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지원자에 줄어드는 입학 정원… 이젠 코끼리가 바늘구멍 통과하기하버드대는 단 7.1%만 입학 허가… 코넬대는 5년 전 비해 합격률 1/3로 축소SAT 만점자들도 줄줄이 탈락… 한국 유학 준비생들 성적보다 개성에 초점을

‘미국 하버드대 지원자 100명 중 93명을 불합격 처리’ ‘하버드 탈락자중 합격생들과 별 차이가 없는 최우수 학생들이 절대 다수’ ‘SAT 시험 중 Critical Reading 만점 자 2500명 이상, Mathematics 만점 자 3,300명, 고등학교 전교 1등 학생 3,300명 이상…’ ‘예일이나 스탠포드, 프린스턴대 등도 비슷한 상황’

미국 명문대 입학에 ‘빨간 등’이 켜졌다. 가뜩이나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라고 할 만큼 어려운 미국 일류대학 입학이 날로 더 힘들어 지고만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 해 하버드 스탠포드 등 미국 일류 대학들은 사상 최저의 합격률을 기록함으로써 이들 명문대 입학 경쟁이 극심함을 입증해 보이고 있다.

명문 대학 입학을 위한 제반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미국 언론에서도 주요 뉴스로 소개되고 있다. 미국 뉴욕 타임즈는 최근 ‘일류 대학들, 사상 최저의 입학률’이란 타이틀 기사를 내보내며 이들 대학 지원 학생 및 학부모들을 긴장케 했다. 기사는 올 초 입학 사정을 마친 이들 명문대의 발표 자료를 토대로 작성됐다.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어려웠던 미국 일류 대학으로의 입학이 올해는 더 어려워졌다. 각 대학들이 사상 최저의 입학 합격률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들 미국 명문대가 공개한 입학 전형 결과에 따르면 하버드대의 경우 지원자 2만7,462명중 7.1%인 1,948명의 학생들만 합격했다. 이는 93%인 무려 2만5,000여명이 불합격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불합격자들은 SAT 시험에서 완벽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을 정도로 우수한 학생들이었다.

예일 대학의 경우도 지원자 2만2,813명중 8.3%인 1,892명의 학생만이 합격했다. 올 해 예일 역시 하버드와 마찬가지로 기록적으로 아주 낮은 입학 합격률을 기록했다. 콜럼비아 대학 또한 지원자의 8.7%만 합격을 했고 브라운, 다트마우스 대학은 13%, 조지타운 대학은 18%라는 기록적으로 낮은 합격률을 보였다.

무엇 보다 올 해 미국 명문대 입학 현황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사상 최저의 합격률’이란 대목이다. 한 마디로 입학을 희망하는 지원 학생 수는 늘어났는데 합격률은 낮아지고 있어서다.

또 지원자 수가 늘어나면서 합격자 수도 덩달아 늘어나면 그나마 다행일텐데 오히려 합격자 수 마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더더욱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이 같은 상황은 올 한 해 일시적으로 벌어진 해프닝이 아니란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더해 준다. 유학 교육 컨설팅 전문기관인 ㈜로러스 앤 에듀케이션이 최근 조사해 공개한 미국 명문대 연간 입학 현황<도표 참조>에 따르면 이들 대학의 입학 합격률이 지난 10년 전에 비해 거의 절반 가까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 하버드의 경우 10년 전인 1998년도 입학전형(미국 대학 자료에서는 2002로 표기)에서는 12.3%의 합격률을 보였지만 5년 후에는 9.8%로 낮아지고 지난 해는 9.0%로까지 떨어졌다.

지원자 수를 보면 98년 1만6,818명이 응시했는데 지난 해는 2만2,955명, 올 해는 2만7,462명이 지원하는 등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반해 합격률은 물론 합격생 숫자는 오히려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98년에는 2,073명이 입학을 허가 받았지만 지난 해 2,058명에 그친데 이어 올 해는 2,000명 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코넬대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5년 전 합격률은 27.08%였지만 올 해는 9.45%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거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것. 합격자 수로 보면 5년 전에는 6,621명을 뽑았으나 올 해는 절반도 안되는 3,086명만이 입학 통지서를 받을 수 있었다. 물론 지원자 수는 같은 기간 2만4,452명에서 3만2,655명으로 급증했다.

