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음반시장 깨우겠다"8개월 미국유학 접고 방송 복귀, 콘서트·신곡 준비로 바쁜 나날

[스타 데이트] 김장훈
"잠자는 음반시장 깨우겠다"
8개월 미국유학 접고 방송 복귀, 콘서트·신곡 준비로 바쁜 나날


“의병 정신으로 음악 부흥 일으켜야죠.”

외국에 나가면 다 애국자가 된다고 했던가. 지난해 3월 연출 공부를 위해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가 8개월 만에 다시 돌아온 가수 김장훈의 눈빛은 매섭다. 귀국하자 마자 KBS 쿨FM ‘김장훈의 뮤직쇼’(89.1MHz, 오후 2시) DJ를 맡은 데 이어 콘서트와 신곡 앨범 준비로 하루 24시간이 모자란다.

“미국에 가 있는데 동료들이 부러워하더군요. 힘든 시기를 피해서 잘 갔다고요.” 왕자병(?) 때문인지 몰라도 그런 말들을 들은 뒤 일정을 앞당겨 귀국했다. “우리나라에 내가 꼭 있어야 되겠구나 싶었죠.”

△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방송 하고싶어


☆ 생년월일: 1968년 8월 14일
☆ 키: 184cm 몸무게: 64kg
☆ 취미: 바둑 특기: 기타 연주
☆ 가족사항: 1남 2녀 중 막내
☆ 학력: 경원대학교 영어영문과
유학이라 하기엔 너무 짧은 8개월. 김장훈은 ‘돈 주고도 못 사는 값진 고생’을 겪었다. “빈털터리로 미국인 친구 집에 얹혀 살아서”만은 아니었다. 처음부터 ‘밑바닥까지 떨어져 보고 싶다’는 심정으로 가진 재산 전부를 복지단체에 기부하고 훌훌 떠났던 그였으니까. “심한 우울증을 느꼈어요. 병원에서 치료도 받았는데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 향수병에 걸리는 것처럼, 무대가 그리워서 생긴 일명 ‘무대병’(stage sick)라고 했어요.” 그러니 음악에 열정을 송두리째 쏟아넣을 만반의 준비를 하고 돌아온 셈이다. 한때 윤택한 생활로 상실했던 김장훈 특유의 슬픈 음악적 감성을 되찾은 건 나름의 소득이다.

타국에서의 그리움과 외로움은 감동을 주는 방송을 하는데도 커다란 자양분이 되는 듯하다. “사회가 어려울수록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방송을 하고 싶다”는 그를 두고 ‘김장훈의 뮤직쇼’의 김우석 담당 PD는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DJ”라고 한껏 추켜세운다. 방송 중에 울음을 삼킨 적도 있다. “경제가 어려워져 사업 부도로 아버지가 감옥에 갔다”며 “대통령에게 전해달라”는 청취자의 사연 때문이었다. “세상이 원망스러워 화를 낼 줄 알았는데 그저 ‘감옥에 난방과 따뜻한 물이 꼭 나오게 해주세요’라고 썼더군요. 무슨 말로 위로해야 할지 몰라 한참 동안 멍하니 있었죠.”

그와 얘기를 나누고 있자면, 인생의 달고 쓴 맛을 아는 이들만의 성숙함이 물씬 전해온다. 그러나 ‘빨간 머리’의 염색을 하고, 일본 만화 영화의 요정 캐릭터인 ‘세일러 문’ 복장으로 무대를 휘젓는 것을 보면 영락 없는 철부지 소년 같다. 인터넷 프로필을 보면 1968년 생으로 기록돼 있지만, 이 또한 방송용이라는 의혹도 적지 않은 실정. 도대체 나이가 몇 이길래. “나이를 잊고 산지 오래 됐어요. 혹 제가 서른 살이라고 우겨도 어디 세일러 문 복장이 말이나 됩니까. 그러니 아예 나이를 기억에서 지웠어요. 무대 위에서는 00살의 김장훈이 아닌, 그냥 가수 김장훈으로만 봐 주세요.”

1991년, ‘그곳에’를 타이틀로 한 1집 앨범을 내놓은 지 벌써 14년째다. 그 동안 김장훈은 대히트를 기록한 ‘나와 같다면’ 등이 포함된 4집 앨범 등 모두 7장의 앨범을 냈고, 무려 1,000회에 달하는 콘서트 무대에 섰다. 그것도 부족한지 지난해 12월 24일 열린 가수 싸이의 콘서트를 기획하는 등 연출가로서도 탁월한 ‘끼’를 발휘하고 있다.

△ 아주 특별한 콘서트 준비중

2월 27~29일 서울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옥상에서 열리는 공연은 그를 기다려준 팬들을 위한 작은 선물. 주제부터 심상찮다. ‘신진사대부’. 고려 말에 경작지나 토지를 힘으로 소유하는 사람에 대항해서 나온 정몽주 정도전 조준 길재 등 조선의 건국 세력을 지칭하는 말을 빌어왔다. “저와 다른 장르에 있는 아티스트들과 뒤섞이는 소박한 공연을 열 겁니다. 콘서트 보면서 그림도 감상하고 독립 영화나 패션 쇼도 보고….” ‘콘서트의 귀재’ 김장훈은 역시 기발하다.

요즘 김장훈은 ‘전성기’를 맞은 듯한 기분이다. “4월에 음반을 발매할 예정이에요. 다들 음반 시장이 불황이라 ‘최소 비용 최대 효과’를 내야 한다는데 저는 그 반대예요. 음반이 팔릴수록 손해 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명반을 만들 겁니다.” 돈 떨어지면 밤 무대라도 설 각오라며 거침없이 나아가는 김장훈. 그의 두려움 없는 음악에의 사랑이, 불황의 늪에 빠진 음반 살려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 2004-02-11 16:07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