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웃음에 감염시키는 아름다운 행복 바이러스SBS 대하드라마 서 "연기인생에 새 이정표" 의욕

[스타 데이트] 박상원
세상을 웃음에 감염시키는 아름다운 행복 바이러스
SBS 대하드라마 <토지>서 "연기인생에 새 이정표" 의욕


때로 강렬한 카리스마보다 은근한 편안함이 더 큰 흡인력을 자아낸다. 카리스마처럼 단박에 시선을 붙들어 매지 않지만, 서서히 가슴 깊이 파고 들어 흠뻑 젖어 들게 한다. 바로 그 같은 넉넉한 편안함으로 탤런트 박상원(44)은 안방극장의 톱스타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1986년 MBC 공채 18기로 출발, ‘ 인간시장’(88년)의 장총찬 역으로 얼굴을 알렸으니 20년 가까운 긴 세월동안 한결 같은 인기를 누려온 셈이다.

▽ 브라운관의 신사

그는 CF에서 성실한 남편이나 다정한 아버지 역의 ‘ 단골’이다. 모두가 푸근한 이미지 때문일 터. 최근엔 개구쟁이 아들과 목욕탕에 함께 들어가 장난을 치며 즐거워 하는 모습(삼성생명 CF)으로 시청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겨 줬다. 단란한 가정의 인자한 아버지 모습에 그보다 더 잘 어울릴 배우가 있을까? “ 아이들이 자라면서 가정의 소중함을 새록새록 느껴요. 집 근처 공원에 놀러도 가고 여행도 다니면서 되도록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죠.” 연기는 꾸며내는 것이 아니라, 삶을 담아내는 것. 바로 박상원의 몸에 살과 뼈처럼 자연스럽게 배어 있는 연기 철학이다.

‘ 외유내강’ (外柔內剛). 이 말은 박상원에게 꼭 들어 맞는다. 부드럽지만 한 치도 흐트러지지 않는 단정함으로 신뢰를 주는 그는 일명 ‘ 브라운관의 신사’다. 그 ‘ 신사’의 엄격한 원칙은 타인이 아니라 항상 자신에게 향해 있다. 쉼 없이 자신을 담금질하는 스타일이다. 데뷔 초부터 받은 드라마의 대본을 단 한 권도 버리지 않고 여태껏 차곡차곡 모아온 것만 봐도 그의 철저함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 토지, 2003년 11월 18일 2시 3분’. 수첩엔 작품의 출연 결정 시간이 분 단위까지 세세하게 적혀 있다. “ 고민의 흔적들이죠. 그만큼 한 순간도 흘리지 않고 열심히 임해온 거에 자부심을 느껴요.”

생년월일: 1959년 4월 5일
키: 177cm 몸무게: 71kg
혈액형: O형
학력: 서울예대 연극과
가족사항: 부인 김수경 씨와의 슬하에 1남 1녀

성실함을 천성으로 지니고 태어난 것 같은 박상원이 부침(浮沈)이 많은 연예계에 뛰어든 것은 낡은 포스터 한 장 때문이었다. 고 3때였다. 길거리를 지나다 우연히 찰리 채플린식의 옷차림을 한 남자의 애소하는 듯한 표정을 보고 그 자리에서 얼어 붙었다. ‘ 일상에선 평범하지만 무대 위에서는 천의 얼굴로 변신할 수 있는 삶’. 순간 그는 일생의 길을 선택했다. 가족들의 기대를 저버린 적이 없던 그는 이때 단 한 번 집을 나와 친구집에 기식하는 ‘ 반발’을 감행했다고 한다.

이틀간의 가출로 가족들의 반대를 잠재운 이후로는 모든 게 일사천리. 서울예대에 진학했고 졸업 후 연극 무대에 활동하다가 MBC 베스트셀러극장 ‘강’에서부터 주목 받기 시작해 ‘인간 시장’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 여명의 눈동자’, ‘ 모래시계’, ‘그대 그리고 나’ 등 90년대는 그야말로 화려한 전성기였다.

그런 그가 7월 방영 예정인 박경리 원작의 SBS 대하 드라마(극본 이홍구ㆍ연출 이종한) ‘ 토지’에서 드라마 초반에 주요한 축으로 등장하는 용이 역으로 분한다. 비중 있는 조연 격이다. 출연을 결정하기까지 갈등이 적잖았을 듯 하다. “ 애초엔 (주인공인) 길상 역이 아니면 출연 안 하겠다고 고집했어요. 그런데 대본을 보며 곰곰이 따져보니 기골이 장대하고 사람들을 리드하는 용이 역할이 가장 맞는 거 같超봇? 나이로 보나 어울리고….” 여전히 연기를 배워 나가고 있다는 박상원은 “ 토지를 연기 인생에 묵직하게 자리매김할 작품으로 만들겠다”며 의욕을 보인다. 비중의 크고 작음이나 인기의 부침 연연하지 않는 성숙함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 봉사가 생활의 일부

그는 연예인 중 보기 드문 ‘ 아름다운 공인(公人)’이기도 하다. 87년부터 절친한 친구인 가수 이문세와 함께 근육병 환자 돕기를 해왔으며, 국제적인 비정부기구(NGO) 월드비전의 친선 대사로 활동해온 지도 벌써 10년이다. 처음에는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괜히 ‘ 착한 척’하는 게 아닌가 하는 염려에서였다. “ 솔직히 처음부터 마음에서 우러나서 봉사를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한두 번 착한 척 하다 보니 어느 새 그게 진짜 생활의 일부가 돼버렸네요.” 연기와 연기 외적인 면에서 모두 향기로운 내음이 배어나는 꼭? 그래서 박상원은 오래토록 시청자들을 그의 행복한 웃음에 감염시키고 있는 게 아닐까.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 2004-02-04 15:35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