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통한 '번개 스와핑'확산… 소수 회원에서 일반인까지 가세

스와핑(Swapping)은 한때 사회적인 이슈로 떠올랐을 정도로 강한 파괴력을 지닌 우리 시대의 성적 금기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배우자나 애인을 상대방과 바꿔가며 성 관계를 갖는다는 이 충격적인 문화는 가장 자극적이고 또한 가장 비도덕적으로 여겨져 왔다.

그래서 스와핑은 언제나 은밀하게 진행되어 왔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폐쇄적인 카페나 철저한 검증을 통한 회원가입 등 외부에는 절대로 노출되지 않도록 이중, 삼중의 보호막 속에서 극히 일부의 사람들만이 ‘스와핑의 쾌락’에 접근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최근 이러한 스와핑이 하나의 ‘일상’처럼 변해가고 있다. 그저 게시판을 글을 올리고 마음이 맞는 사람끼리 쪽지와 전화번호를 주고받고 자연스럽게 모텔로 향하면 그만인 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번개 스와핑’이 성적 금기를 비웃듯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번개 스와핑’은 말 그대로 인터넷을 매개로 한 즉석 만남을 한 후 서로 파트너를 바꾸며 성 관계를 갖는 것이다. 이렇듯 서로 조건이 맞고 마음이 맞으면 언제든지 스와핑을 통해 색다른 즐거움을 찾아가는 것이 이 시대의 새로운 풍속도가 되고 있다.

이러한 번개 스와핑은 어떤 경로를 통해서,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을까.

우선 자신의 취향과 원하는 상대에 대한 정보를 게시판의 글을 통해서 서로 교감하는 것이첫 번째다. 나이, 원하는 상대, 신체 사이즈, 지역, 그 외의 다양한 옵션들을 제시하고 쪽지나 이메일 등의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통해 1차적인 ‘컨택’을 하게 되는 것. 이들의 게시판 글들은 마치 한편의 포르노에 등장하는 각종 변태적인 성향을 총집합해 놓은 인상이다.

“제 애인은 키 170에 글래머 입니다. 35살 커플입니다, 애널(항문성교)을 무지 좋아하고 여러 가지 다양한 종류의 플레이를 좋아합니다. 일단 저희가 원하는 분은 1. 뽀송뽀송한 미소년 스타일 남자 분 (이건 제 애인의 요구사항입니다.) 2. 레즈(레즈비언)가 가능하신 여성분. (애인이 여자 3명과 해보고 싶다네요) … 처음부터 특별한 관계 보다는 서로 인사 나누고 자주 뵈면서 알아가는 관계가 되었음 좋겠어요. 놀러도 같이 다니고, 심심할 때 같이 술자리도 하고, 그럼 많은 성원 부탁드려요.”

애널섹스, 레즈비언, 3썸(세명 이상이 동시에 성 관계를 갖는 것) …. 포르노에서만 볼 수 ‘버라이어티’한 자극이 일상의 지루함을 넘어 꿈틀 거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음은 이렇게 인터넷에 올려진 글을 보고 서로 마음이 맞고 코드가 일치한다 싶으면 연락을 하게 되고 ‘1차 컨택’이 성사되면 이제 휴대폰 등의 오프라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통해 직접 통화를 하고 자연스러운 만남을 가지게 된다.

온라인을 통해서 몇 차례 번개 스와핑을 해봤다는 네티즌 L(38) 씨는 이제 그러한 행위들이 ‘자연스러운 일탈의 하나’라고 말한다.

“솔직히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우리 커플들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직업도 그렇고 매너도 그렇고 인간성도 마찬가지다. 스와핑을 한다고 비정상적이거나 흔히 말하듯이 ‘쓰레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누구든지 일상에서 탈출을 하고 싶은 것이 사실이지 않은가. 자연스럽게 만나서 술 마시고 그러다보면 ‘탈출의 로망’을 꿈꿔볼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방식으로 스와핑을 하는 것일까. L씨는 “ 뭐 아주 특별한 것이 있는 건 아니다. 그냥 만나서 술을 한잔 먹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처음 만나 서먹서먹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술이 최고가 아닌가. 그리고 나면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이 흥분되기 시작한다.

상대방의 파트너를 보며 ‘은근한 생각’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몸이 달아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런 후에 미리 정해놓은 모텔로 이동한다. 다들 성인인데다가 커플들 끼리 왔기 때문에 이상한 눈초리로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그렇게 스와핑이 끝난 다음에는 인사하고 헤어지는 게 전부다.”

이들에게 스와핑은 더 이상 ‘금기’도 아니고 비도덕적인 일도 아닌 어쩌면 가벼운 일상의 ‘이벤트’ 정도가 되어버린 것이다.

궁금한 것은 과연 어떠한 부류의 사람들이 이러한 번개 스와핑을 제안하고, 또 이에 응하는 것일까. 인터넷에 화이트데이 때 찍은 커플 사진을 올려놓고 스와핑을 제안한 바 있는 네티즌 K(44) 씨는 ‘생각보다 정상적인 사람이 많다’고 한다.

“번개니, 스와핑을 한다고 해서 할 일이 없어서 집에서 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 대부분 직장에서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사람들이 많고 교육 수준도 의외로 높다. 전문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은 새로운 자극을 끝없이 원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모험심도 강하고 낯선 것에 대해서도 별로 두려움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스와핑에 대한 취향을 단순히 ‘모험심’이라고 보기는 힘들 것이다. 분명 우리 사회에서 스와핑은 엄연한 성적 금기이고, 또한 상식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고 수용하기에는 거부감과 부작용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목할만한 사실은 이미 적지않은 사람들이 번개 스와핑을 하나의 즐거움 정도로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들의 행위에 대한 도덕적 판단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이제 한국 사회에도 ‘성적 금기’란 말이 주는 은밀함과 거부감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구성모 프리랜서 heyman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