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2막은 연기자개그맨 '클놈'으로 연예계 데뷔, 탤런트로 전성기

[스타탐구] 지상렬
내 인생의 2막은 연기자
개그맨 '클놈'으로 연예계 데뷔, 탤런트로 전성기


고등학교 단짝 친구 염경환과 결성한 ‘클놈’의 멤버로 안방극장에 웃음을 선사했던 지상렬. 마냥 웃기기만 한 줄 알았던 그가 요즘 들어 드라마에 자주 얼굴을 보이고 있다. 개그맨에서 탤런트로 변신해 최고로 기분이 ‘업’돼 있는 지상렬, 그가 털어놓는 간절한 너무나 간절한 연기 이야기.

“좋게 말할 때 장난치지 마라~”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오후였다. 여느 날처럼 아는 후배 서너 명과 탕수육에 소주를 시켜놓고 언제쯤 캐스팅 제의가 들어올까 오매불망하고 있는데, 방송사 연출부라며 전화가 왔다. 새로 기획하는 드라마가 있는데 출연할 수 있냐는 것. 어제도 짓궂은 후배 녀석한테 똑같은 장난 전화가 온 터라 짜증이 날대로 난 지상렬은 전화기에 대고 있는 욕, 없는 욕을 쏟아부었다. 그런데 가만히 들어보니 앗, 진짜 연출부다. 이메일로 시놉시스와 대본을 받고서도 믿기지가 않아 양 볼을 힘껏 꼬집어도 봤다는 지상렬은 그렇게 얼떨결에 미니시리즈 <막상막하>에 출연하게 된다. 국방홍보원과 MBC가 공동제작한 병영 드라마 <막상막하>는 신세대 병사들의 좌충우돌 군 생활을 다룬 극으로 여기서 그는 박상철 일병 역을 기대 이상으로 능숙히 소화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출연 장면은 잠깐이지만 사실적인 연기를 위해 길게 기르던 머리까지 ‘빡빡’ 밀었다.

△ "요샌 붕 떠있는 기분이예요"

<막상막하>로 신고식을 치른 후로는 순풍에 돛단 듯 여기저기서 출연 요청이 쇄도했다. 물론 오락 프로그램이 아닌 드라마에서. 퓨전 사극 <조선 여형사 다모>에서 권용운이 연기한 노각출 역도 제의가 들어왔는데 이미 출연을 결정지은 드라마와 스케줄이 맞지 않아 아쉽지만 포기했다. 생각해보니 지상렬이 연기한 노각출 연기도 볼만했겠다. 그 후 <내 인생의 콩깍지>, <죽도록 사랑해> <1%의 어떤 것> 등에 연이어 출연하더니 얼마 전 부터는 <천생연분>과 <대장금>에 겹치기 출연을 하면서 ‘탤런트 지상렬’로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요샌 붕 떠 있는 기분이에요. 전부터 연기에 대한 꿈이 있었던 데다 알고 지내던 예능 프로 PD들도 ‘드라마 쪽이 오히려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며 격려해 주곤 했으니까요.”

알다시피 시작은 개그맨이었다. SBS 개그맨 공채 5기로 그의 단짝 염경환과는 제물포 고등학교 33회 동기동창이다. 학창시절 우스개 소리로 졸업 후에 방송사에서 만나자고 했는데 실제로 출근 첫날 분장실에 가보니 염경환이 선배 개그맨으로 떡 하니 자리잡고 있었다. 둘이 다시 만나자마자 의기투합해 만든 것이 ‘클놈’. 빡빡이 염경환과 번개머리 지상렬은 MC의 질문에 엉뚱한 대답을 해대는 사오정 개그를 펼치며 독특한 웃음을 전했다. 한동안 여기저기 불려 다니며 그들만의 단순, 무식, 과격 코미디를 선보였지만 점점 둘이 함께 움직인다는 것에 한계가 느껴졌다. 장시간의 대화 끝에 도출한 결론이 해체. “다퉈서 헤어진 것도 아니고 콤비로 할 수 있는 것에 한계를 느껴 각자의 길을 가기로 한 거죠. 요즘도 자주 통화하고 시간날 때 마다 소주 한잔씩 해요.”

막상 해체를 선언하기는 했지만 갈 길이 막막하기만 했다. 생각지도 않은 무기한 휴식이 이어졌고, 간간이 출연하는 쇼 프로그램 패널 역할도 그의 갈증을 해결해주지는 못했다. 그제서야 알았다. 정통 연기를 그리워하고 있다는 걸. 긴 호흡으로 자기 캐릭터를 덧칠할 수 있는 탤런트들이 부러웠다.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틈만 나면 연기 연습을 했고 주위의 모니터도 꼼꼼히 챙겼다. 그렇게 인내를 가지고 기다리다 보니 좋은 소식들이 하나, 둘 찾아왔다. “개그맨에서 연기자로 변신해 성공한 케이스는 생각보다 없잖아요. 개그맨 뺨치게 웃기는 탤런트들은 ‘탈개맨’이라고 부추기면서 막상 개그맨이 본격 연기를 시도하면 그 평가는 인색하죠.” 그 고정관념을 깨고 싶어서라도 이 악물고 열심히 한단다. 개그맨의 연기자 변신 성공 모델로 남기 위해 몇 배 더 치밀하게 계획하고 노력한다.

아직은 ‘지상렬’이라는 이름에 코믹한 이미지가 먼저 동반돼 오지만 실제의 그는 지극히 멀쩡한 사나이 중의 사나이다. 어울리기 좋아하고 매사에 긍정적이어서 주변에 사람들이 참 많다. “모두 세월이 만들어 준 친구들이죠. 인간성이 아주 개차반은 아니니까 자연스레 친구들이 많네요.” 가진 게 많은 만큼 소중한 것도 많을 것 같아 가장 아끼는 것들을 물었더니 역시나 가족을 비롯한 사람들이란다.

△ "임현식·조형기 선배 존경"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대장금>에서는 누대에 걸쳐 의관을 해오던 조상 덕으로 내의원에 들어온 ‘낙하산’ 의관 조치복을 연기하고 있다. 조치복은 실력은 없지만 심성만은 곱고, 장금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집안의 힘을 빌어 도움을 주는 인물로 지상렬 이미지와 ‘딱’ 이라는 게 제작진의 의견이다. “사극 연기가 결코 쉬운 게 아니더라구요. 제가 NG도 제일 많이 내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을 거에요. 열심히 해서 임현식, 조형기 선배님 같은 푸근한 연기자로 남고 싶습니다.”

연기를 향한 싱싱한 전투의지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는 지상렬.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더 많은 그래서 ‘탤런트’라는 이름표가 어색할 수 있는 시기이지만 숨길 수 없는, 숨겨지지 않는 그의 연기 열정을 보니 오랜 시간 대중들과 함께 할 거목으로 자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지상렬 씨! 보여주세요. 당신의 능력을~.

글 김미영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4-02-18 16:00


글 김미영 자유기고가 minju@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