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적 사랑을 품고, 서른 잔치를 준비한다영화 로 화려한 컴백칸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로 설레는 '장밋빛 미래'

[스타줌인] 성현아
도발적 사랑을 품고, 서른 잔치를 준비한다
영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로 화려한 컴백
칸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로 설레는 '장밋빛 미래'


“나 정말 깨끗하게 되는 거지? 나 깨끗하고 싶어.”강간 당한 몸을 남자 친구와 섹스해서 깨끗이 정화하겠다는 여자.

다분히 비현실적이며 어리석은 물음이 가식 없는 진실로 가슴에 내리 꽂히는 건, 배우 성현아(29)의 힘이다. 영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감독 홍상수, 제작 미라신코리아ㆍ유니코리아)에서 성현아가 맡은 선화라는 여인은 남자의 ‘첫사랑= 청순’이라는 통념을 깨는, 다소 도발적이면서 신비스러운 캐릭터다.

극중 선화는 두 남자 문호(유지태 분)와 헌준(김태우 분)의 기억 속에 다른 두 가지 이미지로 남은 옛 연인. 가난한 미대생이었던 그녀는 의지하던 사랑에 상처를 받고(헌준) 이후 그렇게 마음에 들지도 않은 상대를 사랑하려고 애쓰기도 해보다가(문호) 결국 학교를 떠난다. 정작 의외는, 그렇게 세월이 흘러 7년 만에 찾아온 두 남자를 별 내색 없이 다시 받아 들이고 아슬한 줄타기를 한다는 사실이다. “ 선화는 첫 사랑의 두 남자가 동시에 찾아오니까 만날까 말까 고민하다가, 궁금해서 만나요. 다분히 장난기 어린 여자이거든요. 저라면 과거는 과거로 남겨둘 것 같은데….”

성현아와 극중 선화는 이렇듯 서로 다른 관점에서 출발하지만, “ 시간이 지나다 보니 선아의 대사와 행동이 나와 너무 닮아 있더라”하는 성현아의 말처럼, 그녀 속에 충분히 녹아든 느낌이다. “ 성현아가 없었더라면 지금의 선화처럼 신선하고 진짜 같은 느낌이 없었을 것”이라는 홍상수 감독의 표현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 많이 털어내고 많이 담아낸 그녀

미스코리아 당선, 마약 복용 구속, 누드집 발간…. 그간 본업인 연기보다 부수적인 요인으로 더 큰 세간의 화제를 몰고 다닌 성현아. 그런 그녀가 오랜만에 가득 충전된 연기 의욕을 담아 관객 곁으로 돌아왔다. 그 동안 “ (지난 불미스러운 과거를) 많이 털어내고, (새로운 연기관을) 많이 담았다”고 한다. 그만큼 감독과 영화에 공감하면서 작품에 임했다는 말이다.

그 중 홍상수 감독과의 인연은 성현아에게 더할 수 없이 소중한 재산목록 1순위다. ‘ 여자는 남자의 …’의 시놉시스를 보기 전에 감독에 대한 믿음만으로 출연을 결정했다는 그녀. “ 홍상수 감독을 좋아해요. 영화 ‘ 오! 수정’이나 ‘ 강원도의 힘’ 등 그가 연출한 영화는 거의 다 봤죠.” 소소한 얘기들을 다루면서도 자리를 뜰 수 없게 만드는 점이 좋아 보였다고 한다.

사실 지금까지 세 차례 홍 감독과 배역과 관련된 인터뷰를 했다. 첫 번째 ‘ 오! 수정’ 인터뷰 때는 예쁘게 보이려고 한껏 치장하고 갔다가, 자리에 제대로 앉아 보지도 못하고 쫓겨나왔다. “ 제 딴에는 공들여 머리도 하고 갔는데 감독님이 보자마자 그러는 거예요. 우리 영화에는 그런 캐릭터는 필요 없다고요. 그냥 온 김에 차나 한 잔 하고 가라고. 얼마나 민망했던지.” 와신상담이라던가. 그녀는 ‘ 생활의 발견’ 인터뷰에서 한 번 더 물을 먹은 뒤, 드디어 세 번째에 기회를 잡았다. 홍 감독에게 “ 무조건 내가 해야 된다”고 우겼던 그 용기가 가상하게 여겨졌던 것일까.

- 솔직 담백한, 그래서 외설적인

겉치레를 싫어하는 홍 감독의 연출 스타일답게, 영화는 담백하고 솔직하다. 특히 정사 장면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중요한 부위를) “ 빨아 줘” 라고 직설적인 대사를 내뱉는 등 너무 현실적이라 조금 외설적으로 비춰지는 부분도 있다. 더욱이 성현아가 누구인가. 연예계에 누드 붐을 일으킨 원조 ‘ 누드 스타’인 만큼, 베드신과 목욕신에 당연한 관심이 터져 나왔다. 가슴과 둔부의 곡선이 그대로 드러나는 등 강도 높은 노출신이 부담스럽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녀는 답했다.

“ 이것저것 가리다 보면 정말 하고 싶은 연기는 못할 것 같아요.” 제법 당돌하지만, 현명하게 느껴지는 답이다. 그 자신감 덕인지 목욕신을 포함해 대부분의 정사 장면이 NG 없이 한 방에 촬영됐다고.

올해 우리 나이로 서른 살인 성현아. 일찍 어둠을 경험한 덕인지, 다가올 그녀의 미래는 에머랄드 빛이다. 바로 다음달엔 ‘여자는 남자의…’가 제 57회 칸 영화제(5월 12일 개막) 경쟁부문에 진출해 세계 언론이 주목하는 가운데 칸의 레드 카펫을 밟게 된다. 마약 사건으로 구속될 때만 해도 이런 도약은 불가능해 보였던 그녀가 국내의 여느 톱스타도 진출하지 못한 곳에 당당히 입성하는 것이다. ‘칸의 여신’으로 다시 태어날 성현아. 그녀가 배우로서, 다시 열어 갈 미래가 자못 궁금하다.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 2004-04-28 20:56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