마련하겠다는 의사까지 내비치며 연수생 맞이에 열의를 보였습니다."

이슬람 국가로의 진출이 곧 국내 법조계의 블루오션 개척이라고 말하는 윤 교수는 "아직도 이슬람 국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을 지원할 수 있는 이슬람법률전문가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세계경제에서 이슬람국가의 위상이 점차 높아지는 만큼 젊은 법조인들이 이슬람 문화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국내 법조계의 미래에 대단히 큰 의미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 예비법조인 약력

배지영(33) 이슬람법학회 회장. 서울대 공법학과 졸업

이완수(29) 이슬람법학회 부회장. 부산대 법학과 졸업

이홍우(31)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졸업

최유리(26) 이슬람법학회 회원. 연세대 법학과 졸업

강윤희(25) 이슬람법학회 회원. 연세대 법학과 졸업


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