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텔레콤 '패스온' 서비스… 도로공사와 '누이좋고 매부좋은' 공생 협력LGT- '가입자 이탈방지'서비스로 활용… 통행료 충전 어디서나 가능 장점도로공사- 패스온 고객늘면 하이패스도 늘어 단말기 100만대 보급 눈앞에

‘패스온이라고? 그럼 하이패스는 또 뭐야?’

지난 설날 즈음, 재미있는 TV광고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명절 전후로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한 차량이 미끄러지듯 톨게이트를 쏜살같이 통과하는 장면으로 구성된 이 광고는 다름 아닌 LG텔레콤의 ‘패스온’(Pass on) 홍보. 도로공사의 하이패스로만 고속도로 ‘신속 통과’가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던 이들에게는 ‘저게 뭐지?’란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아니, 휴대폰으로도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자동으로 통과할 수 있단 말이야?’ 눈에 띄는 광고로 운전자들에게 적잖은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던 패스온 서비스가 가입자를 늘려가며 통행료 결제 방식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지난 해 9월 런칭한 패스온 서비스는 한 마디로 일종의 모바일 하이패스 시스템. 달리는 차안에서 멈추지 않고 통행료를 지불하는 한국도로공사의 하이패스 서비스에 블루투스 기능이 지원되는 휴대폰을 연계한 방식이다.

때문에 패스온 서비스는 기존의 하이패스 방식을 그대로 이용하면서 결제와 충전만 휴대폰을 활용한다. 즉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지날 때 하이패스로 통행료를 지불하는 것은 도로공사의 시스템 그대로지만 결제 충전은 LG텔레콤 휴대폰을 이뤄지는 것.

실제 하이패스나 패스온 모두 기본적인 통행료 납부 절차는 똑같다. 차 안에 OBU(On board unit)라는 차량단말기를 장착햐고 충전된 전자카드를 삽입하는 방식. 차량이 달리는 상태에서도 톨게이트의 안테나와 무선통신을 통해 통행료를 지불한다.

이 때 하이패스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차량의 OBU에 삽입되는 전자카드가 항상 충전돼야 하는 조건이 따른다. 하이패스 경우 도로공사에서 운영하는 영업소나 고속도로 휴게소 등지로 찾아가 충전을 해야 하는데 패스온은 휴대폰을 통해 손쉽게 결제 충전할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대신 패스온 서비스는 전용 OBU를 차량에 장착해야 한다는 점만이 차이점이다.

때문에 적잖은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패스온이 도로공사의 하이패스와 다른 또 하나의 시스템이라고 오해를 사기도 했다. 패스온과 하이패스가 경쟁관계인 것으로 처음 인식되기도 했지만 알고 보면 협력 공생관계라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LG텔레콤이 이처럼 패스온 서비스를 앞세워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것은 통신 환경 변화와도 전혀 무관치 않다. 2세대에서 3세대(WCDMA)로 넘어가는 와중에 상대적으로 기술 및 자본, 가입자 수 등 모든 면에서 열세에 처해 있는 LG텔레콤이 가입자 이탈을 방지하고 고객들을 붙잡아 놓을 수 있는 방안 중의 하나가 바로 패스온 서비스인 것.

현재 패스온 가입자는 1만7,000여명. 출시 2개월 만에 1,000명을 돌파, 지난 해 12월말 5,000명을 넘어 선 이후 지난 설날 명절을 계기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LG텔레콤 김상수 홍보팀장은 “지금도 추가 가입이 이어져 매월 200~300% 정도의 가파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 같은 실적 증가 추세는 하이패스가 추가 개통된 것도 한몫 했으나 명절 기간 집중적으로 꾸준한 광고를 통해 고객들에게 ‘패스온’이라는 생소한 브랜드를 인지시키고 고객이 편리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판매 인프라를 확충하는데 지속적인 노력을 해 온 결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단 LG텔레콤이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독자적으로 시행한 서비스는 패스온 만이 아니다. 기분존, 항공마일리지, 주유할인 프로그램 등의 다양한 제휴 상품을 출시 했고 패스온이라는 이색상품 또한 이동통신사 최초이자 유일하게 이업종간의 제휴를 통해 탄생시킨 것이다.

LG텔레콤 못지 않게 도로공사 또한 ‘패스온 특수’를 누리고 있다. 패스온 고객이 늘어나는 만큼 자연스레 하이패스 이용자도 증가하고 있어서다. 도로공사는 지난 3월 하이패스 단말기 100만대 보급 기념 고객 사은 이벤트를 갖는 등 이용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도로공사에 따르면 2007년 한해에만 51만대(누계 73만대)가 보급됐으며 3월 중순까지 96만대로 100만대 보급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것. 하이패스 이용률 역시 급상승해 전국 일평균 교통량 318만대 중 67만대가 이용해 21%를 초과했다.

하이패스 사업처 김용규 차장은 “하이패스 전국 개통과 다양한 혜택으로 인해 하이패스 단말기 보급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패스온이나 하이패스 둘 사이에도 미묘한 경쟁 기류는 흐르고 있다. 바로 이용자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적 차이 때문.

패스온의 LG텔레콤은 “하이패스는 통행료 충전을 위해 도로공사영업소에 직접 방문하거나 별도 리더기를 장착, 인터넷으로 충전을 해야 하지만 패스온은 휴대폰으로 간편하게 언제 어디서나 즉석에서 통행료 충전이 가능하다”고 기세를 올리고 있다. 통행료 충전을 깜빡 했을 때도 패스온만 있으면 하이패스 차로로 통과할 수 있다는 것 또한 큰 매력이다.

LG텔레콤은 또 패스온 출시 초반 서울 및 수도권 500여개 매장에서만 판매 하던 것을 하이패스 톨게이트가 전국으로 확대 개통됨에 따라 지난 해 말부터 전국 1,200여개 LG텔레콤 매장 및 홈플러스, 롯데마트, GS마트로 판매망을 확대했다.

이밖에 패스온 전용단말기(OBU)는 수입차에 장착이 가능하다는 것도 큰 장점중의 하나로 내세운다. 패스온은 IR(적외선통신)방식이지만 일반 전용 단말기(OBU)는 RF방식(무선주파수방식)을 택하고 있어 자외선 차단유리로 되어있는 수입차는 통신장애를 받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국도로공사는 “LG텔레콤의 패스온 단말기는 하이패스가 채용하고 있는 13가지 단말기 중의 하나다”라며 “업종이 다른 회사 간에 제휴를 통해 새로운 경쟁적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시도”라고 평가했다.

하이패스 차량단말기와 전자카드(위), 하이패스 개념도(아래)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