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03년부터 적극적 보급정책 펼쳐 4년 만에 발전량 15배나 늘어블루오션 판단한 기업들 진출 러시… 동양제철화학은 세계 메이저 부상부가가치 높지 않은 시공·서비스 분야에 대거 쏠려생산공정 핵심장비 대부분 수입 의존도 구조적 문제

지구촌에 태양광 발전이 폭발적인 붐을 이루고 있다. 그 보급 속도 역시 가히 ‘빅뱅’에 비유할 만하다.

태양광 발전은 태양의 빛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시키는 발전 방식을 일컫는다. 햇빛을 받아 직류전기를 생성하는 태양전지와 전기를 제어하는 전력제어장치, 전력을 저장하는 축전지, 직류전기를 교류전기로 바꿔주는 인버터 등으로 발전 시스템이 구성된다. 그 중 태양전지 제조 분야가 핵심 기술이다.

태양광 발전을 통한 세계 전체 전력 생산량은 1999년 202메가와트(MW)에 그쳤으나 불과 7년이 지난 2006년에는 2,536MW로 급증했다. 연 평균 40%가 넘는 증가율로, 주요 신ㆍ재생에너지 가운데서도 단연 두드러지는 성장세다.

국제적인 태양광 산업 조사기관 등의 전망에 따르면 앞으로도 가파른 성장세가 이어져 2010년쯤에는 태양광 발전에 의한 전력 생산량이 약 15기가와트(GW)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2006년에 비해 약 6배나 늘어난 규모다.

2000년대 이후 태양광 발전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지구온난화와 고유가 문제 등으로 대체에너지 수요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선진국에서는 정부 주도로 태양광 발전 보급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 나가고 있다.

일본, 독일, 미국 등 이른바 ‘태양광 빅3’ 국가의 태양광 발전 규모는 전 세계 생산량의 80%에 육박한다. 최근에는 유럽을 비롯해 중국, 인도, 대만 등 아시아 국가의 증가세도 눈에 띈다.

국내에서도 태양광 발전 열기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2003년 ‘제2차 신ㆍ재생에너지 기술개발 및 이용보급 기본계획’을 확정한 이후 각종 보급보조 및 융자제도 등 지원정책을 적극 펼치면서 보급 속도가 크게 탄력을 받았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03년 말 현재 6.1MW의 태양광 발전 누적보급 실적을 2012년까지 1,320MW(약 1.3GW)로 약 220배 늘려 세계 3대 태양광 산업 강국으로 단숨에 도약한다는 야심찬 목표가 설정돼 있다.

지난 수 년간 펼쳐온 화끈한 보급정책 덕분에 국내 태양광 발전량은 단기간에 상당한 증가 실적을 달성했다. 2007년 9월 현재 92개의 태양광 발전시스템이 완공돼 16MW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으며, 546개의 발전시스템(전력 생산규모 287MW)이 시공 혹은 계획 단계에 있다.

최근에는 태양광 발전시스템의 대형화, 단지(團地)화가 두드러진다. 특히 일조량이 풍부한 전남 지역에서는 지난해 5월 세계 최대 규모의 20MW급 태양광 발전단지가 착공돼 큰 주목을 받았다.

아울러 서울, 대구, 광주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펼치고 있는 이른바 ‘솔라시티’(Solar Cityㆍ태양도시) 구축 사업과 함께 일반 가정에 대한 태양광 주택 10만호 보급 사업 등도 태양광 발전 확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 같은 정책적 노력을 바탕으로 국내 태양광 발전 누적보급 실적은 2007년 기준 약 90MW를 달성한 것으로 관련 당국은 추산하고 있다. 2003년 6.1MW에 비하면 약 15배나 증가한 괄목할 성과다.

태양광 발전시스템 보급이 크게 늘어나면서 관련 산업, 즉 태양광 산업도 급팽창하고 있다. 당초 정부 계획은 선(先) 보급확대를 바탕으로 후(後) 기술축적을 이뤄 태양광 산업의 선(善)순환 사이클을 형성하자는 것이었다. 이에 상당수 기업들이 동참하면서 국내 태양광 산업의 저변이 점차 두터워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태양광 산업은 미래 신성장동력으로서도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우리 기업들이 상당한 기술력을 확보한 반도체, LCD 산업과 태양전지 분야의 연관성이 높아 시너지 효과도 크다. 더욱이 세계시장의 성장성을 감안하면 전략적 수출산업으로 육성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삼성경제연구소 강희찬 연구원은 “세계 반도체 시장이 거의 완숙 단계에 들어선 가운데 태양광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며 “태양광 산업은 기술력만 보유하면 제한된 내수시장을 벗어나 글로벌마켓을 공략할 유망한 수출산업이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태양광 산업의 기초 소재는 반도체 산업과 마찬가지로 실리콘이다. 태양광 발전시스템 가격에서 실리콘 소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달한다. 또한 실리콘을 기판 형태로 가공한 웨이퍼의 가격 비중도 28%나 된다. 태양전지 제조의 전 단계인 소재 분야에서 전체 부가가치의 절반 가량이 창출되는 셈이다.