이런 사정은 예일, 프린스턴, MIT, 시카고대, 스탠포드, 노스웨스턴, NYU, 존스홉킨스, 워싱턴 대등 여타 모든 대학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NYU는 미국 대학 역사상 최고의 경쟁자 (지원자 수) 기록을 세웠다고 자체 비공식 보도 자료까지 발표했다.

또 하나 올 해 미국 명문대 입학 현황에서 두드러진 점은 합격 대기자 수가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예일대의 경우 올 해 합격자 수가 1,892명이지만 합격 대기자 명단에 오른 학생 수만 1,052명에 이른다. 프린스턴도 1,976명이 합격했지만 합격 대기자 수가 1,200명에 달한다.

합격 대기자 수가 합격자 수의 거의 절반에 달하는 것. 합격 대기자 수를 공개하지 않는 대학들도 적지 않지만 이들 대학 역시 비슷한 상황이라는 것이 정확한 분석이다.

이처럼 올 해 합격 대기자가 급증(?)한 것은 예년 보다 크게 저조한 합격률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 한 마디로 각 대학별로 합격자들 중 실제 등록 학생 수의 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아이비리그 등 미국 명문대학 합격생들 중 최종 등록 비율은 평균 40~50%에 그치는 것으로 나와 있다. 즉 학생들은 여러 학교에 응시 원서를 내기 마련인데 합격할 만한 학생들은 대부분 여러 학교에서 어드미션을 받기 때문이다. 때문에 미국 대학 관계자들도 올 한 해는 합격 대기자 명단이 ‘남발(?)됐다’는 표현을 서슴지 않을 정도다.

이처럼 미국 명문대 입학률이 낮아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지원 학생 수는 늘어나는데 반해 대학들이 학부 학생 정원은 계속 줄여오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에서 드러나듯 하버드 예일 등 명문대 대부분은 최근 10년 사이 학부 입학 정원을 늘리기는 커녕 반대로 축소시켜왔다.

반면 미국 고등학교 졸업생은 지난 15년 동안 매년 증가해 왔다. 통계학자들은 올해 또는 내년에 그 수가 최고조에 달한 후 조금씩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 수년간 중국 인도 등 아시아 경제의 활황, 브릭스 등 신흥 경제권의 부상 등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긴 국가들에서 미국 유학 붐이 폭발적으로 일게 된 것도 관련이 깊다.

사상 최저 입학률을 보도한 뉴욕타임스 기사.

대학 입학과 관련한 행정적인 면에서 온라인 지원의 편의성, 늘어난 학자금 보조 패키지, 다양하고 많은 젊은이를 대상으로 한 공격적인 학생모집, 그리고 열성적인 학생들이 더 많은 학교로 지원하는 등의 변수들도 대학 입시 경쟁률을 높이는 요인들이 되고 있다.

부분적으로 하버드와 프린스턴 대학은 올해 조기지원을 받지 않았는데 이는 매년 조기 지원했던 1,500명 이상의 학생들이 정시에 지원해 경쟁률은 높이는데 작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명문 대학 입학 경쟁률이 이처럼 심화되면서 이들 대학 입학을 노리는 학생 지원자 및 학부형들에게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엄청난 외화를 들여 유학을 하고 있는 학생들이 미국 명문대를 갈 수 있는 확률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높은 SAT 점수 및 학교 성적만을 앞세워 입학을 노리는 한국 학생들에게는 더더욱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 해 입학 결과에서 보듯 우수한 점수와 학교 성적을 갖고서도 탈락한 학생 숫자가 절대 다수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유학 컨설팅 전문가들은 “미국 대학 입학에만 중점을 둔 시험 준비 위주의 기형적인 유학 관련 교육 내용이 학교 공부와 선생님들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개개인의 특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바뀔 수 있는 청신호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로러스 앤 에듀케이션의 정규영 대표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많지만, 자신만의 개성이 뚜렷한 학생이나 출신 고등학교에서 최고의 추천서를 받는 학생은 해 마다 한정적이다”며 “수많은 지원자들 중에서 입학 심사 위원들의 눈에 단번에 돋보일 수 있는 매력을 어필할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고 조언했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