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베스트셀러 톱20 중 9권 차지… 대형 서점들 분야별 판매대 설치 앞다퉈 나서메가 히트 비결은 외고 투고가 아닌 출판사의 기획력'배려' '경청' '시크릿' 등 '긍정의힘'이 새 트렌드

출판사 (주)푸른숲은 올해 초 대대적인 구조개편을 단행했다. 전문 분야인 문학도서 출판 이외에 자기계발서 출판에 투자하기로 한 것. 이전에도 일부 실용경제서를 발간하긴 했지만, 출판사의 주력 상품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는 자기계발서를 주력 파트 중 하나로 만들 계획이다. (주)푸른숲은 자기계발서 기획자를 추가로 뽑아 30여명의 팀을 구성한 상태다. 관계자는 “올 초 일간지 문화 부장 출신의 부사장이 새로 부임하고 자기계발서에 투자하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중견 출판사 푸른숲의 변화는 국내 출판시장 트렌드를 그대로 보여준다. 전문분야에 상관없이 대다수 출판사가 자기계발서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것. 비교적 투자 기간이 짧고 매출이 잘 오르는 장점 때문이다. 여기에 소위 ‘메가 히트급’ 자기계발서가 속속 등장하며 출판계의 블루오션으로 각광받고 있다.

출간 2년 만에 빛을 본 남인숙의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는 70만부를 돌파했고, 2004년 출판된 <아침형 인간>은 출판 첫 해만 90만부를 돌파했다. 작년 최대 히트작 <시크릿>은 100만부를 가뿐히 넘어섰다.

■ 100만부 '메가히트' 책의 출현

사실 출판시장 전체 매출에 있어서 자기계발서의 점유율은 생각보다 낮은 편이다. 국내 최대 온라인 서점 <예스 24>의 자기계발서의 판매율을 보면 2005년 3.7%, 2006년 4.9%, 2007년 4.6%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지만 5%이내의 점유율을 보인다.

그러나 점유율을 베스트셀러로 한정지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20위권 안의 베스트셀러 중 자기계발서는 1999년 단 한 권뿐이었지만 2000년대 들어 그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특히 지난 한 해 베스트셀러 상위 20권 중 9권이 자기계발서다.

<예스 24> 조선영 MD는 “자기계발서는 <시크릿>과 같이 100만부를 넘긴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많이 탄생한다. 분야 내 도서판매를 보면 베스트셀러 몇 권이 시장을 독식하는 양극화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데 자기계발서는 그 특징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출판계의 변화를 가장 먼저 보여주는 것이 대형 서점이다. 국내 최대 서점인 교보문고와 영풍문고, 반디앤 루니스 등은 이미 2,3년 전부터 실용경제 분야에서 자기계발 코너를 따로 두고 주제와 독자층을 세분화해 판매대를 만들었다.

교보문고 북마스터 정영미 과장은 “3년 전만해도 자기계발서의 비중이 크지 않았다. 지금은 베스트셀러 10 개 중 5개가 자기계발서다. 판매대가 하나였지만, 지금은 화술, 처세술, 리더십 등 분야별로 판매대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국내 자기계발서의 인기는 2000년대부터 시작됐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30~40대 남성중심의 시장에서 여성과 어린이, 대학생 등 독자층이 넓어지면서 자기계발서 시장을 넓히는 결과를 가져 왔다고 평가한다.

온라인 서점 <예스 24>의 조선영 MD는 “자기계발서의 주 독자층은 20~30대이지만 100만부가 넘는 베스트셀러의 경우 10대와 40대까지 확산되는 양산을 보인다”고 밝혔다.

트렌드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도 자기계발서의 특징이다.

2000년대 초반에는 <~하는 방법>처럼 처세방법과 심리에 관한 책이 인기를 끌었다. 2003년 이후에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와 같은 우화 형식의 자기계발서가 주목을 받았다. 2006년부터는 ‘긍정’이 키워드다. <배려> <경청> <시크릿> 등 베스트셀러는 모두 긍정적 사고를 강조한 두 글자 제목의 책이다.

