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적인 남성미, 꽃미남 저리 가!독특한 향기 풍기는 몸짱, 새 섹슈얼리티 밑천 삼아 연기파 '올인'

[스타탐구] 김남진
원시적인 남성미, 꽃미남 저리 가!
독특한 향기 풍기는 몸짱, 새 섹슈얼리티 밑천 삼아 연기파 '올인'


경력 7년차의 근육질 모델에서 연기자로 변신, <천년지애>의 후지와라 타쓰지로 단박에 스타덤에 오른 김남진. 꽃미남 스타들과는 사뭇 다른 생김새이지만 독특한 마스크와 그만의 음울한 연기가 대중들의 시선을 붙든다. 오는 6월 선보일 <황태자의 첫사랑>(MBC) 촬영으로 분주한 그를 만났다.

“연기가 마음에 든다”는 속보이는 말도, “성격이 좋은 것 같다”는 빈말도 일단 거두자. 그의 무엇이 우리를 빠져 들게 하는 것일까? 사실 대중들이 가장 먼저 매혹되는 것은 바로 김남진의 몸이다. 아니 정확히 말해 그의 몸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다. 옥상에서 방방 뛰며 ‘캘리포니아 드리밍’을 제멋대로 부르는 캔커피 광고 속의 그는 절대 자유를 추구하는 히피의 모습 그대로였고, 내로라 하는 여배우들과 함께 찍은 의류업체 카달로그 속의 그는 키 187㎝의 훤칠한 패션 모델이었다. 대중들은 김남진이 자신의 몸이 부르는 리듬에 따라 유연한 몸놀림을 취할 때마다 그 길고 건강한 몸이 가지는 한없는 자유로움에 단박에 매료됐다.

사실 잘생긴 얼굴은 아니다. 소위 ‘꽃미남’ 스타들과는 사뭇 다른 생김새이지만 오히려 그런 개성이 호기심을 자극하다. 진하고 긴 눈썹, 가늘고 긴 눈, 좁은 눈두덩, 까무잡잡한 피부는 다분히 원시적인 남성상의 이미지를 자아내며 유약한 미감에 익숙해 있던 대중들의 갈증을 해소시킨다.

“꽃미남에 대한 열등감이 있었어요. 그래서 꽃무늬 남방을 자주 입었는지도 몰라요(웃음). 근데 제 외모는 잘 생기고 못 생기고의 분류법에 들어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잘 생기고 못 생기고의 기준은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거잖아요.”

얼굴이 울퉁불퉁한 반면 몸매는 매끈하다. 시원스러운 가슴선과 그 사이 언뜻언뜻 보이는 잘 다듬어진 근육은 남성적 섹시함을 발산한다. 이젠 남성의 섹슈얼리티를 소비하는, 최근 우리 사회가 도달한 새롭고 의미 있는 방식을 증명해 주는 배우다. 사진을 찍을 때 꼭 단추 서너 개를 풀고 찍어 ‘단추 세 개’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노출과 나르시시즘을 동반한 새로운 섹슈얼리티의 대표 모델이라고도 볼 수 있다.

- 조숙한 제주도 물개소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대중적인 사람’이 될 줄 그는 꿈에도 몰랐다고 한다. 고향인 제주도의 푸른 바다를 벗 삼아 그야말로 소라잡고 미역 캐던 ‘물개 소년’은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 혼자 사색하기 좋아하는 조금은 조숙한 아이였다. 바닷가 방파제에 올라 책 읽고 통기타 튕기며 문학을, 음악을 알았고 대학도 음대를 지원해 피아니스트의 꿈을 키우게 된다. 유난히 가늘고 긴 손가락을 보면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제 1번’(김남진이 가장 좋아하는 곡)을 연주하는 그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상상이 된다.

“고등학교 때는 살도 많이 쪘었어요. 100㎏이 넘었으니까요. 체육 대회 때는 반 대표 씨름 선수로도 뛰었는걸요. 운동 선수를 해보라고 권하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이상하게 음악이 좋더라고요. 그래서 대학도 피아노로 갔어요.”

