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적자만 507억 원… 통신사들 손실부담 늘어나 '울상'KT링커스 '부스 디자인 교체·공공 IT 인프라 활용' 자구책"국민의 기본적 통신권 보장 위해 서비스 계속 돼야"

딸깍 거리며 떨어지는 동전 소리에 노심초사하던 기억도 공중전화 부스 뒤로 길게 늘어선 줄도 이제는 희미한 추억이 돼버렸다. 이동전화 가입자 수 4,300만 시대가 도래하면서 공중전화는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최근 이 같은 상황을 해결하고자 KT에서 새로운 자구책을 내놓았다. KT의 공중전화 사업을 위탁 받아 운영하고 있는 자회사 KT링커스가 전국에 있는 공중전화 부스를 단계적으로 교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1년에 한두 차례밖에 사용되지 않는 공중전화가 전체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악조건 속에서도 KT링커스는 공중전화 부스를 산뜻하고 새로운 디자인으로 바꿈으로써 도시미관 개선과 더불어 공공 IT인프라로서 공중전화의 활용가치를 높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새롭게 교체되는 부스 디자인은 측면과 후면에 모두 유리를 사용해 버스 정류장처럼 광고를 개제할 수 있게 되고, 결과적으로 광고수익을 창출해 예산확보까지 가능해지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인천 연수구가 조례에서 공중전화 부스를 공공시설물로 지정함에 따라 광고 게재가 가능해져 교체 계획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연수구청은 3월 중으로 연수구내 33개 공중전화 부스 디자인을 교체한다는 계획이다. 계속해서 다른 지역에서도 조례 개정 움직임이 일고있고, 앞으로 사업은 전국 4만8,000여 개 공중전화로 전면 확대될 예정이다.

공중전화 시장을 살리기 위한 노력은 이미 예전부터 다양하게 시도돼 왔다. 실제로 이번 공중전화 부스 디자인 교체 계획 역시 1998년 한 차례 실시된 바 있었지만 예산부족으로 인해 미뤄진 뒤 10년 만에 다시 부활한 것이다. 또 작년 12월부터 CD·ATM을 통합한 새로운 부스를 서울역 광장 등에 시범으로 설치해 지금도 운영 중에 있다.

그밖에 2007년 하반기 때 개발된 교통카드 공중전화기는 주화는 물론 신용카드와 교통카드로도 사용이 가능하고 SMS, 위치정보 제공 등의 서비스까지 추가된 첨단형 공중전화기다. 교통카드 공중전화는 계속해서 보급이 확대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공중전화 시장이 변신을 거듭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사정은 어렵기 만하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공중전화는 22만 여대로 2001년 49만 9,500대에 비하면 절반 이상이 줄어든 수치다. 이 중 10만대 정도는 공중전화 설치 희망자가 단말기를 직접 구입, 설치해 운영하는 자급제 공중전화다. 이처럼 근근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공중전화기마저도 90% 이상이 교체시기가 지난 것들이다. 결국 지난해 말 10원짜리 신형 주화가 유통되면서부터 공중전화는 완전히 천덕꾸러기신세로 전락해버렸다.

공중전화사업이 계속해서 난항을 겪자 사업을 담당하는 KT측도 공중전화사업이 큰 골칫거리일 수밖에 없다. 98년만해도 7,8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만큼 전성기를 누렸던 공중전화였지만 점차 쇠락의 길을 걸으면서 2001년 3,406억원이었던 매출액이 2006년엔 784억원 수준으로 폭락했고, 지난해에는 적자만 507억원에 달했다.

매년 유지,관리 비용으로만 1,000억원이 넘게 들어가는 공중전화 사업이 달가울 리 없는 KT는 이제 주력사업분야도 유선전화에서 인터넷통신으로 돌아선 상태다.

더욱이 공중전화 사업은 공익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포기하는 것도 쉽지 않다. 결국 계속해서 늘어나는 적자를 누가 나서서 해결하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그러나 공중전화 사업에서 발생하는 재정손실을 한 기업이 모두 떠 안기에는 그 규모가 너무 거대하다. 어쩔 수 없이 ‘보편적 역무손실 보전금 제도’를 활용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이 제도를 통해 KT를 비롯한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다수의 전기통신기간통신 사업자들이 공동으로 손실금을 분담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① 우리나라 최초의 공중전화 (체신 1호 벽괘형 공중전화기) ② 간이형 공중전화기 ③ 멀티미디어 공중전화기 ④ KT링커스에서 발표한 새로운 공중전화기 부스 디자인

보편적 역무 손실보전금은 국민들이 적정한 요금으로 언제 어디서나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하는 공중전화, 도서통신, 선박무선 등의 기본적 통신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주요 기간통신사업자가들이 분담해 보전하는 제도로 2000년도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공중전화의 매출 감소로 인한 공중전화 손실 보전금 부담 증가로 해당 통신사들의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손실보전금은 사업자의 매출액 비율에 따라 분담해야 하기 때문에 이들 통신사 중에는 수백억 원이 넘는 부담금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 것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2001년 238억원이었던 공중전화 손실 보전금이 2005년에는 507억원으로 증가했고, 이 중 30% 이상을 우리 회사가 부담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회사측이 큰 타격을 입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공중전화의 쇠락은 국내에만 국한된 상황이 아니라 전세계적인 추세다.

우리나라에 비해 휴대전화 보급률이 낮고 저소득층의 공중전화 이용률은 높은 미국에선 각 지역별 소규모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공중전화가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말 미국 공중전화 사업의 원조이자 미국 최대의 통신 회사인 AT&T가 공중전화 사업에서 완전 철수를 선언함에 따라 미국에서도 공중전화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돼버렸다.

한편 2000년대 초반까지 20만대, 10만대를 넘어섰던 프랑스와 영국의 공중전화 수도 2005년 들어 각각 18만 대와 7만대로 감소세를 띠기 시작했고, 일본에서도 80년대 중반 91만대 가량이던 공중전화 수가 이제는 39만대로 줄어들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권기환 책임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공중전화 시장의 수요와 수익이 줄고 있지만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여전히 공중전화 서비스는 보편적 역무로 규정돼 있다”며 “국내 공중전화 시장 상황도 어려운 것은 사실이나 ‘모든 국민의 기본적 통신권 보장’이라는 보편적 역무제도의 취지를 감안한다면 공중전화 서비스는 지속적으로 제공돼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무엇보다도 정부가 공중전화 설치 및 철거에 관한 보다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더욱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