태양광 소재 산업은 진입장벽 또한 높다. 웬만한 기술력으로는 도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실리콘 소재 시장은 태양광 선진국의 6, 7개 글로벌기업이 확실하게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국내 기업들도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특히 최근 폴리실리콘 양산체제를 구축한 동양제철화학의 행보는 국내외 업계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말 폴리실리콘 공장을 완공한 동양제철화학의 생산 능력은 연간 약 5,000톤 규모다. 2009년까지는 1만톤 생산 규모의 공장을 추가 증설해 세계 5대 메이저업체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 김경태 홍보팀장은 “최근 폴리실리콘은 전 세계적으로 공급부족 현상 때문에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대부분 메이저업체가 태양전지 업체와 장기공급 계약을 체결할 뿐 아니라 선급금을 받아 플랜트 투자에 나설 만큼 시장 열기가 뜨겁다”고 소개했다.

동양제철화학 역시 공장 착공 무렵부터 해외 업체와 장기공급 계약을 맺기 시작해 최근까지 수주한 금액만 수조 원 대에 이른다. 지난해에는 폴리실리콘을 호재로 삼아 회사 주가가 10배 이상 치솟는 대박도 터뜨렸다.

이처럼 태양광 산업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자 국내 기업들의 진출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과 LG그룹은 태양광 산업의 핵심 분야인 태양전지를 신수종산업으로 선정해 그룹 전체의 역량을 투입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범 현대가인 현대중공업과 KCC도 태양전지와 실리콘 제조 분야에 집중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다. 웬만한 중견기업들은 물론 중소기업들까지 너도나도 태양광 산업에 뛰어드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폴리실리콘 제품, 동양제철화학 폴리실리콘 공장 전경

이 때문에 주식시장에서는 ‘태양광 테마’가 지난해부터 대유행이다. 일부 기업들은 이런 테마에 편승하기 위해 태양광 사업 진출 계획을 의도적으로 흘리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의 태양광 분야 기술력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태양광 산업의 성장 잠재력은 물론 크지만 지금 단계에서 국내 업체들의 기술력이 검증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대다수 업체가 부가가치가 낮고 기술력이 크게 필요치 않은 시스템 시공 및 서비스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밝혔다.

실제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204개 신ㆍ재생에너지 전문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국내 태양광 관련 기업의 경쟁력 수준은 글로벌 기업에 비해 50.3%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나마 대기업은 72% 수준이라고 응답했다는 게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웨이퍼, 태양전지, 모듈(태양전지를 수십 개 연결해 하나로 만든 부품) 등 생산 공정에 소요되는 주요 설비를 대부분 수입해 쓰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완제품은 잘 만드는 반면 장비산업에 취약한 국내 기업 현실을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태양광 보급 정책은 나름대로 성공한 측면이 있지만 소재, 부품, 장비 등 태양광 산업 기반의 육성은 미진했다”며 “우리 자체의 산업 역량이 빨리 갖춰지지 않으면 외국 업체만 배 불리는 꼴이 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태양광 산업은 성장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일본과 미국 등 태양광 선진국에서는 태양광 발전 단가가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 단가와 동일해져 경제성을 확보하게 되는 시점을 2010~2015년쯤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계시장도 2010년이면 360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태양광 발전 시대가 코앞에 다가온 것이다.

에너지 패러다임의 대전환은 불가피한 세계적 추세다. 우리는 화석연료 시대에 에너지 주권을 산유국에 내줬었다. 또 다시 그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태양광을 비롯한 신ㆍ재생에너지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연구개발에 더욱 역량을 투입할 때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 태양광 발전, 남북 에너지사업 협력의 최적 모델?

기존의 화력, 수력, 원자력 발전시스템은 대형 발전소를 세운 뒤 송전, 배전망 등을 거쳐 산업 시설이나 일반 가정에 전기를 공급하는 중앙집중식 발전 방식이다.

반면 태양광 발전은 전기가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의 설비를 갖추고 독립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분산발전 방식이라는 점이 큰 차이점이다. 송전 시설을 갖추기 어려운 낙도나 오지뿐 아니라 일반 가정에도 개별적인 발전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유지ㆍ보수가 손쉬운 데다 발전시스템 관리를 무인(無人)으로 할 수 있으며, 시스템 수명 역시 20년 이상 간다. 또한 건설기간도 매우 짧아 수요 증가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특징도 지녔다.

이런 태양광 발전의 장점을 주목한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 전력난 해소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지원사업 모델로 태양광 발전시스템을 꼽기도 해 관심을 끈다.