음대 생활에 익숙해질 즈음, 같은 교회를 다니던 유명 디자이너 장광효로부터 패션 모델 제의를 받는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아르바이트 치고는 두둑히 나오는 모델료가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 돈으로 공부하고 밥 사먹고, 친구들도 만났다. 물론 부모님께도 나눠드리고. 동갑내기 모델 유지태도 그때 만났다.

그러던 어느 날,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걸 즐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어? 이게 아닌데…. 아~ 저 부분에서는 저런 표정을 지으면 안 되지….’ 자기 모습에 대한 스스로의 모니터링이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모델도 좋지만 연기도 하고 싶어졌다. 그때부터 김남진의 고민은, 집념은 시작됐다.

제대를 한 2001년 여름에, 그는 ‘3년지대계’를 세웠다. 남은 2001년은 실컷 놀자. 2002년은 길을 닦자. 2003년은 나를 알리자. 꼬박 3년째가 되는 해인 2003년 그는 한방 홈런을 날린다. 실제 일본인 같다는 말을 수도없이 듣게 한 <천년지애>의 후지와라 타쓰지 역은 기대 이상의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무뚝뚝한 표정으로 강인한 척 하지만 혼자 떠도는 외로운 섬 같은 타쓰지는 강함과 약함을 동시에 지닌 인물로 뭇 여성들의 모성본능을 자극시켰다. 영화도 찍었다. <연애소설>에서는 차태현의 여동생 문근영이 짝사랑하는 서점 오빠로,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에서는 배두나를 좋아하지만 고백하지 못求?기관사 이동하 역으로 출연해 좋은 인상을 남겼다.

얼마 전 막을 내린 주말연속극 <회전목마>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우연히 만난 성은교(장서희)와 사랑을 하지만 나중엔 버림을 받는 파란만장한 인물 강우섭으로 출연했는데 ‘연기파 배우’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님을 절감했단다. “사람들이 제 연기를 보고 ‘먹어보니 공갈빵 아냐?’라고 말했을까봐 제일 걱정되요. 그동안 주위에서 믿어주신 분들은 많았지만 제가 보여준 건 별로 없잖아요. 그래서 저 이 악물면서 열심히 할 거에요. 정말로.”

- 묵묵히 노력하는 성실파

말은 이렇게 하지만 김남진은 누구보다 강심장이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또 세상이 자신을 ‘중심잡힌 배우’로 봐주길 원한다. 스케줄이 없어도 촬영 현장을 제집 드나들 듯하며 중견 배우들의 연기 노하우도 어깨너머로 배운다. 눈에 힘 준, ‘가오잡는 스타’가 아닌, 연기 좀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연극판에서 배곯아 가며 연기에 득도한 개성파 배우들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요즘같은 시대에 ‘그림되는’ 실루엣으로 먼저 얼굴을 알린 모델출신 배우들이 살아 남을 길은 자기 발전밖에 없다. 조각같은 얼굴과 매끈한 몸매도 구성진 사투리에 실패하거나 양복 광고 같은 정형화된 표정만을 지어대다 보면 소리 소문없이 브라운관에서, 스크린에서 사라진다. 외모만으로는 안 된다. 뭔가 다른 ‘썸딩 스페셜’이 있어야 한다.

유지태는 부드러웠고 차승원은 웃겼다. 그럼 김남진은? 그 해답은 김남진 스스로에게 달렸다. 미국의 톰 크루즈 역시 시작은 칵테일 잔이나 흔들며 여성을 홀리는 잘 생긴 배우였지만 폴 뉴먼이나 잭 니콜슨, 더스틴 호프만 같은 선배들과 호흡을 맞추며 연기를 배웠고, 지금은 연기력을 인정 받는 최고의 배우가 됐다. 김남진 역시 여의도와 충무로의 걸출한 선배들을 귀찮게 하는 부지런한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대중들이 그에게 기대하는 건 진정한 배우의 향기일테니 말이다.

김미영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4-04-22 15:39


김미영 자유기고가 minju@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