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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주간증시]모멘텀이 약해지는 선진국 경제

경제변수는 주식시장에 두 가지 경로로 영향을 준다. 하나는 모멘텀이다. 경제 지표가 수십 년 내 최고나 최저치 부근에 있을 경우 조만간 방향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게 맞다. 그러면 시장은 현재보다 앞으로 변화될 상황에 맞춰 움직인다.

두 번째는 추세다. 경기 상승이나 하강이 뚜렷해지면 투자자들은 경제가 그 방향으로 계속 진행될 거라 가정하고 대응에 나선다.

미국 제조업체의 신규 주문이 30년 내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왔다. 과거에는 지금보다 조금 낮은 수준에서 신규 주문 증가가 멈췄는데 아직은 주문이 꺾일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재고가 줄어든 게 신규 주문을 늘리는 역할을 했다. 지금 미국 기업의 재고수준은 유래 없이 낮은 상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직후 주문이 들어왔을 때 기업들은 가지고 있는 재고를 이용해 주문에 대응했다. 그 영향으로 재고가 크게 줄었는데, 이후 소비를 위한 주문 증가에 재고를 늘리려는 수요까지 겹쳐 주문이 폭주하게 됐다. 기업들이 지금 경기가 굉장히 좋다고 느끼는 이유다.

소비도 크게 늘었다. 미국의 상품 소비가 코로나19 발생전보다 20% 가까이 증가했다. 여기에서 말하는 상품은 TV, 자동차, 옷, 신발 등 공장에서 만드는 제품을 통칭한다. 지난 7월에 서비스 소비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고, 가장 침체가 심한 여행, 호텔 등 레저관련 산업도 질병 이전 수준의 95% 정도까지 올라왔다.

소비와 생산이 늘고 재고가 줄어든 것은 정부 보조금 때문이다. 최근 고용 확대로 근로소득이 늘어나긴 했지만 그래도 미국 가계가 쓸 수 있는 가처분소득은 여전히 코로나19 이전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결정적인 차이는 실업수당과 정부보조금에 의해 만들어졌다. 지난 3월에만 둘을 합쳐 5조 달러 넘게 풀렸는데 사상 유래가 없는 자금 공급이었다.

문제는 지금 소비와 생산이 30년 내 가장 높은 수준에 있고, 재고는 반대로 가장 낮은 수준에 있다는 점이다. 이례적인 상황인 만큼 언제든지 방향이 바뀔 수 있다. 주식시장은 현재보다 앞으로 변하는 상황에 더 크게 반응한다. 그래서 양호한 경제 변수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신흥국은 경기 하락 추세가 문제

선진국과 신흥국 시장이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 5월까지는 둘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다가 6~7월에 선진국이 상승하는 동안 신흥국은 횡보하는 형태로 바뀌더니 8월에는 ‘선진국 상승-신흥국 하락’이 뚜렷해졌다. 우리 시장도 7~8월 두 달 동안 주가가 5% 넘게 떨어졌다. 신흥국 주식시장이 하락한 이유는 경제가 좋지 않아서다. 신흥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0 밑으로 떨어졌다. 작년 11월에 정점을 찍고 내려오기 시작해 10개월째 하락이 이어진 결과다. 해당 지수가 50 밑으로 내려왔다는 건 앞으로 제조업경기가 나빠질 거라 생각하는 기업이 좋아질 거라 생각하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가 된다.

같은 지표라도 선진국은 모양이 다르다. 올해 2월까지 PMI지수가 빠르게 상승한 후 5개월째 횡보하고 있다. 절대치도 58.3으로 앞으로 제조업 경기가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기업이 훨씬 많다. 선진국 경제는 모멘텀이 약해질 우려 정도인 반면, 신흥국은 그 단계를 지나 추세가 밑으로 내려오고 있어 신흥국 시장이 더 큰 부담을 안을 수 밖에 없다.

여기에 금리 인상이 더해졌다. 연초 2.0%였던 브라질 기준금리가 5.25%가 됐다. 러시아도 4.25%에서 6.5%로 금리를 인상했다. 한국은행도 지난달에 금리를 올렸다. 신흥국 금리 인상이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물가 상승률이 높아서인데 1분기에 맹위를 떨쳤던 원자재 가격 상승이 지금은 소비자물가를 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당분간 코스피가 박스권을 넘긴 힘들어

코스피가 큰 폭의 반등과 반락을 거듭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분명해진 사실이 몇 개 있다.우선 연말까지 코스피가 박스권을 뚫고 나오기 힘들게 됐다. 9월초 반등이 3200을 조금 넘는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박스권 고점에 못 미치는 지점에서 반등을 끝난 건데, 코스피 3300에서 나올 매물이 미리 출현했기 때문이다.

이는 투자자들이 3300선을 의식하고 있다는 증거다. 3300을 넘지 못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그 밑에서 반등이 꺾이기 전에 주식을 처분하겠다는 심리가 발동한 것이다. 이런 한계를 넘어 3300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유동성 보강을 통한 투자 심리 안정이 필요한데 쉬운 일이 아니다. 매도가 매수보다 빠르게 움직인다는 사실도 증명됐다. 주가가 3200에서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이자 갑자기 하락이 빨라졌다. 주식을 팔려는 사람이 다수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나온 결과로 투자자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주가가 오르기 힘들다.

지난달 주가가 하락할 때에는 외국인이 많은 주식을 내다 팔았지만 이번에는 어떤 매매주체도 뚜렷하게 매도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락 속도는 8월만큼 빠르다. 주식을 사겠다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나온 현상이다.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주식을 매수해 주던 개인투자자의 시장 관심이 많이 줄었다는 얘기인데, 코스피가 상당 폭 하락해야만 다시 매수에 나설 것 같다. 수급측면에서 큰 걸림돌이 생긴 것이다.

시장이 당분간 지루한 조정을 이어갈 걸로 보인다. 대형주는 줄이고,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종목을 재편해야 한다. 그게 힘들다면 쉬는 것도 좋은 투자 전략이다.



●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 프로필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은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등을 역임한 한국의 대표적 증권시장 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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