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말에 출범한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최종안’을 지난 18일에 발표하였다. 최종안의 핵심은 재생에너지를 60~70% 수준으로 확대하는 반면, 화력발전을 대폭 축소하는 것이다. 또한 ‘2030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상향조정하여 2018년 대비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40% 감축하겠다는 목표도 함께 발표했다.

이로써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대내외에 공표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최종안’에서는 탄소배출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 화력발전을 전면 중단하는 등의 감축 방안을 포함하는 A안과 화력발전을 일부 유지하는 대신에 CCUS(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저장) 등의 탄소제거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B안 등 총 2가지 시나리오가 제시되었다.

이번 최종안은 이전에 발표했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바탕으로 국민의견 수렴과 각종 간담회 및 토론회 등을 거쳐서 확정되었다. 이를 통해서 2050년에 넷제로(Net Zero, 온실가스 순배출량 0)를 달성하는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목표가 공식화 된 것이다.

이러한 탄소중립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전 세계의 중요한 아젠다 중 하나이다. 특히 산업화 이전 대비해서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만들기 위해서는 세계적으로 2050년에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이미 유럽은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서 EU 차원의 유럽 그린딜(Green Deal)을 발표하는 등 기후 이슈에서 앞서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이번 최종안 발표를 통해서 국제사회의 기후위기 대응 전환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최종안이 발표된 이후에 온실가스 감축과 직접적인 연관이 되는 국내 산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2050 탄소중립의 중간목표인 ‘2030 NDC 상향안’의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과도하게 설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산업경쟁력이 저하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최종안의 경우 간헐적 발전이라는 특성으로 인해서 전력수급의 불안정성을 초래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발전의 의존도가 너무 크고 상대적으로 LNG발전이나 원자력 발전의 비중이 크게 축소된다는 점에서 전기요금이 인상될 여지도 매우 크기 때문에 충분한 검토를 거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환경단체들은 오히려 감축계획이 소극적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탄소중립위원회가 최종안 발표를 위해 시나리오 초안을 바탕으로 여러 의견 수렴을 진행하고 비판적인 의견 등을 반영해 수정했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한쪽의 지지나 공감도 이끌어내지 못한 모습이다.

특히 탄소중립이 중장기적인 목표라는 점을 고려하면 탄소중립위원회가 5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에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최종안’을 발표한 것이 성급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 이유는 온실가스를 부문별로 감축하는 방안들은 충분한 검토와 의견 수렴이 필요한 문제이며 비용추계도 명확하게 이루어져야 하지만 대부분의 절차가 사안의 중요성에 비해서 급박한 일정에 따라서 이뤄지거나 생략되었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므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현 정부의 정책방침이나 일정에 맞추기 위해 서두른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들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또한, 발표된 최종안에 따르면 A안에서는 화력발전의 전면 중단을 위해서 석탄과 LNG를 중단하고 B안에서는 화력발전을 일부 유지하기 위해서 석탄은 중단하고 LNG를 유지하는 계획을 발표하였는데 에너지 수급 안정성에 대한 고려가 제대로 이뤄진 것인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자력의 비중 또한 A안과 B안에서 각각 6.1% ~ 7.2%로 발표되어 사실상 재생에너지 발전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최근 탄소중립에 앞서고 있는 영국이나 프랑스 그리고 이탈리아 등이 탄소중립을 위해서 오히려 SMR(소형모듈원자로)의 개발을 통해서 원자력발전 비중을 높이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과 대조적일 뿐 아니라 일사량이나 풍량 등 자연조건 등에 큰 영향을 받는 간헐적 발전 특성을 가진 신재생에너지 보급 및 확대가 현실적으로 목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라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탄소중립을 위해 필요한 탄소저감 기술이나 시설도 이제 시작 단계인 상황에서 과도하게 낙관적인 전망을 통해서 온실가스 흡수원을 확보하고 2050 탄소중립을 위한 주요 수단으로 사용하겠다는 것도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최종안에서는 CCUS를 통해서 국내외 해양 지층 등을 활용해 이산화탄소를 포집 및 저장하고 화학적 전환 등을 통해서 이산화탄소를 처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CCUS 기술 상용화와 경제성 확보 등에 필요한 비용이 제대로 측정되지도 않은 상황이고 투자지원 등에 대한 계획만 언급되어 있기 때문에 국내 기술 수준을 제대로 고려한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이외에도 청정에너지원으로서 수소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 현재 국내의 경우 수소 생산기반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수소산업 등의 경우에도 이제 육성이 필요한 단계인 만큼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부분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최종안’ 이외에도 중간 목표의 성격을 가지는 ‘2030 NDC’의 목표도 이번에 상향조정되었기 때문에 국가적 부담이 더 커졌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 NDC 상향안은 11월에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되는 COP(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국제사회에 공식적으로 발표 및 약속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이행할 수밖에 없는 감축목표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현 정부가 촉박한 일정에 맞춰서 탄소중립 관련 목표들을 수립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국제사회에 약속을 하는 등의 행보는 차기 정부에도 큰 부담감이 될 것이다. 더욱이 국제적으로 감축목표를 상향시켜두면 향후에 이를 현실적인 수준으로 낮추기도 어려우며 만약 감축목표를 준수하지 못하게 되면 국제적 신뢰도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현 정부는 2050 탄소중립 관련하여 큰 틀의 계획을 수립하고 초석을 다지는 부분에만 집중해야 한다. 각계각층의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고 변동이 있을 수 있는 세부적인 계획들은 차기 정부에 맡기는 것이 2050 탄소중립의 실현 가능성을 오히려 더 높일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을 유념하기 바란다.



● 조하현 연세대 교수 프로필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한국 금융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연세대 상경대학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경제가 사회현상 뿐 아니라 정치적 흐름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경제의 광범위한 영향력과 다채로운 파급효과에 대한 분석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