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큼한 터프걸 "웰빙 미녀래요"운명같은 연기자의 길, 내공 쌓아가며 스타로 발돋움

[스타탐구] 김민선
상큼한 터프걸 "웰빙 미녀래요"
운명같은 연기자의 길, 내공 쌓아가며 스타로 발돋움


대체 식품이란 게 있다. 버터가 없으면 마가린, 쇠고기가 없으면 돼지고기, 우유가 아니면 두유…. 그러나 김민선은 대체할 누군가를 찾을 길 없는 배우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여자 고등학교 복도를 누비는 소녀.

자전거를 타고 도시를 횡단하며 돼지 껍데기를 제일 좋은 안주로 취급하는 털털한 PD의 얼굴 위로 도저히, 다른 배우의 이름이 겹쳐지지 않는다. “ 일부러 밝은 역할만 고르는 건 아니에요. 청순가련, 나도 하고 싶은데요. 늘 강하고 명랑한 역만 들어오는 걸 어떡해.(웃음)”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라곤 하지만 “ 평범한 캐릭터를 살아 움직이게 표현해 내는 재미”를 알아 버린 그에게 어떤 역을 맡긴들 ‘ 김민선식’으로 풀어 내지 않을까.

- 생동감 넘치는 건강미

김민선은 건강하다. 가리지 않고 잘 먹거니와 매사에 긍정적인 사고 덕분인지 늘 힘이 넘친다. 지난해 <현정아 사랑해> 촬영장에서 그를 봤을 때도 스태프들은 모두 추운 날씨 탓에 두꺼운 점퍼를 걸치고 있었지만, 김민선은 무거운 옷은 연기에 몰입이 안 된다며 얇은 옷을 살짝 걸친 채 맹 연습중이었다. “ 원래 성격은 내성적인데 연예계 데뷔하면서 활달한 성격으로 바뀌었어요. 남자 친구는 많은데 정작 애인이 없는 것도 저의 이 터프한 성격 때문인 것 같아요. 남자들은 조신한 여자 좋아 하잖아요."

그가 연예계와 첫 인연을 맺게 된 것은 고1 때. 길거리에서 캐스팅돼 댄스 가수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는데 용돈벌이 삼아 잠깐 한 일이었을 뿐. 이후 여느 고등학생처럼 학업에만 전념했다. 그러다 대학 1학년 때 다시 한 번 기회가 왔다. 미용실 원장의 권유로 잡지 표지 모델을 했다가 방송사에도 불려 가, <신세대 보고 어른들은 몰라요> <학교> 등의 드라마에 얼굴을 비췄다. 한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기회가 주어졌다는 건 ‘운명’이라고 믿고 그 뒤부터 배우 김민선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친다.

- <여고괴담 2>에서 연기의 참 맛 느껴

드라마에서 영화로 눈을 돌리게 된 건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를 만나면서부터. 지금도 자신의 필모그래피중 가장 자랑스러운 이력으로 꼽는 이 영화를 통해 그는 연기하는 사람이 느끼는 진짜배기 희열을 맛보게 된다. 그를 캐스팅한 민규동 감독은 “ 처음엔 TV 드라마에 익숙한 과장된 연기가 거슬렸는데 스스로 많이 노력하는 스타일이다. 개인적 바람은 연기의 기술뿐 아니라 역사나 철학, 다른 사람들의 삶으로 시야를 넓혔으면 좋겠다. 또래의 스타들에게 뒤쳐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자기 내공을 다지는 게 현명하다. 뭐, 아직 젊은 배우니까 잘 해낼 거라 믿는다”며 칭찬이 자자하다.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에 나올 때만 해도 젖살이 빠지지 않은 귀여운 인상이었으나 <유리구두>를 기점으로 여성스러운 인상으로 변신한다. <학교>나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에 출연할 때가 흰 도화지였다면, 그 후의 김민선은 흰 도화지에 경륜만큼이나 알록달록한 물감이 덧씌워 진다. 시간과 경험이 가져다 주는 내공은 배우들에게 가장 흐뭇한 선물인 것 같다.

영화 배우로 데뷔한지 5년째 접어든 그는 최근 인생의 전환점이 될만한 영화 <하류 인생>을 찍었다. <하류 인생>은 임권택 감독을 비롯해 이태원 태흥영화 대표, 정일성 촬영감독, 김동호 조명감독 등 그동안 호흡을 맞춰 온 한국 영화계의 거장들이 참여한 영화. 1960~1970년대 격랑기를 배경으로 한 남자의 파란만장한 삶을 다룬다. 조승우가 주인공 남자로, 김민선이 조승우보다 연상의 애인이자 나중에 부인이 되는 역으로 나온다.

재기발랄한 소녀에서 사뭇 진지한 여인으로 변신해 말수도 현격히 줄어든 그는 “ 크게 앓고 난 기분”이라고 말한다. 촬영장에서 엄하기로 소문난 임권택 감독은 김민선을 여주인공으로 캐스팅한 것에 대해 “ 발랄하면서도 성숙한 느낌에 반했다. 개성도 있고 매력이 대단하다. 캐스팅하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영리하고 순발력도 좋은 데다 노력을 많이 했다"고 말한다. 20대부터 30대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횡단하고 세 명의 아이를 창조해 내는 여인을 어떻게 표현했을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 풍성한 내면이 아름다운 배우

단아하면서도 어린아이 같은 밝은 모습, 여려 보이지만 어딘가 모르는 강한 이미지를 동시에 가진 김민선. 자유자재로 변화하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는 모습이 매력적이다. ?수전 서랜든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참 꾸준한 배우잖아요. 연기폭도 넓구요. <스텝맘>에서 엄마 역할 했을 때 자식 때문에 질투도 하는 모습이 참 인간적으로 보이더라구요. 그런 역할도 나중에 꼭 한번 해 보고 싶어요. 젊었을 때 해 보고 싶은 건 <라빠르망>의 모니카 벨루치.”

얼마 전엔 지병을 앓던 모친이 입원 4개월만에 운명을 달리 해 심한 가슴 앓이를 하기도 했지만 오뚝이처럼 씩씩하게 일어서서, 주위의 박수를 받았다. 또 한 컨설팅 전문회사가 실시한 여대생들이 생각하는 최고의 ‘ 웰빙 미인’으로 뽑혀 건강하고 시원한 외모가 주는 덕을 톡톡히 보기도 했다.

“ 생김새보다는 가지고 있는 게 많아서 아름다운” 배우 김민선. 그는 마음속에 이것 저것 뭐가 많다. 내면이 풍성하면 아름다움은 자연스럽게 배어나온다. 시간이 흐를수록 관객의 마음을 꿰뚫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는 이 명민한 배우를 대체할 사람은 역시 찾아 내기 힘들 것 같다.

김미영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4-05-13 14:45


김미영 자유기고가 minju@hotmail.com