서평서비스 전문업체 <자의누리>의 서진영 대표는 “여성을 위한 자기계발서가 인기를 끌면서 어린이 자기계발서 등 독자층을 세분화한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기존에 모든 독자를 대상으로 한 초대형 베스트셀러를 기획했다면 이제는 금융, 보험, 세일즈, 마케팅 등 주제가 세분화 된 시장을 타깃으로 한 자기계발서가 많아 지고 있다”고 밝혔다.

■ 출판가 트렌드 바꿔

한 해 천 여종의 자기계발서가 쏟아진다. 2005년 977권 발간된 자기계발서는 2006년 1034권, 2007년 956권 발간돼 인기를 반영했다. 그 중 베스트셀러는 한해 평균 5부 내외. 베스트셀러의 비결은 무엇일까?

출판사들은 성공의 열쇠를 ‘기획력’에서 찾고 있다. 출판사 위즈덤하우스의 허형식 홍보 팀장은 “자기계발서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마케팅에 대한 차별화가 힘들기 때문에 출판 기획 투자가 훨씬 강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자기계발서의 유행이 출판계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좋은 작가를 찾아 편집을 거쳐 발간되는 종전의 출판 방식과 달리 자기계발 도서는 출판시장과 독자를 선정한 다음 기획을 거쳐 작가와 콘텐츠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시장과 독자의 흐름에 따라 메시지와 스토리텔링이 달라지는 셈이다.

최근 100만부를 돌파한 <배려>의 출판 과정을 살펴보자. 출판사 위즈덤하우스는 전문 기획자 제도를 두고 있다. 기획위원들이 매주 기획회의를 통해 펴낼 도서의 방향을 결정한다.

출판사는 <배려>를 기획한 후 기획 컨셉트에 맞는 인지도 있는 작가를 섭외하고 책의 의도와 구성 방식을 상의했다. 원래 계획된 컨셉트에 맞게 최종 책을 완성 시킨 후에는 출간 전부터 한 해 키워드가 ‘배려’가 되도록 온·오프라인 홍보에 집중했다. 이 후 <경청> <용기>와 같은 두 글자 제목의 책을 잇달아 출간했다.

위즈덤하우스 관계자는 “출판시장의 변화로 이제 외고 투고에 의한 출판은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기획 도서의 성공과 자기계발서의 붐이 출판시장 판도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 베스트셀러로 본 한중일 출판계

국내 출판시장에서 자기계발서의 인기는 가까운 중국과 일본을 비교해 볼 때 더 명확해 진다. 지난 해 삼국의 온라인서점 <예스 24(한국)><당당 닷컴(중국)><아마존 닷컴(일본)>베스트셀러 순위를 보면 한국은 20위 권 내 베스트셀러 중 자기계발서가 9권으로 삼국 중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크릿>과 <청소부 밥> 등 번역서와 <배려>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와 같은 국내 필진의 기획도서 모두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외에도 <이기는 습관>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50가지 비밀> <마시멜로 이야기> <부의 미래> <밀리언달러 티켓> 등이 20위 권 내 베스트셀러로 꼽혔다.

중국은 건강서와 역사서적, 외국 번역서가 인기를 모았다. 베스트셀러 20위 권내 오른 자기계발서는 단 1권으로 시간관리와 인생설계 방법을 다룬 앨런 라킨의 가 18위에 올랐다.

일본에서 자기계발서는 총 3권이 20위 안에 들며 꾸준히 인기를 모으고 있다. 1937년 출간된 <사람을 움직이다>가 4위에 올랐다. (국내에는 ‘카네기 인간관계론’으로 출간) 이와 함께 <마음의 브레이크를 없애는 방법>과 <말과 목소리 연마법>이 11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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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