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멱 따는 소리로 '목짱' 됐어요"MBC 서 엽기 노래솜씨로 무대 휘어잡는 개그우먼

[스타 데이트] 김미연
"돼지 멱 따는 소리로 '목짱' 됐어요"
MBC <코미디 하우스>서 엽기 노래솜씨로 무대 휘어잡는 개그우먼


“일부러 음치인 척 하지 않아요. 연출은 단 1%도 없어요.”

MBC TV ‘코미디 하우스’(연출 조희진ㆍ토 오후 7시)의 ‘라이브의 여왕’ 코너에서 ‘돼지 멱 따는’ 노래 솜씨로 배꼽을 잡게 만드는 코미디언 김미연(23)은 자신의 목소리에 대해 천연(天然)임을 강조했다.

167츠 키에 45kg의 빼어난 몸매. 웬만한 ‘얼짱’과 ‘몸짱’이 명함도 못 내밀 정도의 미모를 갖춰 코미디보다 드라마 등 정통 연기에 더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입만 열면 분위기를 확 깬다. 2002년 MBC 개그맨 공채에 합격해 이제 코미디계에 발을 들여놓은 신인이지만 최양락 이경실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 틈바구니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는 것도 바로 분위기를 깨는 ‘장기’ 때문이다. 미모에서 터져나오는 엽기적인 목소리라니… 극과 극의 뚜렷한 대비가 이목을 끈다. 웃음보를 터트리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저 입이 트인 지 얼마 안 됐어요. 목소리가 콤플렉스였거든요. 하지만 요즘은 그 목소리 덕을 톡톡히 보고 있으니 극복 못할 단점은 없는 것 같아요.”

그녀가 무대에 오르면 진짜 가수인 듯한 착각을 안겨준다. 지난해 8월 백지영의 ‘새드 살사’로 첫 선을 보인 뒤 소찬휘의 ‘티어즈’, 이효리의 ‘텐 미니츠’, 보아의 ‘넘버 원’에 이르기까지 어떤 노래와 안무도 척척 해내고 있다. “하도 많이 불러서 몇 집(앨범)을 낸 가수인지도 모르겠어요.”

김미연이 콤플렉스였던 목소리에 자신감을 얻어 가는 이유가 또 있다. “감독님은 녹화 때 NG가 안 나도 서너 번 계속 노래를 부르게 해요. ‘헉헉’ 대며 괴성을 낼수록 더 재미있나 봐요.”

그러나 고민은 역시 고민이다. “엄마가 방송 보고 나무래요. 친구들이 ‘네 딸은 목소리 좀 예쁘게 하고 나올 수 없냐’ 하고 핀잔 준다고요.” 부모의 가없는 자식 걱정 앞에서 ‘엽기 카리스마’로 무대를 휘어잡는 그녀도 고개가 숙여지는 모양이다.

“반짝 인기 염려요? 당연한 거죠. 무명 시절이 짧았고 코미디 연기력도 없으니까요.” 한창 ‘뜨고’ 있는데 이런 고백을 하는 것은 지나치게 솔직함인가 낙천적인 것일까. ‘개그계의 이미연이 되겠다’고 너스레를 떠는 그녀는 “특기인 춤 솜씨를 살려 남들이 못하는 고 난이도의 무용 개그를 만들라”는 선배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인다.

△ 수석 무용수에서 막내 코미디언으로 변신


생년월일: 1980년 10월 30일
키: 167cm
몸무게: 45kg
학력: 대전대 무용과 99학번(중퇴)-서울예대 무용과 02학번
특기: 무용
버릇: 거울 보기

지금은 코미디언실 막내이지만, 개그계 입문 전까지 MBC 무용단의 수석 무용수로 활약했던 그녀다. 털털한 외모와 달리, 일에 있어선 똑 부러진다. 화려한 이력을 들으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충남 천안이 고향인 김미연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중학교 졸업 때까지 리듬체조 국가대표 상비군이었고, 1999년 대전대 무용과 수석 입학, 2000년 MBC 무용단 수석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코미디언 시험도 단 한 번에 붙었다. 운 10% + 노력 90%의 결과다. “설혹 부족함이 있더라도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라면 예뻐 보이지 않을까요.”

‘잘 나가는’ 무용수가 코미디언이 되자 주변에서는 신기하다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 “종목을 춤에서 노래로 바꾼 것 뿐이에요. 망가진다는 생각은 전혀 안 해요. 어렸을 때 리듬체조 대회엿ぐ?실수를 하면 사람들이 웃었는데 그게 참 좋았어요.”

TV화면에 나가 고작 몇 분을 웃기기 위해 일주일 내내 꼬박 매달려 연습하는 작업이 고단한 것은 사실이지만 “내 몸에 개그의 피가 흐르는 것 같다”며 행복해 한다.

김미연은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관심과 사랑에 행복감을 감추질 못한다. “아로마 향초에, 향수에, 몸을 보하는 녹용까지 선물이 줄을 이어요.” 지난 연말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신인상을 타자, 현재 천안에서 추어탕집(원성동 논산골 추어탕)을 운영하는 부모는 너무 기뻐 동네에 플래카드를 걸어 놓고, 공짜 음식까지 돌렸다.

인생의 봄날을 만끽하고 있는 김미연에게 앞으로의 ‘꿈’을 물었더니 미리 준비한 듯 말을 끝없이 쏟아냈다. 장황하게 늘어놓은 말들의 요지는 ‘일’과 ‘사랑’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고 싶다는 것이었다. 코미디 연기력을 키워 일에서 오래도록 무대에 서고 싶고, 카리스마 넘치는 남자다운 남자를 만나 진한 연애도 해볼 작정이다.

현재 서울 여의도 친척집에 머물고 있어 “빨리 돈 많이 벌어 천안에 계신 부모님을 서울로 모셔오고 싶다”는 솔직한 바람도 빠뜨리지 않았다.

‘핸디캡’을 ‘매력 포인트’로 바꿔놓은 김미연의 도전은 이제부터다. 무대 위에서와 무대 아래서 모두 역동적인 삶의 ‘여왕’이 될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조작이 없는 100% 라이브이기에….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 2004-02-18 16:29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