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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주간증시]인플레와 금리 인상 우려로 주가 하락 속도 빨라져

주가가 하락했다. 코스피가 3100에서 2900까지 내려오는데 닷새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하락 속도가 빨랐다.

시장에서는 하락 요인으로 세 개를 꼽고 있다. 첫 번째는 인플레이션이다.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넘었다. 중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해 물가를 끌어올리는 되고 있다. 상반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물가 상승이 일시적이라 얘기했던 것과 다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금리가 상승했다. 미국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이 1.6%를 넘었고, 우리 금리도 2.4%가 됐다. 지난 3월 고점 이후 소강상태를 보이던 국내외 금리가 다시 오르고 있는 것인데, 선진국 금리가 우리 금리처럼 움직이지 않을까 걱정이다. 국내금리는 3월 고점이었던 2.2%를 넘은 후 2.4%까지 빠르게 상승했다.

미국 금리가 우리와 비슷한 모습이 될 경우 10년물 수익률이 2%를 넘을 수 있다. 상반기에는 일본의 미국 국채 매수가 미국 금리 상승을 저지하는 역할을 했다. 단기에 금리가 크게 오르자 채권을 사려는 세력이 생긴 현상인데, 이번은 다르다. 시장이 금리의 상승을 인정할 경우 금리가 더 높아질 때까지 채권 매수를 미루고 기다릴 수 있다.

연준이 얘기한 대로라면 지금은 금리를 인상하거나 유동성 공급을 줄이는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시행을 늦춰야 한다. 올해 소비자물가가 4% 정도 상승하지만 내년에는 다시 2%대로 낮아질 수 있고, 고용도 기대만큼 증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실은 이런 제약요인에도 불구하고 유동성 공급을 줄이고, 내년에 금리를 인상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8월 미국의 주택가격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 가까이 상승하면서 연준이 경기가 정점을 치고 내려오는 상황을 감안해 긴축을 강화해야 하는 처지에 몰린 것이다.

중국 리스크와 원화 절하도 주가의 발목 잡아

중국 헝다그룹(에버그란데) 파산 위험과 환율도 주가에 부담이 되고 있다. 2017년까지 중국 최고 부자였던 헝다그룹이 부도 위기에 몰렸다. 부채 규모는 1조 9천억위안, 우리 돈으로 따져서 360조원이다. 중국의 경제 규모가 우리의 10배니까 이를 감안해 환산하면 36조원의 빚을 가지고 있는 한국기업이 위기에 처한 셈이 된다.

그 동안 중국 정부는 부동산 과열을 막기 위해 건설회사에 두 가지 원칙을 지키라고 요구했었다. 현금이 단기부채보다 많아야 하고, 자본대비 부채비율이 400%를 넘지 말라는 게 그 내용이었다. 헝다그룹은 현금이 단기부채의 20~30%를 넘은 적이 없다. 많을 때에는 부채비율이 700%에 육박했기 때문에 정부가 내놓은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한 셈이 된다. 정부 눈치를 봐야 하는 은행이 여신공급을 중단하자 곧바로 유동성 위기에 몰렸다.

헝다그룹이 이자를 지급하기 위해 자회사 주식을 매각했지만 그 것이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부도를 막아 주거나 채무를 재조정해야 하는데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다. 헝다그룹이 다른 부동산 업체 부도의 시발점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로 중국 국채의 신용파산위험(CDS) 프리미엄이 0.3%로 올라왔다.

세계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짐에 따라 달러화 가치가 상승했다. 6개 주요 통화대비 달러화 위상을 보여주는 달러인덱스가 94가 됐다. 3개월 사이에 달러가 5% 가까이 절상된 건데 그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1190원을 넘었다.

원화 약세가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관해서는 분석이 엇갈린다. 원화 약세가 외국인 매도를 촉발하지 않겠지만 자금 이동을 빠르게 만드는 역할은 할 것이다. 이동 형태는 신흥국에서 돈이 빠져 미국으로 들어가는 것이어서 우리로서는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반등은 일시적…지금은 주식을 줄여야 할 때

당분간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다. 코스피가 빠른 속도로 떨어졌기 때문에 반등이 나올 수 있지만 그 폭이 작고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반등은 가지고 있는 주식을 줄일 수 있는 기회일 뿐, 새로 주식을 사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는 아니다.

대형주 중에서 주가가 연중 고점에서 30% 넘게 떨어진 종목이 속출하고 있다. SK하이닉스, 현대차도 그 중 하나다. 이미 실적 발표를 마친 삼성전자를 놓고 유추해 볼 때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사상 최고치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이 나올 수 있다. 주가는 실적에 상관없이 9개월동안 30% 가까이 떨어졌다. 내년 전망이 어둡기 때문이다.

자동차도 사정이 비슷하다. 올해 세계 자동차 업계는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해 자동차를 만들지 못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선진국 정부가 지급한 보조금이 자동차를 비롯한 내구재를 구매하는데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대차 주가가 지난 7월 이후 20% 넘게, 연초 고점에서는 30% 가까이 떨어졌다. 내년 경기 둔화를 가정하지 않고는 나오기 힘든 숫자다.

시가총액이 큰 주요 대형기업의 주가가 30% 넘게 떨어질 경우 대세 상승이 계속될 수 있을지 의심해 봐야 한다. 지금이 그런 상황이다. 몇몇 종목만 하락했다면 심각성이 덜할 텐데 30% 가까이 떨어지지 않은 주식을 찾기 힘들 정도여서 시장을 달리 생각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주식투자를 할 때가 아니다. 코스피가 오를 때에는 어떤 주식을 사든 돈을 벌 확률이 올라간다. 반대로 코스피가 떨어질 때에는 확률이 낮아진다. 낮은 확률에서 투자해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낭패를 초래하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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