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반복하고 있는 사소한 습관이 병을 만들게 된다. 그래서 습관이 참 무섭다. 우리가 흔히 반복하는 사소한 습관들이 어떻게 위장병을 만들고 있는지 알아보자. 생활 습관만 바꿨을 뿐인데, 병을 예방하는 것이 가능하고, 치료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식사 후 커피 한잔, 역류성 식도염 위험

식사를 마친 후에 바로 커피 한잔 꼭 마시는 습관을 가진 사람이 많다. 식사를 막 마친 후에는 음식을 소화시키기 위해 위산이 듬뿍 나오는 시간인데다, 커피의 카페인 또한 위산 분비를 촉진시키기 때문에 식사 직후에 마시는 커피 한잔은 위산 분비과다로 식도쪽으로 역류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이미 역류성 식도염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면, 위산 분비를 촉진하는 커피를 포함한 카페인 음료를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물론 공복에 커피를 마시는 것은 더 더욱 피해야 하며, 식후에 커피를 마시고 싶다면, 식사 후 30분 ~ 1시간 지난 후에 마시는 것이 낫다.

책상에 엎드려 자기, 만성 소화불량

책상에 오래 앉아있어야 하는 학생, 직장인들 중에 너무 졸릴 때 책상에 엎드려 잠깐 자는 습관을 가진 사람이 많다. 책상에 엎드려 잘 경우, 명치를 압박해서 혈류를 방해하게 되고, 특히 식사 후에 이렇게 자게 될 경우는 위장의 소화 운동을 방해하게 되어, 가스 차고 가슴 답답, 속쓰림, 두통 등의 증상들이 생기는 등, 만성 소화불량으로 발전할 수 있다. 졸릴 때는 옆으로 기대어 목을 편안하게 한 자세로 잠시 자는 편이 좋지만 식사 후 바로 자는 것은 식후 혈액이 위장으로 몰리면서 뇌와 사지말단으로 혈액공급이 안되어 졸음이 오는 식곤증이므로, 식사 후에는 짧게라도 바깥으로 나가 산책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낫다.

국에 밥 말아 먹기, 만성 위염

항상 국에 밥 말아 먹는 습관을 가진 사람이 있다. 국이 없으면 물에라도 밥을 말아서 먹어야 밥 먹은 것 같다는 사람은 국이나 물이 소화액을 희석해서 소화불량을 만든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식사 중에 물을 자꾸 마시는 것도 마찬가지다. 소화액이 희석되어 소화가 안 되고 가스차고 배가 더부룩해진다. 그래서 식사 후에 소화가 더뎌지게 되고, 오래 동안 배가 부르니 소화제를 자꾸 찾게 된다. 이런 습관을 가진 사람은 만성적인 소화불량, 위염에 걸릴 확률이 높다.

빨리 먹기 습관, 식도염 유발

허겁지겁 후루룩 마시듯이 밥을 빨리 먹는 습관이 있는 사람도 많다. 이렇게 빠르게 식사를 하면, 공기도 많이 들이마실 수 밖에 없고, 이렇게 공기와 섞인 위 속에서는 가스를 많이 만들어내게 되어 식후 잦은 트림의 원인이 된다. 빠르게 식사하는 사람은 많이 씹지 않는다는 것과 같은 말인데, 음식을 될수록 많이 씹어서 넘기면, 침 속에 있는 소화효소인 아밀라아제가 음식과 잘 섞여서 소화가 잘된다. 그리고 위장에서 소화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소화 시키기 편할 정도로 잘게 부서지기 때문에 식사 후 속이 편안하다. 이와 반대로 음식을 거의 씹지 않고 빨리 넘겨버리는 사람은 위산 분비가 과도하게 되어 위산이 식도 쪽으로 역류되기 쉽고, 식도염의 발병률이 올라가게 되어있다. 입 속의 음식을 가능한 많이 씹어 아주 잘게 부순 후에 넘기게 되면, 위산 분비가 심하지 않아 식도염을 예방할 수 있다.

음식이나 약 먹고 바로 눕기도 피해야

음식 먹고 나서 바로 누우면 역류성 식도염이 올 수 있으니, 바로 눕지 말라는 이야기는 상식이다. 누운 자세에서는 위산이 쉽게 식도 쪽으로 역류될 수 있으니 식후 바로 눕는 것은 역류성 식도염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약을 먹는 것도 마찬가지다. 특히 알약을 먹고 바로 누웠을 때, 약이 식도에 걸릴 수 있고, 식도에 얹혀있는 약 때문에 식도 점막이 상할 수 있고 급기야는 염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습관처럼 약만 삼키고 금방 누워버리거나, 식사만 끝나면 바로 눕는 습관은 식도염을 일으키는 주된 원인이니 이런 습관은 바로 버리는 것이 낫고, 약을 먹었다면 물을 충분히 마시고, 적어도 10~20분 정도 지난 후에 누워야 한다.

굶었다 과식했다, 만성 위장병

오래동안 굶었다가 먹을 때는 한꺼번에 많이 먹어버리는 습관을 가진 사람이 많다. 오래 굶는 동안, 비어있는 위 속에 위산이 나와 위 점막을 상하게 만든다. 빈 속에 속이 심하게 쓰린 사람은 이미 그런 상황을 느낀 사람이다. 이렇게 해서 손상된 위점막은 여간해서 회복이 되질 않고, 손상된 부위에 염증이나 궤양이 생기기도 한다. 그리고 굶어서 허기진 상태에서 식사를 하면 과식하기 쉬운데, 이렇게 굶었다 과식했다를 반복하는 것은 위장 건강을 망가뜨리는 주범이다. 식사는 시간과 식사량이 항상 일정한 것이 가장 이상적이며, 이렇게 식사했을 때 위장의 부담이 줄어들어 소화가 잘되고 위장병을 예방할 수 있다.

● 정이안 한의학 박사 프로필

한의학박사, 정이안한의원 원장이며, 자율신경연구소 원장이고, 동국대학교 외래교수이다. 저서로 생활습관만 바꿨을 뿐인데, 직장인건강 한방에 답이 있다, 몸에 좋은 색깔음식 50 등 다수의 책을 썼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