북한의 전력 사정은 알려진 대로 너무나 열악하다. 핵 개발 의혹을 받으며 원자력에 매달리는 이유 중에 전력난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국제사회가 경수로 건설과 중유 제공을 핵 포기 대가로 제안했던 것도 물론 북한 전력난과 직결돼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두 가지 방식 모두 ‘군사적 전용’ 가능성 때문에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태양광 발전시스템은 군사적 용도로 쓰일 가능성이 전무하다. 또한 대규모 송ㆍ배전망 등 엄청난 비용이 드는 전력 인프라를 깔지 않아도 필요한 곳에 발전시스템을 설치할 수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송진수 박사는 “우리나라는 중국, 티벳, 몽골 등지에 국산 제품으로 만든 태양광 발전시스템을 설치하는 협력사업을 성공적으로 펼친 바 있다”며 “이러한 동북아 에너지 협력의 틀을 모델로 북한에도 태양광 발전시스템을 보급하는 게 충분한 타당성을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태양광 강국 독일의 경우도 귀감으로 삼을 만하다. 독일은 일조량이 적은 나라지만 국가 전략 차원에서 태양광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태양광 발전 인프라와 연구소 등을 옛 동독 지역에 많이 설치했다는 점이다. 이 같은 독일의 정책 방향은 국민 통합을 위해 옛 동독 지역 주민들을 배려하는 차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인터뷰- 태양광사업단 김동환 단장 "투자 서둘러 가격경쟁력 확보하라"
국내 기술수준 선진국 대비 70~80%… 정부 일관성 있게 지원해야

지식경제부 산하 태양광사업단 김동환 단장(고려대 신소재공학부 교수)은 "국내 태양광 산업이 선진국에 비해 다소 뒤처졌지만 이제 분업화를 바탕으로 산업의 틀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단장은 2004년부터 사업단을 이끌며 기술개발과 산업기반 강화에 주력해왔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다른 신ㆍ재생에너지에 비해 태양광 발전이 갖는 장점은.

태양광 발전은 원리가 매우 단순하고 화학 반응이나 기계적 움직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따라서 안전하고 환경친화적이며 유지ㆍ보수 노력이 거의 필요 없다. 설치도 매우 간단하고 설치 용량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태양광 산업에 뛰어드는 기업들이 러시를 이루고 있는데.

해외 선진국에 비하면 이미 3~4년 뒤졌지만 대기업을 비롯해 많은 업체가 투자에 나선 것은 늦게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투자 러시는 기후변화협약 등의 이슈가 단순한 환경문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업 기회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 태양광 분야 투자가 일정 규모 이상을 넘어섰고 인력의 풀도 커져 이제 태양광에 대한 기대를 접는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진 면도 있다. 남은 선택은 더 많은 투자를 더 빨리 해서 태양광 기술의 가격경쟁력 확보 시기를 앞당기는 것뿐이다.

-참여기업이 많아지면 시장과열과 과당경쟁 등 부작용은 없을지.

태양광 기술은 기본적으로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기술과 거의 같다. 반도체 메모리나 디스플레이 산업은 일시적인 공급과잉 때문에 가격이 폭락하고 업체간 가격 및 기술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결국 시장이 확대되는 사이클을 반복해 왔다. 아마 태양광 분야도 비슷한 길을 걸어갈 것이다. 기술력과 규모의 경제를 누가 선점하느냐가 생사의 갈림길이 될 것이며, 시장은 품질 좋고 값이 싼 제품을 무기로 더욱 확대되어 갈 것이다.

-태양광 발전 상용화를 위해서는 어떤 장애들을 넘어야 하는지.

결국은 가격이 문제다. 소재에서부터 시스템 설치에 이르기까지 기술개발을 통해 가격을 낮추고 기술의 신뢰성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다. 태양광 기술의 가격경쟁력이 확보될 때까지는 정부의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정부 지원의 일관성이 중요하다. 민간의 투자 리스크를 줄여줘야 한다.

-국내 태양광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 되는가. 선택과 집중을 한다면 어떤 분야가 유망한가.

전문가들은 국내 기술 수준이 선진국 대비 70~80% 정도 된다고 본다. 우리나라가 가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인프라까지 고려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아직 대량 양산 경험이 부족하지만 크게 잘못된 수치는 아니라고 본다. 다만 핵심 인력이 부족하고 그나마 외국 기업에 뺏기고 있는 상황이 문제다.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 분야는 이제 어느 정도 자발적으로 산업이 성장하는 단계가 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기술개발 투자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한다면 박막 태양전지 분야를 꼽을 수 있다.

-태양광 발전 보급을 위해 정부는 어떤 정책을 펼치고 있나.

정부는 해외에서 실효를 거두고 있는 정책을 한국에 적용하고 있다. 10만호 보급 사업과 발전차액 보전제도 등이다. 10만호 보급 정책은 이미 일본과 독일에서 성공을 거둔 바 있다. 발전차액 보전제도는 독일을 비롯해 유럽 각국에서 시행되고 있다. 다만 단시간에 태양광을 보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정부의 재정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진다는 단점이 있다.

-태양광 발전이 일반 가정에 널리 보급되는 시점은.

일본과 유럽의 전망치는 거의 비슷하게 2030년을 가리키고 있는데 미국은 최근 2015년에 목표치를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태양광 투자가 급증함에 따라 가격하락에 속도가 붙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2020년쯤에는 태양광 전력비가 화석연료 전력비를 따라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